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
[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오늘만큼은 꼭 연패를 끊고 분위기를 바꿔야죠”

17일 청주FC(K3)와의 FA컵 32강전을 앞두고 마주친 한 인천유나이티드 관계자는 청주전이 ‘반등의 발판’이 되기를 바랐다. 비단 이 관계자뿐만 아니라 모든 인천 팬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터다.

K리그 5연패, 그리고 욘 안데르센 감독의 경질. 그야말로 날개를 잃은 듯 추락하고 있는 인천 입장에선 4부리그격인 K3리그에 속한 청주는 반드시 연패를 끊어내야 할 상대였음에 틀림없었다.

더구나 이날 경기는 임중용 감독대행의 데뷔전이었다. 지휘봉을 잡은 지 얼마 되진 않았으나, 한 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 연패를 끊고 시원한 승리를 거둔다면 감독교체 효과는 더욱 빛을 발할 수도 있었다. 구단 내부에서 FA컵을 앞두고 감독 교체를 결단한 배경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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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임중용 대행은 선발명단에 대거 변화를 줬다. 그는 “평소 훈련장에서 열심히 하거나, 기회를 받지 못해 침체되어 있는 선수들을 위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팀에 보탬이 된다면, 선발이든 교체든 그 다음 경기에도 기회를 줄 것”이라는 당근도 꺼냈다.

실제로 이날 인천은 지언학을 필두로 남준재 콩푸엉 김승용이 2선에 포진하고, 최범경과 이우혁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추는 4-2-3-1 전형을 가동했다. 김종진 양준아 황정욱 주종대가 수비라인을, 이태희가 골문을 각각 지켰다. 2000년생인 황정욱을 비롯해 무려 7명이 올 시즌 처음 선발로 나서는 경기였다.

그러나 이날 인천은 90분 내내 ‘4부리그팀’ 청주에 쩔쩔 맸다. 이따금씩 상대 수비진을 허물고 기회를 만들긴 했으나 이마저도 살리지 못했다. 주장 남준재가 전반 중반 부상으로 교체되는 등의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이날 인천이 보여준 경기력은 분명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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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교체에 따른 파격적인 전술 변화 등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웠다. 경기 전날에야 임중용 감독대행 체제로 첫 훈련이 진행됐기 때문. 대신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감독 교체라는 강수 속에 선수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반등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느냐였다.

결과적으로 이날 인천은 팬들의 야유가 이어질 정도로 무기력했다. 예컨대 이날 인천은 패스를 그저 기다리다 한 발 더 뛴 상대에게 허무하게 빼앗기거나, 무리한 드리블 돌파로 공격 기회를 놓치는 장면들이 수차례 나왔다. 청주의 압박에 허둥대며 수비지역에서 위기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더구나 반드시 동점골이 필요했던 후반 중반 이후엔 상대의 빈틈을 찾지 못해 수비 지역에서 공을 돌리는 장면이 반복됐다. 급기야 서포터스석에선 “정신차려 인천”이라는 구호가 수차례 울려 퍼졌다. 거듭되는 실수, 수비지역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엔 일반 관중석에서조차 야유가 터져 나왔다.

결국 인천은 전반 18분 역습 상황에서 허용한 선제 실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채 0-1로 무릎을 꿇었다. 4부리그 팀마저 넘지 못한 인천은 최근 공식전 6연패, 그리고 홈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정신차려 인천”이라는 구호 뒤에 “할 수 있어 인천”이라는 구호를 덧붙이며 힘을 실어주던 인천 서포터스도, 결국 무기력한 패배에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 직후 청주 선수단에겐 큰 박수와 함성을 보낸 그들은 인천 선수단에겐 야유를 쏟아냈다. 무기력했던 경기력에 실망감을 느낀 팬들의 ‘질타’였다.

경기 후 주장 남준재는 “팬들의 야유는 받아들여야 한다. 팬들이 없으면 우리가 존재할 필요가 없음을 선수들이 알아야 한다. 마음이 아프고 책임감이 크다”면서도 “분명 다시 살아날 것이고,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어야 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말했다.

임중용 대행은 “빨리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부상 선수들이 다 돌아왔을 때 인천만의 컬러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 경기 한 경기 연연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를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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