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피파랭킹 12위’ 칠레는 평가전 상대로 확정됐을 당시부터 국내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한국보다 피파랭킹이 45계단이나 높은 강팀인데다가 아르투로 비달(바르셀로나) 알렉시스 산체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산체스와 클라우디오 브라보(맨체스터 시티) 등의 한국행은 불발됐지만, 비달과 개리 메델(베식타스) 등 다른 주축 선수들은 대거 한국땅을 밟았다.

한국축구, 그리고 벤투호에게는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감이 뒤섞였다.

국내 축구팬과 사진을 찍는 도중 두 눈을 찢는 제스처를 취한 칠레의 디에고 발데스 ⓒCDF 캡처
그런데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 밖에서 논란이 일었다.

디에고 발데스가 눈을 찢는 제스처와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이 알려지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진 까닭이다.

이같은 행동은 지난해 콜롬비아의 에드윈 카르도나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5경기 출전 정지를 징계를 받을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었다.

발데스는 SNS를 통해 ‘형식적인 사과’를 하는데 그쳤고, 레이날도 루에다 감독마저 기자회견장에서 “축구 외적인 질문만 하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 여론이 들끓었다.

또 발데스 뿐만 아니라 카를레스 아랑기스(레버쿠젠) 등 칠레의 다른 선수들도 인종차별성 발언이 담긴 영상을 SNS에 게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

11일 칠레전을 앞두고 인종차별 논란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연합뉴스 제공
다만 수원월드컵경기장 안에서 선보인 칠레축구는 ‘잠시나마’ 앞선 논란들을 잊을 만했다.

아시아 원정길에 올랐던 적지 않은 강팀들이 어느 정도 힘을 뺀 채 경기를 치렀다면, 이날 칠레는 강력한 전방 압박 등을 쉴 새 없이 구사하며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인 까닭이다.

2015년과 2016년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 2연패 당시처럼 강력한 압박을 바탕으로 많이 뛰는 축구를 구사한 칠레의 스타일은 이제 막 새 출항에 나선 벤투호에게는 더없이 값진 경험이 됐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평가전은 역시 더 강한 팀이랑 해야 한다. 그래야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 수 있다”며 한 수 위인 칠레와의 평가전 의미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결과적으로 한 수 위인 팀과 맞서본 경험을 안았고, 또 그 속에서 0-0 무승부라는 결실까지 맺었으니 칠레전은 충분한 의미를 안게 됐다.

다만 그렇다고 비난받아 마땅한 인종차별 논란마저 사그라질 수는 없는 법. 10년 만에 방한한 칠레축구는 극과 극인 ‘두 얼굴’을 보여준 채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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