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70초 사이에 두 골이 들어갔다. 즉 70초 전에만 해도 인천 유나이티드는 2003년 창단이후 17년만에 첫 강등을 당할 위기였다. 하지만 70초의 기적으로 인해 역전승에 성공했다.

70초의 기적에 대해 인천 조성환 감독은 “울컥했고 이게 지도자의 보람”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골을 넣은 선수들은 “감독님께 꼭 보답하고 싶었다”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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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24일 오후 4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6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경기에서 2-1로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43분 부산 이동준이 중앙선부근에서 왼쪽으로 벌려준 패스를 왼쪽 풀백 이상준이 돌파 후 올린 크로스를 인천 이태희 골키퍼가 쳐냈다. 이때 이태희가 쳐낸 것이 하필 문전으로 쇄도하던 이동준의 머리를 향했고 이동준은 다이빙헤딩 슈팅으로 선제골을 만들었다.

인천은 후반 29분 센터포워드 무고사가 왼쪽으로 나와 올린 크로스를 후반시작과 동시에 교체투입됐던 김대중이 헤딩 동점골을 만들었다.

이 기쁨도 잠시, 골넣은지 1분만인 후반 30분 이번에는 인천 정동윤이 왼쪽에서 단독 돌파 이후 때린 슈팅이 부산 수비맞고 굴절돼 그대로 부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적같은 동점골에 역전골이 단 1분사이에 나왔고 인천은 그렇게 드라마를 썼다.

정확하게 김대중의 동점골이 들어간 것은 후반 29분 7초였고 정도윤의 역전골이 들어간 것은 후반 30분 17초경이었다. 즉 70초 사이에 두 골이 들어간 것이다. 70초 사이에 강등을 확정할뻔했던 팀은 잔류경쟁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 인천은 여전히 꼴찌다. 오는 30일 최종전만 남겨둔 상황에서 인천은 승점 24점, 성남과 부산은 승점 25점이다. 인천은 FC서울 원정경기, 성남과 부산은 맞대결이다. 인천이 잔류할 경우의 수는 승리하거나, 혹은 비겨도 부산과 성남이 적은 득점을 내며 승패를 내는 경우의 수다. 여전히 불리하지만 70초의 기적 덕에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조성환 감독은 70초의 기적 당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전날 열린 수원 삼성-성남FC의 경기에서 성남이 이기면서 우리에겐 최악의 결과였고 부담됐다. 솔직히 지난 일주일동안 정말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골이 연속해서 들어갔을 때 마음이 좀 울컥했다. 이게 지도자의 보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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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조 감독은 최종전 서울전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쏟아내는 경기를 하겠다. 체력적 전술적으로 모든걸 쏟아붓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음을 알렸다. 이겨야만 하는 경기다.

경기 후 골을 넣은 김대중-정동윤 두 선수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동윤은 “솔직히 성남-수원전을 보고 선수단의 표정이 다들 안 좋았다. 심리적으로 많이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절대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지말라. 승패가 어떻게 되든 박수받을 경기를 하자’고 하셨다”고 전했다.

또한 “경기전 코칭스태프에서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옵션 4~5가지를 말해줬다. 근데 정말 그 상황들이 90분을 뛰며 모두 나왔다. 말씀하신대로 나왔고 선수들도 말한대로 잘 이행했다”고 말했다.

동점골을 넣은 김대중은 “감독님이 믿어준 것에 보답하고 싶었다. 울컥하고 보람차다는 감독의 말씀이 저희에게 힘이 된다”며 웃었다. 또“솔직히 인천은 늘 잔류를 해왔으니까 잔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잔류를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태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기에 이번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정동윤도 “사실 그동안 감독님이 부담감이 크셨을텐데 항상 아침에 웃으시면서 인사해주신다. 그런식으로 선수들을 관리해주셨다”고 덧붙였다.

70초의 기적을 만든 선수들은 조성환 감독과 코칭스태프에 감사를, 감독은 ‘보람은 느낀다’며 울컥해했다. 15경기 연속 무승팀이었던 인천은 조 감독 부임 이후 6승1무5패로 반등했다. 아직 꼴찌지만 최종전에서 과연 꼴찌를 면하며 잔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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