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명단 경쟁구도. 그래픽=김명석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실험은 끝났다.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명단도 어느 정도 그 윤곽이 드러났다.

지난 9월 코스타리카전을 통해 첫 출항에 나선 벤투호는 20일(이하 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전까지 총 6차례 평가전을 치러 3승3무를 기록했다. 출범 후 6경기 연속 무패는 지난 2004년 본프레레호가 세운 5경기 연속 무패를 넘어선 한국축구 신기록이다.

이 과정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은 내년 아시안컵에 초점을 맞추고 36명(출전 32명)을 시험대에 올렸다. 경기를 치를수록 자연스럽게 포지션 별 경쟁구도가 형성됐고, 대부분의 포지션은 주전과 백업 간 윤곽도 드러났다. 벤투 감독은 1~3기에 부름을 받았던 선수들로 아시안컵 최종명단(23명)을 꾸리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승선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 아시안게임 맹활약에 이어 최근 A매치 2경기 연속골 등 벤투호 핵심 공격수로 자리 잡은 까닭이다. 최근의 활약이라면 ‘경쟁’이라는 표현도 무의미할 정도다.

대신 그를 뒷받침할 백업 공격수 자리를 두고 석현준(스타드 드 랭스)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경합을 펼칠 전망이다.

석현준은 2기와 3기 모두 시험대에 올라 4경기(선발1경기) 1골을 기록했다.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첫 골도 터뜨렸다. 다만 전반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내내 존재감이 두드러지지는 못했다는 점이 약점이 될 수 있다.

지동원은 1기에 시험대에 오른 뒤 부상으로 2, 3기 모두 제외됐다. 대신 지난 9월 코스타리카-칠레전 당시 벤투 감독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는 점에서 승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신 시험대에 오른 횟수가 2경기(선발1경기)라는 점이 벤투 감독에게는 고민의 지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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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선 측면 공격수로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황희찬(함부르크SV) 문선민(인천유나이티드)의 승선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돌아온 이청용(Vfl보훔)도 11월 A매치 2경기 모두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시험대에 올랐던 나상호(광주FC)나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는 앞선 4명과의 경쟁에서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모양새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우선 남태희(알 두하일)가 첫 손에 꼽힌다. 그는 벤투호 출범 이후 6경기(2골) 모두 선발로 출전할 만큼 벤투 감독으로부터 깊은 신임을 받았다. 변수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당한 부상이다. 부상 정도가 심할 경우 아시안컵 승선도 불투명할 수 있다.

남태희가 빠지면 이재성(홀슈타인 킬)의 중앙 배치에는 더욱 무게가 쏠릴 전망이다. 그는 2기와 3기 모두 부상으로 빠졌지만, 1기 당시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다는 점에서 아시안컵 승선 가능성이 높다. 9월엔 측면 공격수로 시험대에 올랐으나 측면 공격자원이 두텁다는 점에서 중앙으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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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은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과 정우영(알 사드)이 뼈대를 구축할 것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여기에 황인범(대전시티즌)이 기성용이나 공격형 미드필더의 백업 역할로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주세종의 승선 여부도 관심사다. 사실 그는 1기에선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고도 2경기 모두 뛰지 못했고, 2기와 3기 명단에는 아예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11월 정우영의 부상으로 대체발탁된 뒤 시험대에 올라 날카로운 킥력 등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승선은 불투명하다. 그는 1기와 2기 모두 부상으로 빠진 뒤, 호주전에서야 첫 선을 보였다. 다만 그마저도 뚜렷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데다가, 부상 때문에 전반전을 채우지 못한 채 중도 귀국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이 부임 직후부터 대표팀 내 구자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점이 변수다. 많은 대표팀 경험이나 2선과 3선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벤투 감독의 마음을 흔들 여지가 있다.

중앙 수비는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김민재(전북현대)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1~3기 모두 이름을 올렸던 정승현(가시마 앤틀러스)이 이들의 백업으로 부름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정승현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처음 선발로 나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눈도장을 찍었다.

또 다른 백업 후보로는 권경원(톈진 취안젠)과 박지수(경남FC)가 경합을 벌이는 구도다. 박지수는 2기와 3기, 권경원은 3기에 각각 이름을 올려 우즈베키스탄전에 교체로 출전했다. 둘 모두 출전시간이 많지는 않아 벤투 감독의 고민을 깊게 할 전망이다. 내달 국내 소집훈련이 마지막 경쟁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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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은 홍철(수원삼성)과 박주호(울산현대)가 왼쪽, 이용(전북현대)과 김문환(부산아이파크)이 오른쪽 수비수로 각각 낙점을 받을 전망이다. 오른쪽은 이용이 6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면서 확실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왼쪽은 대신 홍철과 박주호의 경쟁구도다. 벤투 감독 역시 최근 4경기 연속 둘을 번갈아 선발로 내세워 시험대에 올렸다.

골키퍼는 조현우(대구FC)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의 승선이 기정사실화됐다. 이 가운데 조현우와 김승규가 주전 경쟁을 펼치는 구도다. 뚜렷하게 누가 앞서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최근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활약한 조현우가 경험적인 측면에서 더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 외에도 김진수(전북현대)나 권창훈(디종FCO) 등 부상에서 막 회복한 자원들도 벤투 감독이 주시하고 있을 전망이다. 다만 벤투 감독 아래 시험대에 오른 적이 없는 만큼, 기존 선수들을 제치고 깜짝 승선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한편 벤투호는 내달 중순쯤 유럽파를 제외한 선수들을 소집해 국내 훈련을 진행한 뒤, 22일 ‘결전지’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할 예정이다. 내년 1월 1일 오전 1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최종 모의고사를 치르고 7일 오후 10시30분 필리핀과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대회 정상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는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필리핀과 키르키즈스탄(12일 오전2시) 중국(16일 오후 10시30분)과 C조에 속했다. 지난 1960년 이후 단 한 번도 아시아 정상에 선 적이 없는 한국에게는 59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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