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의 영웅이자 중동에 한국 축구의 개척자로 활약하며 끝내, 제주 유나이티드의 레전드로 남은 조용형(37)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스포츠한국은 조용형의 고향인 인천에서 만나 파란만장했던 선수생활 전체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중동 축구와 제주 유나이티드에 대한 그의 깊은 생각에 대해 들어봤다.

‘조용형을 말하다’ 인터뷰는 총 3편으로 조용형이 처음으로 털어놓는 선수 은퇴 이유부터 인터뷰 기사를 게재한다.

‘조용형을 말하다’ 인터뷰 시리즈
‘제주 레전드’ 조용형, 은퇴 선언… 지도자로 새출발[조용형을 말하다①]
이천수보며 꿈 키운 조용형, 박지성과 월드컵 16강을 일구다[조용형을 말하다②]
조용형이 말하는 중동-말라가-제주 “제주는 날 4번 불러준 곳”[조용형을 말하다③]

ⓒ프로축구연맹
▶월드컵 이후 카타르 진출, 중동에 한류축구 붐을 일으키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전경기 풀타임 출전을 하며 한국의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공신이 된 조용형에게 해외진출 러브콜이 쏟아졌다. 유럽 빅리그의 제의도 있다는 등 보도가 쏟아졌지만 실상은 달랐다고.

“보도는 많았죠. 하지만 구체적인 오퍼를 보내온 곳은 없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카타르의 알 라얀에서 제의가 온거죠. 제주 구단도 만족할 이적료에 연봉도 엄청났죠. 솔직히 유럽 진출에 대한 욕심은 있었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었어요. 그러다 카타르 오퍼마저 날릴 수 있었으니까요. 결국 선택의 시기가 다가왔고 카타르행을 결정했죠.”

한창 제주는 K리그 1위를 내달리며 창단 첫 우승이 눈앞에 다가오던 시기였다. 조용형 스스로도 “월드컵에 다녀오니 K리그가 너무 쉽더라. 쉽게 공을 찰 수 있고 즐기면서 공을 찰 정도가 됐다. 그래서 ‘선수는 높은 무대에서 뛰어야한다’는 말을 누구보다 공감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결국 제주는 2010년 FC서울에게 막혀 통한의 준우승에 그친다. 이후에도 조용형이 복귀했던 2017년 준우승이 최고성적. “그때 우승을 했어야한다. 그래서 제주에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와서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다. 그래도 제가 나가면서 유망주였던 홍정호가 경기에 뛰면서 성장할 수 있기도 했다”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중동의 카타르는 한국축구 입장에서는 불모지였다. 조용형 진출 이전에는 설기현, 이영표 등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뛴 적은 있었지만 조용형과 이정수가 월드컵 이후 진출하며 한국 선수가 첫 발을 내딛었다.

“8월에 처음 카타르에 갔는데 한낮 온도가 47도더라고요. ‘이런곳에서 어떻게 사나’ 싶었는데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더라고요. 3달쯤 지나니 적응이 되고 카타르에서는 워낙 대우도 좋고 한국보다 성적에 대한 압박도 덜해서 정말 행복하게 공을 찼죠.”

압박은 덜했다지만 그건 조용형이 선수단의 모범이 됐기 때문에 주어진 보상이었다. 선수생활 내내 성실함만큼은 어딜가도 인정받던 조용형의 모습은 프로의식이 부족한 카타르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 감독은 선수단에게 항상 ‘저기 조(CHO)를 봐라. 저렇게 몸 관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번은 경기 중에 코뼈가 부러졌는데도 교체하지 않고 끝까지 풀타임으로 뛰었어요. 그리고 경기 직후 곧바로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갔죠. 그 모습에 코칭스태프들이 엄청 감동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한국 선수들은 원래 그렇잖아요. 자기보다 팀을 생각하고 끝까지 하려는 그런 정신력 말이예요.”

당시 카타르에는 조용형과 이정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이 중동에서 좋은모습을 보이자 물꼬가 터졌고 이후 한국 선수 십여명이 진출했다. 지금도 카타르에는 남태희, 구자철, 정우영, 이재익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뛰고 있다. 조용형을 시작으로 한국선수들의 성실함이 인정받은 결과였다.

“(이)정수 형과 얼마전에도 얘기했는데 이렇게 중동에 선수들이 많아지고 한때는 ‘중동붐’이라고 불린 것에 대해 저희끼리 자부심이 있어요.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정말 한국 선수들이 그렇게 열심히 할 수가 없더라고요. 기본연봉을 받는 선수들부터 성실하게 모두 훈련을 착실히하고 프로의식을 가지고 몸관리를 하더라고요. 카타르와 중국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프로의식이 결여된 모습이 많은데 이러니 한국이 괜히 아시아 축구강국이고 K리그가 최고 리그가 아니라는걸 새삼 실감했었죠.”

ⓒAFPBBNews = News1
▶말라가 이적 무산과 중동 떠나 중국 진출

처음에 2년계약을 하고 간 카타르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고 팀의 모범이 되는 조용형에게 계속 계약을 연장했다. 하지만 카타르에서의 2년이 지나고 조용형은 기로에 섰다. 바로 스페인 라리가의 말라가 이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였다.

