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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그야말로 피 말리는 하루였을 터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천신만고 끝에 아시안컵 16강 무대를 밟게 됐다. 스스로 운명을 결정짓지 못한 채 다른 팀 결과들을 지켜봐야 했던 상황, 그야말로 ‘끝까지’ 간 끝에 베트남은 마지막 16강 진출권의 주인이 됐다.

베트남이 조별리그를 마친 것은 17일 오전(이하 한국시각)이었다. 예멘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베트남은 1승2패 4득점·5실점, D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6개 조 3위 중 상위 4개 팀에게 주어지는 16강 진출권을 노려볼 기회를 잡았다.

사실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도 있었다. 예멘전에서 1골만 더 넣었더라면 팔레스타인을 승점에서, 키르기스스탄을 다득점에서 각각 앞서 최소 4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1골이 모자라는 바람에 다른 팀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피 말리는’ 기다림을 해야 했다.

첫 번째 기다림은 17일 오후 10시30분에 열린 오만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였다. 만약 두 팀이 승부를 가리지 못한다면 베트남이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오만이 이긴다면 득실차를 따져야 했다. 베트남 언론들도 두 팀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전했다.

분위기가 좋았다. 전반전을 1-1로 마친 가운데 후반 39분에야 오만이 한 골 앞서갔다. 만약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베트남은 오만에 다득점에서 앞서 16강행을 확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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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후반 48분 오만이 추가골을 넣은 것. 결국 경기는 오만의 3-1 승리로 막을 내렸다. 베트남은 눈앞으로 다가왔던 16강행 티켓을 놓친 채, 18일 오전 1시 대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레바논-북한전을 지켜봐야 했다.

이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레바논이 앞선 가운데, 과연 몇 골 차로 승부가 갈리느냐에 따라 마지막 남은 한 장의 16강 진출권의 주인이 바뀌는 상황이었다.

전반전을 1-1로 마친 레바논은 후반들어 그야말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레바논의 맹공, 그리고 북한의 육탄방어 속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레바논은 점수차를 점차 벌려갔다. 레바논이 한 골을 넣을 때마다 베트남도 점점 벼랑으로 내몰렸다.

최종스코어는 레바논의 4-1 승리. 공교롭게도 베트남과 레바논은 승점은 물론 득실차와 다득점까지도 모두 동률인 상황이 됐다. 모든 지표가 같은 두 팀의 운명을 가른 것은 ‘페어플레이 점수’였다.

앞서 조별리그 3경기에서 베트남은 경고 5장을, 레바논은 7장을 받았다. 결국 이 점수에서 앞선 베트남이 아시안컵 16강에 오른 16번째 주인공이 됐다. 박항서 감독도, 선수도, 축구팬들의 ‘피 말리는’ 기다림이 미소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컵 토너먼트에 진출한 베트남은 오는 20일 오후 8시 요르단과 8강 진출을 놓고 다툰다. 한국과의 맞대결은 두 팀 모두 결승에 올라야만 가능하다.

2019 아시안컵 16강 대진표 그래픽=김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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