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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풀영상을 틀었을 때 출입기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는 볼만한데?’였다. 물론 SD급 4:3 화질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 솔직히 요즘 이런 영상을 보기가 힘들 정도다.

하지만 아예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일까 싶었던 화질에 비하면 이정도면 ‘볼만했다’. 물론 화질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전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최근 며칠간 가장 핫한 키워드였던 남북축구 영상을 굳이 ‘화질’을 이유로 중계취소한 것은 핑계로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 30분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3차전 북한과의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축구대표팀은 17일 오전 귀국해 해산했다. 북한에서 중계를 허용치 않아 방송이 불발돼 간단한 경기상황만 전달됐을 뿐이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17일 오후 취재기자단에만 북한을 통해 받은 경기영상을 취재목적으로 상영했다. 상영 1시간 반 전에야 급하게 공지됐기에 이날 자리에는 약 30여명 모자라는 기자들만 참석했다.

이 영상공개 이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하이라이트 영상도 송출됐다. 이를 통해 일반 팬들도 어느정도 화질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경기내용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물론 화질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 최첨단의 2019년, UHD가 나오고 8K등 화질 경쟁이 치열한 현재 이런 화질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냉정하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방영되면 안될 화질의 수준은 맞았다.

하지만 이 경기는 특수성이 있었다. 최근 며칠간 남북축구는 가장 큰 화제였다. 단순히 체육계를 넘어 전국민적 관심이 있었다. 여기에 방송국에서 남북축구만큼 핫한 콘텐츠는 없다. 이렇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KBS 측은 ‘화질’을 문제로 녹화중계마저 포기했다.

대한축구협회는 “DVD를 가져와 공항에서 확인했다. 방송 대표로 KBS 담당피디가 봤다. 확인 결과 보다시피 화질이 SD급, 4:3 비율이며 원본도 아니고 복사본이기에 결국에 방송용으로는 부적합하다고 했다. 즉 북한이 준 것은 중계용이 아니라는 판단을 방송국에서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화질 문제 외에도 문제가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상업적으로 사용불가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어떻게 배포할지는 매우 불명확했다. 내용물을 어디까지 활용할것인가에 대해 북한의 승인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반응을 봤을 때 북한이 얼마나 정확하고 신속히 올지 의문이다”라며 북한으로부터 이 영상의 사용범위에 대해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었다는 해명도 내놨다. KBS의 양승동 사장은 마침 이날 열린 국정감사에서 “북한축구협회에서 방송용이 아닌 기록용 제공을 전제로 줬다. 지상파에 줬다기 보다 양국이 기록 차원에서 공유한 것"이라며 "이걸 방송하면 나중에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대한축구협회에서 설명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화질의 문제도 있지만 북한으로부터 영상에 대한 사용범위를 정확히 이해받지 못했기에 중계 불발이 됐다는 이유가 더 클 수 있다. 물론 의문은 북한에 영상을 받을 때 이런 부분을 왜 명확히 하지 못했는가와 더 명확하게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할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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