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해 12월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FC서울과 부산 아이파크간의 승강플레이오프는 부산이 1차전 1-3 패배를 뒤집지 못하고 2차전 1-1 무승부로 패하고 말았다. 부산은 2년 연속 승강플레이오프에서 미끄러지는 비극을 맞았다.

2010년 부산 입단 후 군입대를 제외하곤 오직 부산에서만 뛴 ‘원클럽맨’ 한지호는 서울까지 온 서포터즈에게 인사하기 위해 관중석으로 향하던 중 자신도 모르게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에 축구를 시작하고 경기에 지고 울어본게 그때가 처음이예요”라고 말하는 한지호의 얼굴엔 아직도 그때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얻은 FA자격… 한지호는 부산의 연락을 기다렸다

지난달 29일 부산은 주장에 한지호, 부주장에 박종우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2010년 입단 후 프로 10년차인 한지호는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차게 됐고 그동안 아무런 인연도 없던 조덕제 신임 감독이 내려준 책임감이기에 더욱 묵직했다.

한지호는 “지난해 승강 PO 패배의 아픔을 잊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면서 “솔직히 조덕제 감독님과 아무 인연이 없었는데 이렇게 주장완장까지 맡기시니 실망시키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강하다”고 했다.

2018시즌을 끝으로 한지호는 30세의 나이에 첫 FA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한지호는 ‘부산에서 빨리 재계약하자고 연락왔으면’하고 생각했다고. “‘부산에서 계약 안한다고 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감독님도 바뀌고 조덕제 감독님과 연도 없으니 빨리 부산에서 의사 표시를 해줬으면 하더라고요. 요즘 축구판에서 선수로써 좋은 팀으로 옮기고 연봉도 많이 받는게 순리지만 막상 다른팀을 가려고 생각하는게 쉽진 않더라고요”라며 재계약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휴가 중인 한지호는 조덕제 감독, 이기형, 노상래 코치와 1대3 미팅을 가졌다고. 그 자리에서 여러 질문과 답이 오갔고 한지호의 말이 끝났을 시점에 조 감독은 “왜 한팀에서 오래 뛰었는지 알겠네”라며 웃었다고 한다. 이때 한지호는 ‘감독님이 절 싫어하지는 않으시구나’하고 느꼈다고.

실제로 이 미팅 이후 며칠만에 부산에서 재계약 의사를 밝혔고 한지호도 까다로운 조건을 걸진 않으면서 순탄하게 재계약이 성사됐다. 프로 9년만에 얻은 FA지만 한지호의 선택은 ‘또 부산’이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2012년 안익수 감독 시절 생각나… 올해는 ‘진짜’ 다르다

서귀포에서 전지훈련을 진행중인 부산 선수단은 조덕제 감독의 지휘아래 노상래 공격파트 코치, 이기형 수비파트 코치의 강훈련을 받고 있다. 한지호는 “박종우 등 예전부터 부산에 있던 선수들과 얘기하다보면 자연스레 2012년과 비슷하다고 입을 모은다”고 했다.

2012년 부산은 안익수 감독의 지도하에 리그 7위의 성적을 냈다. 부산의 강력한 수비와 실리 축구는 호평을 받았었다. 한지호는 “그땐 정말 안익수 감독님이 강하게 훈련을 시켜서 ‘아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나고 나니 그때만큼 성적이 좋고 잘했던 때가 없었다. 지금은 물론 그정도는 아니지만 훈련량도 많고 특히 그때처럼 모두가 잘해보자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2019 조덕제의 부산에 대해 설명했다.

“매시즌 동계훈련 때면 모든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다’,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확고하게 느낌이 온다. 멤버도 좋고 감독의 공격적인 성향도, 팀 분위기도 모두 좋다. 솔직히 팀원들에게 티는 안냈지만 올해는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강하게 든다.”

▶한지호는 상암에서의 눈물을 잊지 않고 있다

부산 입장에서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한지호는 “서울이 그리 강하지 않았고 막상 뛰어보니 선수들 스스로 ‘이건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모두가 가지고 있었기에 더욱 아쉬운 패배였다”면서 “1차전에 1-3으로 졌지만 2차전에 들어가기까지 부산 선수 누구도 부산이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정도다. 그만큼 자신감이 강했기에 더욱 상암에서의 패배가 아쉬웠다”고 했다.

한지호는 “2017시즌은 솔직히 제대 직후라 승강 플레이오프 패배가 절절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8시즌은 해볼만했기에 더욱 아쉬웠다. 오죽하면 축구하면서 처음으로 경기에 지고 울었겠나. 정말 속에서 뜨겁게 눈물이 나 밖으로 흘러내렸다”면서 “2015년 저 역시 강등을 당해봐서 안다. 서울을 보니 2015년 강등 당할때와 똑같은 분위기더라. 그래서 ‘이건 뒤집힌다’고 봤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얘기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아쉬움을 토로하고 그날의 아픔을 가슴 깊이 새긴듯한 한지호였다. FA기회를 박차고 원클럽맨을 택하고, 그리고 주장 완장까지 부여받은 한지호는 상암에서의 아픔을 잊지 않으채 새롭게 출범하는 조덕제호의 선봉에서 반드시 ‘이번에는 승격’하리라며 서귀포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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