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만화나 소설로 써도 비현실적인 커리어다. 2008 유로-2010 월드컵-2012 유로 대회에서 스페인이 '티키타카'로 우승할때 주장으로 트로피를 들때 항상 먼저 들었다.

클럽 커리어에서는 19살의 나이에 꿈의 무대인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역이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로 남았고 이후 이적한 포르투에서도 역대급 선수가 됐다.

스페인의 이케르 카시야스(39)는 꿈만 같은 완벽한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었다.

카시야스는 4일(이하 한국시각) SNS를 통해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카시야스는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과 동반자다. 나는 그렇게 꿈의 목적지에 도달했다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축구선수로써 이룰 수 있는 완벽한 커리어를 갖췄기에 할 수 있는 은퇴사다. 카시야스의 대단했던 커리어를 간략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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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레알 마드리드 주전+핵심

레알 마드리드 ‘성골’ 유스인 카시야스는 골키퍼임에도 16세인 1997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벤치명단에 등록될 정도로 눈여겨보던 유망주였다. 18세인 1999년 레알 마드리드 1군팀에 데뷔한 카시야스는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최연소 골키퍼 데뷔(18세 177일, 이후 2017년 마갱신)를 이루게 된다.

카시야스는 2000년 5월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 발렌시아와의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며 19세의 나이에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의 주전 골키퍼가 되는 영광을 누린다. 이후 카시야스가 이루는 수많은 업적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카시야스는 레알 마드리드 부동의 주전 골키퍼를 꿰찬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로 패할때까지 주전 골키퍼였고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2015년까지 뛰며 5번의 라리가 우승, 2번의 코파 델 레이(FA컵) 우승, 3번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다.

카시야스 없는 레알 마드리드는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이 됐다. 카시야스 이후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데이비드 베컴, 호나우두 등이 영입되는 갈락티코 1기때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카 등이 영입되는 갈락티코 2기때도 카시야스는 늘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이자 중심이었다.

▶3연속 메이저 대회 ‘주장’으로 우승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으로 기억되던 카시야스를 더 위대하게 만들어준 것은 역시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의 ‘주장’이었다는 점이다.

‘무적함대’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늘 메이저대회 성적이 좋지 않던 스페인은 2008년을 계기로 ‘티키타카’로 세계 축구를 정복한다. 사비 에르난데스-안드레 이니에스타가 그 핵심이긴 하지만 카시야스의 존재를 잊어선 안된다.

카시야스는 스페인 대표팀의 주장으로 유로 2008과 2010 월드컵, 유로 2012까지 스페인이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수많은 선방과 더불어 반목이 심했던 레알-바르셀로나 중심의 팀에서 중심을 잡았다. 감독이 바뀌고, 3연속 메이저대회에 나가도 주장 완장은 늘 카시야스였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세계 축구사에 한 페이지로도 모자랄 큰 업적인 스페인의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 때 카시야스가 모두 주장이었다는 것만으로 카시야스는 그 어떤 골키퍼도 누리지 못한 업적을 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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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에서만 700경기+… 포르투에서도 레전드

2014년 12월, 카시야스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만 700경기를 출전하는 대위업을 세웠다. 하지만 조세 무리뉴 감독시절이던 2012~2013시즌부터 로테이션급 멤버로 입지가 조금씩 좁아졌고 워낙 이르게 활약했던만큼 전성기에서도 한단계 내려오는 속도가 빨랐다.

2013~2014시즌은 리그에서 고작 2경기밖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 어색한 시즌을 보낸 카시야스는 카를로스 안첼로티 감독 아래서 2014~2015시즌 다시 주전으로 회복한 후 2015년 여름 포르투갈의 강팀 FC포르투로 이적하게 된다. 세계 축구 주류와는 거리가 먼 포르투로 이적했기에 카시야스 역시 전성기가 지난 것은 인정해야했지만 포르투에서도 4시즌 연속 부동의 주전 골키퍼를 지킬 정도로 활약했다.

포르투에서도 두 번의 리그 우승을 경험한 카시야스는 현재까지도 유럽대항전 188경기 출전으로 역대 1위(2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177경기) 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포르투에서도 탄탄한 방어를 보이며 레전드로 인정받을 정도로 입지가 탄탄했다.

카시야스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어린시절부터 많은 경기를 뛰고 촉망받았고 반사신경 부분에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야신을 넘어 가장 위대한 골키퍼가 될거라고 많은 기대를 받았다. 실제로 그가 이룬 업적도 골키퍼의 끝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30대 초반이 넘은 이후 찾아온 쇠퇴기가 골키퍼라는 포지션임을 생각하면 다소 빠르게 찾아왔다는 것이 아쉽다. 그렇기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끝까지 뛸 수 없었던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만 총 725경기, 포르투에서도 156경기. 세계 최고였던 스페인 국가대표에서도 167경기. 스페인 대표팀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의 주장. 이 화려한 커리어는 너무 만화같아서 믿기 힘든 카시야스가 이룬 업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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