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감독이 ‘꼴찌’ 인천의 지휘봉을 잡은 이유 [인터뷰①]
유상철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의 ‘이유 있는’ 긍정론 [인터뷰②]
유상철 감독 “목표는 생존입니다, 올해‘는’” [인터뷰③]

ⓒ인천유나이티드
[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인천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은 직후 유상철 감독은 바로 팀 재정비에 나섰다. 코치진은 기존 코치진이 그대로 유지됐다. 그간 감독대행 역할을 맡았던 임중용 수석코치도 제 자리로 복귀해 유 감독을 보좌하기로 했다.

선수단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유상철 감독은 “훈련 외적인 부분은 터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선수들에게 “프로선수로서 자기관리에 더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유 감독은 “가정사도 좋고 개인적인 고민도 좋다. 언제든 와서 이야기를 해주면 도와주겠다”고 했다. 감독, 축구계 선배, 그리고 인생 선배로써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데 먼저 주안점을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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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감독이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

유상철 감독은 “선수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야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본 선수들이 대부분이어서 유 감독은 더 부지런하게 선수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유 있는 노력이다. 유상철 감독은 “전술과 전략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감독은 결국 선수들이 뛸 수 있게끔, 움직이게끔 만들어줘야 하는 사람”이라면서 “서로간의 신뢰는 그래서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한 선수에게 ‘네가 70밖에 가지지 못한 선수라고 해도, 나는 그 70을 믿겠다. 그러니 팀을 위해 열심히 뛰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면, 그 선수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 있다”며 “팀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감독이 날 이렇게 믿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러한 소통은 특정한 일부 선수들에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유상철 감독도 “특정한 선수들이 아닌 전체적으로 소통이 필요하다”면서 “물론 나는 중간에 팀에 들어왔기 때문에 처음 만나 본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데, 그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통은 비단 선수들을 향하지만은 않는다. 유상철 감독은 2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50여 명의 팬들과 만났다. 위기에 빠진 팀을 반드시 구해내겠다는 출사표를 팬들과 직접 만나 밝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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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감독의 진단, 그동안 열심히‘만’ 뛰었다

부임 후 유상철 감독은 올 시즌 인천의 지난 경기 영상들을 쭉 돌아봤다. 그리고 나름의 진단을 내놓았다. 구단 재정비를 위한 방향이 잡혔다.

유상철 감독은 “그동안 선수들이 열심히 안 뛴 것은 아니다. 다만 뛰는 양은 많은데,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기에 결과까지 가져오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선수들도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설명을 더했다. 유 감독은 “일체감이 없었다. 공격에 대한 패턴이나, 수비에 대한 위치, 약속된 플레이 등 정확한 틀이 안 잡혀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부임 직후부터 훈련을 이끈 유상철 감독은 흐트러진 틀을 잡는데 집중했다. 무엇보다 공을 소유하는 시간을 많이 늘어날 수 있도록 했다. 유 감독은 “예전에는 굉장히 바쁘게만 있었다. 공을 소유하고 있어도 효과적인 플레이가 잘 안 나왔다”며 “공을 소유하되 동료들이 뛰고 움직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5일 간 팀 훈련을 이끈 유 감독은 지난 19일 대구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렀다. 앞서 인천은 안방에서 대구에 0-3으로 완패를 당한 바 있다.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유 감독은 전형이나 선발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인천은 대구에 1-2로 졌다. 그러나 유상철 감독은 “기대 이상이었다”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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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첫 경기 후 선수들의 반응

유 감독은 “딱 5일 훈련을 하고 치른 경기였다. 생각 이상으로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며 “5일 만에 전술 등을 완전히 맞출 순 없다. 대신 내가 훈련 때 얘기했던 것들을,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해보려는 모습들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득점이 나온 것이 고무적이었다. 앞서 인천은 FA컵 포함 8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김진야의 크로스를 문창진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마침내 골 침묵을 깼다. 유 감독도 “예전하고 달랐다. 득점도 나오지 않았나. 다음 경기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지난 대구전과 비교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0-3 패배 당시 인천의 볼 점유율은 55%였지만, 이날은 62%로 올 시즌 구단 최고기록을 세웠다.

유상철 감독은 “선수들도 경기 후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재밌다’고 하더라. 힘들지만 선수들 스스로가 재미있는 축구를 한 셈”이라며 “총평 시간에도 선수들이 좋은 점들을 많이 이야기했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직접 느꼈다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유상철 감독은 “부임 후 첫 날 느낀 것이 있다”고 했다. 그는 “팀내에 잘 하는 선수와 좀 부족한 선수들의 격차가 굉장히 적다는 점”이라며 “덕분에 전술적으로 이해를 시키는 것이 수월할 수 있다. 전술적으로만 잘 잡아 놓으면 시너지 효과가 굉장히 클 것 같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유상철 신임 감독이 긍정적으로 팀의 미래를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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