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해외축구에서 경기 후 선수 평점을 보듯 K리그에서 심판들의 평점을 확인할 수 있을까. 실현가능성은 낮지만 이미 프로축구연맹 내부에서는 심판별 평점이 매겨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가뜩이나 판정 논란이 짙은 최근 상황에서 심판 불신을 풀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프로축구연맹은 2018년 2일부터 K리그 심판 교육관리 시스템인 ‘KRMS(K-League Referee Management System)’을 운영 중이다. 심판 교육의 체계화, 다양화를 위해 운영 중인 이 시스템은 K리그 심판 판정의 모든 데이터와 영상이 집대성된 포털사이트의 개념이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심판 개인별, 경기별, 상황별(파울, 경고, 퇴장, PK, 핸드볼, 오프사이드, 득점, VAR 리뷰 등)로 영상이 분류되어 열람과 다운이 가능한 이 시스템은 현재는 K리그 심판들과 심판위원들만 사용이 가능하다.

경기 후 24시간안에 영상이 올라오고 방송사의 화면을 받아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운영 중이다.

심판별로 얼마나 VAR을 많이 썼는지, 경기장에서 얼마나 뛰었는지 등 세부 자료까지 모두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2일 전북 현대-울산 현대전의 심판은 이 경기에서만 약 1400칼로리를 소모했다는 것, 최대 심박수가 180정도였다는 것까지 나올 정도다. 선수들의 활동량을 보는 히트맵이 심판에게도 적용돼 볼 수 있다.

가장 큰 관심이 가는 것은 단연 심판별 평점 항목이다. 각 경기당 심판 평가관이 있는데 경기 후 해당 심판이 얼마나 경기를 잘 운영하고 판정때 위치선정이 좋았는지 등을 판단해 평점을 매긴다. 이후 회의에서 평가위원들이 다시 평가를 해 평점을 확정하고 이 데이터가 쌓여 일정기간 후 2명씩 승격과 강등을 한다.

평균평점은 8.1~8.3 사이며 잘못했을 때는 7.9 이하로 내려간다. 이 평점 기준은 FIFA 기준에 맞춰져있다. K리그1 심판의 경우 평균적으로 8.2점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고 K리그2의 경우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수준 높은 심판이 상위리그에 배정되기 때문. 평점에 따라 승강이 결정되는데 소위 ‘납득불가경기’인 한 경기에 3~4개정도 결정적 오심이 있을 경우에는 곧바로 강등될 수도 있다.

심판진 내부에서는 승강제는 물론 월간 VAR로 오심 등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거부반응이 있다고. 모든 직업이 그렇지만 그 직업의 모든 것을 노출시켰을 때 거부감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심판도 사람인데’라는 말로 가혹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독, 단장, 선수도 몇 경기 실수하면 위치가 위태해지는 상황에서 심판도 다르지 않다는 여론이 더 힘을 받는다. 심판만큼 경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없기 때문.

또한 프로축구연맹은 내부에서라도 공개적으로 자료를 공유하고 통계로 볼 수 있게 하면서 심판들에게 ‘일관성’을 갖추게 하는 것은 물론 쉽게 비슷한 사례를 찾아 판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심판의 성향마다 다른 판정은 있을 수 있지만 경기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판정의 경우 ‘성향마다 다르다’는 핑계가 아닌 확실한 기준점을 잡을 수 있게 된 것.

프로축구연맹은 조금 더 시스템이 안정되면 등급을 나누어 미디어와 팬들에게도 판정 관련 영상 등 자료를 공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심판별 평점 등이 공개된다면 이는 프로축구연맹이 얼마나 투명하게 일을 하려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팬들은 내가 좋아하는 팀의 경기에 배정된 심판이 얼마나 좋은 평점을 받은 심판인지 알 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문제는 선수는 상품이지만 심판은 상품이 아니기에 개인 평가가 전국민에게 공개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만약 평점 낮은 심판이 배정된 경기의 경우 오심으로 의심되는 상황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가지게 될 불신 등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심판 내부에서의 반발이 워낙 클 것임은 자명하다.

프로축구연맹 측은 “심판의 저변이 워낙 얇은데 무리하게 공개하다 저변 확대의 위축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도 귀 기울여야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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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자신의 팀에 유리하게 판정을 볼 수밖에 없다. 미디어 역시 늘 객관적일 수 없다. 또한 팬이나 미디어나 심판 판정에 대해 확실한 전문가도 아니다.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도 못하다. 한 예로 경남FC와 강원FC의 경기때 경남 우주성이 전반 20분만에 퇴장을 당했는데 당시 백패스 실수로 상대 공격수를 하프라인 근처에서 손을 잡아챘었다. 팬들은 ‘겨우 저걸로 퇴장을 주냐’라고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은 “놔뒀다면 완벽한 루즈볼 상황에서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였다. 명백한 퇴장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른 부분이다.

프로축구연맹 측은 “시즌 전 이미 선수들에게 심판 판정에 대해 교육했다. 하지만 솔직히 선수들이나 구단이 돌아가서 다시 보는 경우가 적다. 차라리 선수들을 심판 강습회에 넣어 교육시키면 확실하게 심판 판정 상황에 대해 이해하더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심판 판정 상황은 늘 애매하다. 객관적으로 보려해도 누구는 오심이라고 하고 정심이라고 한다. 연맹 측도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평가회를 하는데 평가위원 사이에서도 오심인지 정심인지 갈릴 정도로 불분명한 상황이 있을 경우가 있다는 것.

매번 잡음이 나오고 현장에서도 심판 판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시점에서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심판 평점 공개 혹은 이에 준하는 각 심판, 경기에 대한 판정 기록을 공개할 날이 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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