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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새로운 감독 아래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악몽은 이어졌다. 김진현(31·세레소 오사카)과 장현수(27·FC도쿄)는 이번에도, 웃지 못했다.

무대는 11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평가전이었다. 칠레는 피파랭킹 12위의 팀으로, 한국보다 45계단이나 높은 팀이었다. 자연스레 포커스는 수비에 맞춰졌다. 칠레를 상대로 얼마나 안정감있는 경기력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했다.

김진현과 장현수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김진현은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중국전 이후 9개월 만에 골키퍼 장갑을 꼈다. 장현수는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다.

둘 모두에게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김진현은 최근 오랫동안 골키퍼 주전 경쟁에서 밀려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수문장으로 거듭나는가 싶더니, 스페인전 6실점 악몽 이후 입지가 완전히 줄었다. 장현수는 꾸준히 출전하고도 잇따른 결정적인 실수 탓에 늘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파울루 벤투 신임 감독 아래 시험대에 올랐다. 입지를 반전시킬 기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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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은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무실점 경기를 치른 이날, 골키퍼인 김진현과 수비수인 장현수는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무실점 이면에 자리한 실수들이 화근이 됐다. 자칫 실점으로 이어질 뻔한 치명적인 실수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김진현은 경기 내내 불안한 볼 처리가 이어졌다. 상대의 거센 전방압박에 번번이 흔들렸다. 그의 애매한 볼 처리는 곧장 상대의 연이은 역습으로 전개됐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걷어낸 공이 아르투로 비달(바르셀로나)에게 ‘블로킹’ 당한 장면은 그야말로 가슴이 철렁했던 순간이었다.

불안한 볼 처리가 거듭되자, 칠레의 전방 압박에는 더욱 더 힘이 실렸다. 반대로 한국의 전체적인 안정감은 크게 떨어졌다. 여러 차례 위기 순간들을 막았던 세이브 장면들은 앞서 반복된 킥 실수들 탓에 그 빛이 바랬다.

가뜩이나 결정적인 패스미스나 불안한 수비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장현수는 이번에도 또 한 번의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후반 추가시간마저 거의 흐른 경기 막판이었다. 골키퍼를 향해 건넨 백패스가 약하게 흐르면서 그 틈을 파고든 디에고 발데스(모렐리아)에게 연결됐다. 최후방 수비수의 백패스 실수는 곧 골키퍼와의 일대일 위기로 이어졌다.

다행히 발데스의 슈팅이 골대를 외면한 직후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만약 상대가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면, 경기는 허망한 패배로 막을 내릴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던 셈. 앞선 경기들에 이어 결정적인 실수가 또 다시 반복되자, 장현수를 향한 여론은 또 다시 들끓었다.

피파랭킹 12위인 칠레를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치른 결과와는 무관하게, 골키퍼 김진현과 수비수 장현수는 그 중심에 서서 웃지 못했다. 이날 결정적인 실수들뿐만 아니라 앞선 경기들에서의 반복된 실수들과 맞물려 고개를 숙였다. 그들에게 이날은 반전의 날이 아닌 ‘다시 한 번’ 악몽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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