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3일(이하 한국시각) 전까지만 해도 리오넬 메시의 팬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끝났다’며 호날두와 유벤투스가 기적을 만들기 힘들거라 봤다.

하지만 13일 호날두의 거짓말 같은 해트트릭으로 유벤투스가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하자 이번에는 호날두 팬들이 ‘리오넬 메시는 상대도 안되는 선수’라며 호날두를 찬양했다.

그리고 14일에는 메시가 불안했던 바르셀로나에게 2골 2도움이라는 거짓말 같은 활약으로 리옹을 5-1로 이기는데 MVP가 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메시 팬들이 가만히 있는 호날두를 향해 ‘이게 메시다’라며 싸웠다.

왜 호날두가 잘하면 경기도 없었던 메시가, 메시가 잘하면 잘 쉬고 있는 호날두가 욕을 먹는 것일까. 그냥 호날두와 메시, 메시와 호날두의 플레이 그 자체를 즐기며 기뻐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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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일은 가히 호날두와 메시가 왜 자신이 여전히 세계 최고며 아직도 우리가 ‘메날두(메시+호날두)’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실력으로 증명해냈다.

호날두는 라리가 최소실점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1차전에 0-2로 패하며 16강 탈락이 유력시 됐던 유벤투스에게 해트트릭이라는 거짓말 같은 활약으로 종합스코어 3-2 대역전으로 8강 진출을 안겼다. 역사상 1차전 0-2 패배를 단 한 번도 뒤집은적 없던 유벤투스는 호날두의 말대로 '이것이 호날두를 산 이유'임을 몸소 체험했다.

바르셀로나도 불안했다. 지난 1차전 리옹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거두며 2차전 홈에서는 리옹에게 한골이라도 허용하는 순간 원정다득점 원칙으로 인해 무조건 2골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메시는 전반 17분만에 선제골을 넣은 것을 포함 2골 2도움 맹활약을 하며 바르셀로나의 안정적인 8강 진출을 도왔다.

하지만 관련 기사의 댓글이나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난데없는, 아니 늘 그랬듯 ‘메호대전(메시와 호날두 비교)’이 열렸다. 호날두가 하루 먼저 해트트릭으로 엄청난 활약을 하니 호날두 팬들은 가만히 있는 메시를 끌어와 비난하고 ‘메시보다 나은 선수’라며 메시를 깎아내리고 호날두를 찬양했다. 그러나 메시가 활약하니 이번에는 메시 팬들은 ‘그정도는 메시도 한다’며 호날두를 깎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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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이 지겨운 논쟁을 왜 해야 하는 것일까.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축구팬들은 축구 역사상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100년이 넘은 축구사에서 가장 위대한 두 선수인 메시와 호날두를 함께 보고 있기 때문이다. 펠레와 디에고 마라도나의 시기는 겹치지 않았고, 앞으로 이 정도로 잘하는 선수가 함께 뛰는 광경을 보는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온전히 두 선수의 플레이를 즐기고 열광하면 된다. 물론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에 있어 메시와 엘 클라시코 맞대결을 펼칠 때나 직접적인 득점왕 경쟁을 할때는 양 쪽 팬들이 다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리그도 달라졌고 똑같이 경이로운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 선수가 활약했다고 해서 굳이 경기도 하지 않은 다른 선수를 끌어내 누가 나은지를 얘기하는 것만큼 소모적인 일은 없다. 그저 그들의 경이롭고 길게봐도 5년을 보기 힘든 이들의 플레이를 즐길 수 없을까.

호날두는 자신의 다큐멘터리 영화 ‘호날두(2015)’에서 메시와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13년까진 나쁘지 않았다. 서로 이야기도 많이 주고받았다. 브라질 월드컵 전 메시가 `부상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냐`고 물었고, 가족 안부도 전했다. 라이벌 관계를 만든 뒤 변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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