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귀포=이재호 기자] *1982년 창단 이후 K리그의 명문 구단이던 제주 유나이티드가 창단 37년만에 굴욕의 강등을 당했다. 2년전인 2017시즌만해도 K리그1 준우승을 했던 팀이기에 2년만의 몰락이 더욱 충격적이다. 제주 유나이티드 담당 기자가 보는 제주의 강등 이유에 대해 시리즈 기사를 통해 알아본다.

신임사장 부임후 제주는 준우승팀서 강등팀 됐다[취재파일①]
'영입은 대실패-내보낸 선수는 대성공' 제주의 스카우트[취재파일②]
‘알아서 원정와’ 제주 내부에는 어떤 몰상식한 일이 있었나[취재파일③]

프로축구연맹 제공
▶준우승 후 많았던 핵심선수의 군입대, 안일했다

2017 준우승 이후 제주는 올해까지 군입대 선수들의 명단이 참 화려했다. 2018시즌 전에 안현범과 윤빛가람이 떠났고 시즌 초반 정운이 떠났다. 양쪽 윙백과 핵심 중앙미드필더가 팀을 떠난 것이다.

그리고 올시즌을 앞두고는 류승우, 이찬동, 진성욱이 상주 상무에 입대했다. 이찬동은 허리에서 진공청소기 역할을 하던 핵심 미드필더며 류승우와 진성욱은 국가대표급 공격수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게 타팀보다 특히 제주는 핵심선수들의 군입대 러시가 최근 2년사이 몰렸다. 이 선수들은 모두 팀 성적에 결정적 역할을 하던 선수들인데 이들은 나가는데 여기에 대한 보강은 매우 부실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제주는 강화부까지 신설해 박동우 강화부장을 중심으로 선수 스카우트의 체계화를 천명했다. 하지만 군입대 선수에 대한 공백은 물론 영입 선수와 방출 선수의 극명한 활약 대비로 대체 선수 스카우트는 어떻게 했는지 의심될 정도로 실패했다.

제주 제공
▶영입 선수는 모조리 실패

2017년 준우승 이후 2018, 2019시즌 제주의 영입과 방출 면면을 보면 왜 제주가 강등을 당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일단 영입한 선수 중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올시즌만 해도 시즌전 제주 최고 영입은 지난시즌 도움 2위(10도움)였던 아길라르를 인천에서 영입한 것이다. 하지만 아길라르는 시즌 내내 기존 외국인 선수인 마그노와 포지션 중복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성향이 비슷하고 위치도 비슷한데 두 선수 모두 측면으로 보내기는 힘들었다. 선수단 내부에서는 수비가담이 적고 지나치게 공을 끄는 아길라르에 대한 반발심이 표출되기도 했다.

막상 강등이 현실화되니 급하게 ‘폭풍영입’한 이번 여름이적시장에 데려온 선수는 전부 실패했다. K리그2 수원FC에서도 백업이던 김대호는 한경기 출전에 그쳤고 수원 삼성 백업이던 임상협도 3경기 0골이었다. 야심차게 영입한 9번 공격수 오사구오나는 축구선수인지 럭비선수인지 모를 축구실력이었다. 전북에서 데려온 공격수 이근호도 골을 넣으라고 데려왔는데 13경기 1골에 그쳤다.

김호남을 주고 데려온 남준재는 14경기 3골 1도움을 하긴 했지만 떠난 김호남이 인천에서 결승골 제조기로 인천 대반등의 핵심이 되며 실패한 트레이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올시즌을 앞두고 임대영입한 윤일록(11골)이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 날 뻔 했다. 겨우 한명 성공한 셈이다.

최악의 영입이된 오사구오나. 프로축구연맹 제공
▶방출한 선수는 떠나서 대성공

반면 제주가 방출해서 내보낸 선수 중 대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다. 당장 프랜차이즈로 키우겠다고 신인영입을 했던 정태욱은 1년만 써보고 ‘발이 너무 느리다’는 이유로 대구FC로 보냈다. 정태욱은 올시즌 대구의 돌풍의 핵으로 활약하고 있고 U-22대표팀 김학범호의 주장까지 맡을 정도로 완전히 성장했다. 반면 정태욱을 주고 받아온 정우재는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또한 작지만 강한 윙어 김현욱을 내보냈는데 김현욱은 파이널A 그룹에 오른 강원FC에서 30경기나 뛰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김현욱을 보내고 받은 임찬울은 11경기 0골에 그쳤다.

올시즌을 앞두고 FC안양으로 이적시킨 김상원은 33경기 6골 8도움의 맹활약으로 안양의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을 거두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리고 남준재를 받고 내보낸 김호남은 ‘생존왕’ 인천의 아이콘이 됐다.

2018시즌을 앞두고도 미드필더 문상윤을 성남FC로 보냈는데 문상윤은 성남FC 승격공신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방출했던 베테랑 김호준 골키퍼는 올시즌 강원의 주전으로 팀 돌풍을 이끌었다. 올시즌 제주는 김호준을 보내고 주전 골키퍼를 맡겼던 이창근 골키퍼가 크게 흔들리며 여름이적시장에 급하게 울산에서 오승훈을 데려와야 했다.

정태욱의 2019시즌 대구에서의 모습(상단)과 2018시즌 제주에서의 모습. 프로축구연맹 제공
▶국가대표만 되면 선수 팔기에 급급한 제주

제주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구자철은 물론 홍정호 등 좋은 선수들이 제주를 거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제주는 근래들어 국가대표급 선수가 나오면 팔아서 이적료 챙기기에 급급했다. 당장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멤버로 오반석이 뽑혀 월드컵을 다녀오자 그해 시즌 중에 UAE 알와슬로 이적시켰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며 핵심 중앙 수비수이자 주장까지 지냈던 선수를 기회가 생기니 바로 팔아버린 것이다.

또한 황일수도 2017시즌 군 제대 후 국가대표가 되자 곧바로 2018시즌을 앞두고 울산으로 이적 시켰다.

2017시즌 13골 3도움으로 제주 최고선수였던 마그노 역시 주가가 오르자 붙잡고 더 활용하려기보다 UAE 알샤르자로 시즌 중에 보내려다 메디컬 테스트에서 떨어지며 이적에 불발되기도 했다.

2018시즌을 앞두고 팀의 핵심이었던 이창민 역시 중동에 보내려다 메디컬 테스트 실패로 다시 돌아왔었다. 올시즌도 이창민을 아시아 타팀에 보내려다 막판 합의가 안돼 실패했다는 것이 이적시장 관계자의 전언이기도 하다.

이처럼 팀의 핵심 선수로 국가대표급이 생기면 이적료를 챙겨 팔 생각만 하는 제주다. 자신의 팀에서 좋은 선수가 나오면 제대로 대우를 하며 지키고 그런 선수를 더 늘려 우승에 도전하는 구단이 되어야하는데 이적료 수익만 생각하고 있으니 팀분위기는 불보듯 뻔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에서 국가대표가 된 오반석. 곧바로 팀을 떠났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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