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주요 일간지 문화부ㆍ연예부 기자들과 만남을 갖고 4집 앨범 출사표를 내놓았다. 한나라당의 실세 의원으로 꼽히는 그가, 정치부 기자가 아닌 대중문화 관련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이색적이었다. 정두언 의원은 "여의도의 정치인이 아닌 4집을 낸 무명가수"라며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 서는 게 꿈인데, 홍보 좀 도와달라"고 몸을 낮췄다. 서울시 부시장을 그만둘 때 직원들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앨범을 만들다 급기야 4집까지 내게 됐다. 알고 보면 정 의원은 대학생 때 그룹 활동을 할 정도로 노래를 사랑하는 음악인이다.

'황혼의 디바'를 꿈꾸는 쥬리킴도 마찬가지다. 금융컨설팅 업계의 대모로 여의도 금융가에서 활약하는 그이지만, 아직 가수로는 무명이다. 기자를 만났을 때 "금융 컨설턴트라면 기업체 사장도 오라 가라 하는 위치지만, 가수라면 오라 가라 하면 어디든 가야 할 처지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의 노래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다.

트로트 가수 이부영은 '회장님 가수'로 불린다. 그는 SBS 오락 프로그램 에 출연해 가수 비의 의 댄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당시 '40대 비'라는 수식어로 화제를 모은 그는, 뒤늦게 이색 이력으로 다시 한번 관심을 받았다. 바로 JBC 전북방송 회장이라는 본래의 직업 때문. 수백 억원대의 자산가인 이부영은 가수 데뷔라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직접 아트레인엔터테인먼트라는 연예기획사를 설립한 뒤 유명 작곡가와 프로듀서 등을 섭외해 타이틀 곡 을 담은 데뷔 앨범을 만들었다. 이부영은 엄청난 노력으로 뛰어난 가창력과 댄스 실력, 그리고 입담까지 겸비해 다재다능한 신인 가수로 인정받았다.

가수 하리수를 음란물 유포죄로 고소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 가수 이광필도 기업인 출신이다. 그는 청와대 앞에서 '사형 전면폐지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납북자가족협의회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북한인권운동가이기도 하다. 광프라미스라는 기업체의 회장을 맡고 있는 사업가. '김충복과자점'의 창업주인 고 김충복 씨의 사위인 이광필이 오픈한 케익하우스광이 광프라미스의 모체다.

이들 외에도 자동차 부품업체 운영한 (주)성용하이테크 이한중 대표 등도 빼놓을 수 없는 CEO 출신 가수다. 회사 직원들이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사가로 만든 곡 가 좋은 반응을 얻자 아예 가수로 겸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처럼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뒤늦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또 다른 도전에 나서는 분위기가 많은 이들에게 작은 자극제가 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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