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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느냐, 스페인전 악몽이 재현되느냐.

월드컵 예선에서의 잇따른 부진으로 흔들리고 있는 벤투호가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다. 벤투호 출범 이래 가장 강력한 상대를, 중립지역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피파랭킹 39위)은 19일 오후 10시30분(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피파랭킹 3위 브라질과 격돌한다.

브라질은 벤투호 출범 이후 가장 피파랭킹이 가장 높은 상대이자,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가장 강력한 상대다. 특히 전장이 안방이 아닌 중립지역이라는 점에서 벤투호, 그리고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벤투호는 앞서 우루과이(피파랭킹 5위)나 콜롬비아(12위)를 꺾고, 칠레(12위·이상 당시 피파랭킹)와 비기는 등 강팀들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다만 이 3경기 모두 만원관중 속 홈에서 열린 경기들이었다는 점에서, 중립지역에서 열리는 이번 경기는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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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흔들리고 있는 벤투호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혹은 위기가 될 수도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북한(피파랭킹 113위) 레바논(91위) 원정에서 잇따라 무득점 무승부에 그치는 등 벤투호의 최근 행보는 썩 좋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9월 중립지역(터키)에서 열린 조지아(94위)와의 평가전에서도 졸전 끝에 비기는 등 축구팬들의 실망도 점점 짙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 만약 브라질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분위기는 단번에 바뀔 수 있다. 결과를 떠나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로 나름의 경쟁력만 보여주더라도 벤투호의 항해에는 힘이 붙을 수 있다. 벤투 감독의 용병술이나 전술 등에 대한 비판 여론도 사그라짐은 물론이다.

문제는 내용도, 결과도 최악에 다다를 경우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던 시절 스페인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배경이다.

당시 슈틸리케호는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아시안컵 준우승은 물론 월드컵 2차 예선도 전승으로 통과했다. 그러나 중립지역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민낯이 드러났다. 당시 한국은 결국 6골이나 내주며 1-6으로 참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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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전력 차를 떠나 시종일관 무기력했던 경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세계적인 팀을 상대로 고스란히 드러난 슈틸리케호와 한국축구의 민낯은, 슈틸리케 감독의 입지를 급격히 줄어들게 만들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이후 최종예선에서조차 부침을 겪다가 경질됐다. 슈틸리케 감독의 입지가 '급변'한 지점이 바로 중립지역에서 열린 스페인전이었다.

어차피 객관적인 전력상 브라질전 승리를 기대하는 축구팬들은 많지 않다. 대신 그라운드 위에서 어떠한 경쟁력을 보여주느냐, 1년 넘게 준비해 온 벤투 감독의 색채가 어떻게 묻어나오느냐에 팬들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예정이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이른바 ‘졌지만 잘 싸운’ 경기라는 의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도저도 아닌 경기력을 보여주는데 그친다면, 3년 전 스페인전 악몽이 재현되기라도 한다면 벤투 감독은 더욱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월드컵 예선에서의 부진까지 맞물려 팬심이 더욱 들끓게 됨은 물론이다.

한편 한국과 브라질의 역대전적은 1승4패로 한국이 열세다. 유일한 1승은 1999년 잠실에서 열린 친선경기였는데, 김도훈 현 울산현대 감독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은 2013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경기로 당시 한국이 0-2로 졌다.

한국과 브라질전 중계는 SBS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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