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의 황금기를 이끈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35·사간 도스)가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토레스는 23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로서 최고 컨디션에 이르지 못했다"라며 "은퇴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8월 23일 빗셀 고베와 경기를 고별무대로 삼을 예정이다. 고베에는 토레스가 스페인 국가대표 시절 동료인 안드레 이니에스타와 다비드 비야가 뛰고 있다. 토레스는 이후 사간 도스 어드바이저를 맡는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마드리드·스페인), 리버풀, 첼시(이상 잉글랜드), AC밀란(이탈리아) 등 빅리그 명문팀을 거친 토레스는 스페인 대표팀의 공격수로 활약하며 한 차례의 월드컵 우승(2010년)과 두 차례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 우승(2008·2012년)을 차지했다. 세계 축구팬들은 울고 웃게 했던 그를 떠나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성장 과정과 활약상을 되짚어본다.

'[굿바이 토레스①] ATM 승격시킨 토레스, 호나우도와 비견된 전설의 시작'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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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의 강점은 큰 키에도 폭발적인 스피드를 유지하는 탁월한 밸런스다. 게다가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파고든 뒤, 볼을 받아 득점하는 타고난 골 결정력은 공격수가 가져야 할 능력의 화룡점정이었다.

이쯤되면 빅리그 강팀들의 타겟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첼시(잉글랜드)가 2002~2003시즌이 끝난 직후 토레스 영입 의사를 밝혔다. 당시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막 선수 영입을 시작한 첼시가 제시한 이적료는 무려 2800만파운드로 현재 한화로 약 41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AT마드리드 구단은 첼시의 제안을 거절했다 전했다. 프리메라리가 정상급 득점력과 빅클럽의 러브콜까지 더해지면서 토레스의 몸값은 날이 갈수록 치솟았다.

그는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한 2003~2004시즌 도중 꿈이었던 스페인 A대표팀에도 발탁됐다. 그는 2003년 9월 포르투갈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유로 2004에서 교체 선수로 뛰며 세계 무대를 경험한 토레스는 소년에서 성인 공격수로 성장했다. 자타공인 프리메라리가 정상급 골잡이 반열에 오른 것이다. 2004-2005시즌 16골, 2005-2006시즌 13골을 몰아치며 기복없은 득점력을 과시했다.

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주전 골잡이도 꿰찼다. 독일월드컵 유럽 예선 11경기에서 7차례 골망을 흔들며 스페인 대표팀 내 최다골을 작성했다. 생애 첫 월드컵은 토레스는 3골을 터뜨리며 다비드 비야와 나란히 팀 최다골을 기록했다.

토레스와 현 AT마드리드의 감독인 디에고 시메오네의 현역시절 함께 뛴 모습. ⓒAFPBBNews = News1
하지만 스페인은 16강에서 프랑스를 만나 프랑크 리베리, 파트리크 비에이라, 지네딘 지단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1-3으로 패해 탈락했다. 토레스에겐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지만 성적을 챙기지는 못한 절반의 성공을 거둔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독일월드컵 직후부터 토레스는 유럽 빅리그의 명문 클럽들로부터 여러 차례 러브콜을 받았다. 젊은 데다 스타성까지 갖춘 토레스가 월드컵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에 반한 것이다. 2006-2007시즌 14골을 넣으며 성공적인 마무리를 한 토레스는 생애 처음으로 소속팀을 바꾸게 된다. 2007년 7월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강호 리버풀 입단을 발표했다.

당시 토레스의 이적료는 리버풀 역사상 최고액으로 알려졌다. 이때 리버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과 함께 프리미어리그의 빅4에 속했던 잉글랜드 대표 구단이었다.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가 강호 대열에 합류한 건 이 시점보다 몇 년 후다. 무엇보다 토레스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척도는 몸값이다.

이 시기 리버풀을 이끌었던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2008년 영국 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토레스의 몸값은 약 2000만파운드에 추정된다. 현재 한화로 약 300억원에 해당한다. 2007년 7월은 토레스의 기량이 만개하고 축구 인생의 전성기를 코 앞에 둔 순간이기도 하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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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송대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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