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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거스 히딩크(73) 감독이 중국 올림픽축구대표팀(U-23)에서 경질됐다.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1년 만이자, 올림픽 예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이다.

중국축구협회는 20일(이하 한국시각) 히딩크 감독을 경질하고 하오웨이(42)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는다고 공식발표했다. 중국축구협회가 밝힌 히딩크 감독의 경질 사유는 ‘효과적이지 못한 올림픽 예선 준비’다.

올림픽 예선(AFC U-23 챔피언십)을 4개월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히딩크 감독은 최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의 평가전에서 0-2로 완패한 뒤 현지 언론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고, 결국 제대로 된 도전조차 해보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이 제대로 올림픽을 준비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데다가, 연령별 대표팀 특성상 아직 많은 것을 보여주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결정이다.

최근 안방에서 베트남에 패배하긴 했으나, 당시 경기는 선수교체 수가 사실상 무제한이었을 정도로 평가전보다는 ‘친선경기’였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박항서 감독 역시 승리에 의미를 두지 않을 정도로 중국의 전력 역시 정예와는 거리가 멀었던 경기이기도 했다.

오히려 히딩크 감독이 이끈 중국은 앞서 지난 AFC U-23 챔피언십 예선 당시 라오스를 5-0으로, 필리핀을 8-0으로 대파하는 등 조 1위로 본선(올림픽 예선) 진출을 확정했던 상황. 히딩크 감독은 아직 조 추첨조차 진행되지 않은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허망하게 내쳐진 셈이다.

중국축구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기도 하다. 중국 선수들이 가진 기본적인 기량들은 무시한 채, 그저 사령탑만 바뀌면 단번에 팀 전력이 크게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다.

예컨대 지난 베트남과 중국과의 평가전 당시에도 중국 선수들의 기본기 자체가 크게 뒤처지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술 등의 문제가 아닌, 기본적인 볼 컨트롤이나 패스 등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장면들이 수차례 있었다.

비단 U-23 대표팀뿐만이 아니다. 최근 중국축구는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스페인) 알랑 페렝(프랑스) 마르첼로 리피(이탈리아) 감독들이 A대표팀을 이끌었으나, 누구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국축구는 감독이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른 배경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되어 온 선수들의 육성 문제나 기본적인 실력 부족 등에 대한 현실은 무시한 채, 그저 사령탑 교체만으로 반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중국축구의 착각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엔 히딩크 감독이 그 착각의 희생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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