“카타르 이적 당시 공식 레터에도 2년 후 말라가 이적할 수 있는 조건이 정확하게 명기되어 있었기 때문에 카타르에 진출한거였어요. 실제로 2년 후에 알라얀과 말라가 측에서 이적에 대해 의논하기도 했죠. 그런데 중요한건 말라가가 당시 막대한 자금을 풀어 세계 각지에 좋은 선수를 보강하던 상황이었고 당시 감독은 저를 써보겠다는 의사가 없어보였어요. 게다가 말라가로 가면 연봉 역시 엄청난 삭감을 해야만하는 상황이었죠. 물론 제가 카타르에서 2년을 뛰다보니 타성에 젖었던 탓도 있었죠. 결국 가서 뛰기도 힘들 스페인보다 카타르 잔류를 택하게 됐죠.”

결국 유럽진출을 해보지 못한채 선수생활을 마감한 조용형 입장에서도 당시에 대한 아쉬움이 든다고. “차라리 중동을 거치지 않고 유럽을 바로갔다면 몰라도 중동을 들렸다가 간다는건 정말 힘들어요. 게다가 아시아 중앙 수비수에 대한 인식은 지금도 여전히 부정적이잖아요. 그때는 더 심했죠”라며 “지금 김민재가 유럽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하는데 저도 민재를 봐왔지만 아마 가면 분명히 통할거라고 믿어요. 그런데 유럽에 진출하는 과정 자체가 정말 쉽지 않을거예요. 그만큼 아시아 수비수에 대한 믿음이 유럽에는 많이 약한게 사실이죠. 그래서 전 홍정호가 그렇게 아쉽고 안타까워요. 독일 분데스리가까지 뛰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카타르를 떠날 당시 동료들이 열어준 송별회 모습
2014년을 끝으로 카타르 생활을 청산하고 중국으로 떠날 때 조용형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놀랐다고. 당시 조용형이 팀을 떠나는 것이 확정되자 소속팀 선수들은 물론 팀을 떠났던 다른 선수들까지 조용형을 위한 송별회를 찾아와 케이크와 꽃다발은 안기기도 했다.

“정말 고마운 일이었죠. 성대한 송별회를 해주는데 못볼 줄 알았던 예전에 뛰었던 선수들도 왔더라고요. 사실 외국인 선수였기 때문에 그런 대우를 해주기 쉽지 않을텐데 떠날때까지 ‘내가 이 팀에서 열심히 했구나’를 인정해주니까 참 고마웠죠.”

카타르를 떠나 조용형은 중국 슈퍼리그의 스좌장 융창으로 이적했다. 2015년과 2016년 2년을 뛰며 중국 축구를 경험한 소감에 대해 “일단 연봉은 카타르 시절보다 많이 깎였었죠. 그런데 중국은 승리 수당이 세더라고요. 마침 제가 이적하자마자 승격팀이었던 스좌장이 리그 7위까지 올랐어요”라며 웃으며 “중국 선수들은 ‘의리’, ‘형님’ 문화가 굉장히 강해요. 항상 경기를 이기면 맥주마시자고 매번 연락이 와요. 또 그렇게 연락도 안오는데 안 먹기도 애매하잖아요. 정말 중국에서 뛴 2년동안 평생 먹을 술을 다 먹었죠. 하하.”라며 중국 무대를 회상했다.

그렇게 조용형은 카타르에서 4년반, 중국에서 2년을 보낸 후 2017년 다시 제주로 돌아왔다. 제주 레전드의 귀환이었다.

카타르를 떠날 당시 동료들이 열어준 송별회 모습
▶제주만 생각한 제주 레전드… 성실성과 예측력으로 극복했다

중국을 떠나 한국 복귀를 결심했을 때 조용형의 머릿속에는 오직 제주 복귀밖에 없었다고 한다.

“솔직히 1억원 이상의 차이만 나지 않으면 금액이 적어도 친정팀인 제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제가 외국을 다녀온지 7년이라 감독님도, 선수들도, 구단 직원 대부분 바뀌었지만 제주로 돌아가는게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2017년 조용형이 영입되자마자 제주가 조용형이 떠난 2010년 이후 7년만에 다시 K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이후 1편에서 언급한대로 2018년까지 선수로 뛴 후 제주를 6개월간 떠났다 지난해 여름 선수겸 코치로 재영입돼 활약했다. 비록 팀의 강등을 막지 못했지만 조용형은 제주로 연고이전 당시부터 제주의 K리그1 마지막까지 있던 유일한 선수였다. 제주의 시작과 현재를 모두 함께한 진정한 ‘레전드’인 셈이다.

“돌이켜보면 제주는 저를 4번이나 찾아준 구단이에요.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이전을 할 당시에 한번, 성남에서 1년만에 재영입할 때 한번, 그리고 해외에 돌아올 때 한번, 마지막으로 지난해 6개월을 쉬고 선수 겸 코치로 돌아갔을 때 한번. 어떤 팀이 한 선수를 네 번이나 불러주나 싶어요. 구단이 절 어떻게 봐주시는지 잘 알기에 지난해 팀의 강등을 막지 못해 누구보다 가슴 아팠죠. 언젠가 제주에서 말단의 자리라도 불러준다면 감사히 달려가려고요.”

그래도 “선수로써 K리그에서도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월드컵에도 나가봤다. 해볼건 다 해봤기에 만족한다”고 말하는 조용형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물었다.

“제가 빠르지도, 피지컬이 좋은 선수도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계속 뛸 수 있던 건 영리하게 공을 차고 예측력이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항상 실점상황에 많이 보여 욕을 먹었지만 그건 예측력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생각나요. 그리고 수비수로써 패스와 킥에 자신감이 있었죠. 결국 부족한 피지컬과 스피드를 축구 센스와 다른 부분으로 메웠고, 그걸 선수생활 내내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은 훈련의 성실성으로 해낸 선수로 기억되고 싶네요.”

제주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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