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높게 날아 올랐다.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 김연경(25ㆍ페네르바체)의 간절함이 한국을 제17회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3위로 이끌었다.

한국은 21일(한국시간) 태국 라차부리 찻차이홀에서 열린 중국과의 3ㆍ4위전에서 3-2(13-25 17-25 25-21 25-23 15-11)로 믿을 수 없는 역전극을 썼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연경이 있었다.

중국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주치의 이현삼 원장은 "3세트 때 연경이의 어깨를 만져보니 빠져 있었다. 그 몸으로 뛰었다는 게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실 김연경은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가 끝난 뒤 오른쪽 어깨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선수들 대부분이 패배로 인한 속상함에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지만 밤 늦게까지 의무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중국전을 대비했다.

몸 상태가 베스트가 아니었음에도 김연경은 3ㆍ4위전에서 무려 혼자 33득점을 뽑아냈다. 블로킹과 서브 에이스는 각각 3개씩을 기록하며 공수 만점 활약을 펼쳤다. 김연경은 중요했던 5세트 때 혼자 무려 9득점을 올리는 원맨쇼를 펼쳤다.

김연경은 경기 후 "일본전이 끝난 뒤 어깨가 썩 좋지 않았지만 절대 중국에 다시 지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은 8강 크로스토너먼트에서 중국에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이어 그는 "5세트를 앞두고 '날 믿고 공을 올려달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잘 통한 것 같다. 나 혼자 만들어낸 승리가 아닌 선수들 전체가 하나가 돼서 만들어낸 승리다"고 강조했다.

김연경은 태국에서 슈퍼스타로 통한다. 태국 방콕 공항에 내린 순간부터 숙소 등 어디를 가더라도 태국 팬들을 그의 성인 "킴(KIM)"을 외치며 환호성을 지른다. 마치 아이돌 가수를 보는 것처럼 대회 내내 숙소와 경기장 등 그를 쫓아다니는 팬들이 있었을 정도다. 태극 낭자들은 김연경 팬클럽이 직접 전해준 송편 덕분에 태국 현지에서의 쓸쓸한 추석을 풍성하게 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대회 내내 김연경의 활약은 눈부셨다. 군계일학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였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소속팀 분쟁 등 맘 고생이 컸지만 일찌감치 진천선수촌에 입성해 몸을 끌어 올렸다. 단체 훈련뿐만 아니라 쉬는 틈틈이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하는 등 철저한 몸 관리를 하는 그를 지켜보면서 왜 김연경이 세계 최고 공격수로 꼽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김희진, 박정아(이상 IBK기업은행) 등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은 그와 함께 훈련하고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4위에 머물렀던 김연경은 중국전을 앞두고"이번에는 꼭 한번 시상대에 올라보고 싶다"고 말했고 그 약속을 스스로 지켜냈다. 단언컨대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가 배출해낸 최고의 슈퍼 스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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