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이재호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은 박수받을만한 일을 해냈다. 피파랭킹 12위이자 세계적인 강호인 콜롬비아를 잡아낸 것.

그럼에도 벤투에 대한 칭찬보다 어찌된 영문인지 비난이 많다. 그 비난의 대부분은 이강인을 불러놓고 끝내 1초도 쓰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다.

물론 아쉬움은 이해한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볼리비아에 이어 콜롬비아까지 잡아낸 점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 또한 이강인을 안 뽑았다고 적폐로 몰렸던 지난 김학범 U-23대표팀 감독의 선례를 벤투에게도 밟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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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3월 A매치 콜롬비아와의 홈경기에서 손흥민과 이재성의 골로 2-1 승리했다.

전반 16분 중앙에서 황인범의 전방패스를 황의조가 이어받았고 황의조는 오른쪽으로 달리던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발에 붙은 패스를 앞으로 치고 내달린 손흥민은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했다. 콜롬비아 골키퍼 정면으로 갔지만 워낙 강력한 슈팅에 손에 막았음에도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후반 3분에는 콜롬비아의 루이스 디아즈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화려한 개인기로 수비를 젖힌 후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조현우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만든 골을 넣었다. 1-1 동점이 됐지만 한국은 후반 13분 이재성이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단독 드리블 돌파한 후 강력한 왼발 낮은 슈팅으로 다시 콜롬비아 골문을 갈랐다. 이 골 역시 골키퍼 손에 맞고 들어갔고 결국 한국은 피파랭킹 12위인 콜롬비아에 2-1 승리를 거뒀다.

칭찬받아 마땅한 승리다. 콜롬비아는 일본을 이기고 왔다. 일본은 아시안컵 준우승팀. 게다가 콜롬비아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전에서 잉글랜드와 맞붙어 1-1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로 패했던 팀이다. 지난해 9월에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비겼다. 괜히 피파랭킹 12위가 아니다.

반면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8강에서 떨어졌고 기성용, 구자철 등 핵심선수들이 대표팀 은퇴를 한 상황이었다. 기성용이 대표팀 공격전개의 8할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새판짜기가 불가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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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콜롬비아 지휘봉을 잡은 카를로스 케이로스는 2011년 이란 대표팀 감독 부임 후 지난 8년간 한국에 4승 1무 무실점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던 감독. 한국에 절대적으로 강했기에 한골이라도 넣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벤투는 콜롬비아를 잡아냈기에 박수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경기 후 벤투에 대한 칭찬보다 비난이 많은 것은 이강인을 쓰지 않았다는 몽니 때문이다.

이강인은 한국인 역대 최연소 유럽리그 데뷔를 이룬 한국 축구의 희망이다. 이번 대표팀 소집자체 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고 모두가 이강인을 직접 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벤투는 볼리비아-콜롬비아전에 이강인을 끝내 쓰지 않았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최철순도 최초발탁하고 1분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최철순이 훨씬 베테랑 선수임에도 말이다. 물론 이강인은 다르다. 하지만 이강인은 아직 만 18세며 아직 프로무대에서 5경기 이상도 뛰어보지 않았다.

게다가 벤투 감독은 선수 기용을 매우 보수적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승우도 최대한 지켜보다 조금씩 출전기회를 늘리다 콜롬비아전은 또 아예 쓰지 않았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결과를 가져왔고 콜롬비아전 승리를 위해 후반 막판에는 공격수 황의조를 빼고 수비수 권경원을 넣기도 했다.

만약 이강인, 백승호, 김정민 등 어린 선수를 대거 기용했다가 볼리비아 혹은 콜롬비아전에 졌다고 가정하자. 과연 팬들은 ‘그래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으니까 패배는 괜찮아’라고 할 수 있었을까. 당장의 결과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것은 팬이나 감독이나 마찬가지다.

벤투 감독은 “훈련을 통해 어린 선수들을 지켜봤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훈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이 발견됐기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봐야한다.

이강인의 플레이를 보고 싶었던 이들이 많았고 끝내 보지못한 것은 참 아쉽다. 하지만 그전에 볼리비아를 이기고 피파랭킹 12위인 콜롬비아를 잡은 벤투 감독에 대한 칭찬도 수반되야한다.

이미 이강인을 뽑지 않았다고 적폐가 된 사례가 있다. 지난해 7월 황의조를 뽑고 이강인을 뽑지 않아 졸지에 ‘적폐’가 됐던 김학범 U-23대표팀 감독이 그 주인공. 하지만 한달 후 김학범 감독은 40년만에 원정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한국축구사에 남을 업적을 썼다. 팬들이 ‘적폐’라고 규정했던 이가 아시안게임 최고의 하이라이트를 만든셈이다.

김학범 감독 하나만으로 족하다. 물론 벤투의 아시안컵 성적과 방향성, 보수성 등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하지만 콜롬비아라는 세계적 강호를 잡고도 이강인을 쓰지 않았다고 또 ‘적폐’ 혹은 잘라야할 감독으로 팬들이 여긴다면 이는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 부리는 성질’이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 ‘몽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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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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