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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는다. 계약기간은 4년 6개월이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벤투 감독을 새 사령탑에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감독소위원회를 열고 차기 감독 기준을 마련한 지 43일 만이다.

다소 의외의 인물이 선임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벤투 감독의 이름은 앞서 국내·외 언론 등을 통해 딱히 수면 위로 올랐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벤투 감독은 당초 감독선임위가 선정한 우선협상 대상자, 즉 후보군 1순위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이 후보군에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과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전 멕시코 감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선협상 대상자들과의 협상이 모두 결렬되면서, 감독선임위는 급하게 차선책을 찾아 나섰다. 최근 물망에 올랐던 키케 플로레스 감독도 우선협상 대상자 협상 결렬 이후 차선책을 찾는 과정에서 이름이 거론됐다.

최근 충칭 리판(중국)에서 경질됐던 벤투 감독이 김판곤 위원장의 마음을 흔들었다. 김 위원장은 “면접한 지도자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면서 “카리스마와 전문성, 열정, 자신감을 가진 감독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벤투 감독은 지난 2012년 포르투갈의 유로2012(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을 이끌었다.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도 경험했다. 스포르팅CP(포르투갈)의 컵대회 4회 우승 경력도 있다. 당초 김 위원장이 세운 차기 감독 기준에는 어느 정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이면에 자리한 불안요소들이다.

당장 그는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물러난 뒤 크루제이루(브라질)와 올림피아코스(그리스) 그리고 충칭 리판의 지휘봉을 잡았다. 다만 3개 팀 모두 재임기간은 길어야 약 7개월, 짧게는 3개월도 못 미쳤다.

성적부진이나 선수와의 불화 등이 사임 또는 경질 사유가 됐다. 그가 충칭 리판에서 경질된 것은 지난달 22일.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러브콜'을 받아 흔쾌히 수락한 셈이다.

대한축구협회가 4년 6개월이라는 긴 계약기간을 보장해준 선택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애초부터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팀을 이끌어줄 감독을 찾는 것이 목표이긴 했으나, 후보 순위권 밖에 있던 감독이자 최근 불안한 요소들이 적지 않은 감독에게까지 4년 이상의 기간을 보장한 것은 다소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시안컵에서 극도로 부진하다거나, 월드컵 예선 기간 동안 큰 부침을 겪더라도 벤투 감독은 직접 물러나지 않는 한 지휘봉을 잡게 된다. 그나마 대한축구협회가 벤투 감독을 경질하는 것이 유일한 길인 셈이다.

다만 경질시킬 경우에는 잔여 계약기간에 따른 위약금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외국인 감독 최고 수준의 연봉으로 알려진데다가 동행하는 코치진도 4명이나 돼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고스란히 대한축구협회의 부담이자, 정말 벤투 감독의 경질이 필요한 상황이 됐을 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4년이 넘는 계약기간 동안 부침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앞선 여러 불안요소들을 돌아본다면 이를 장담할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최악’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대한축구협회 역시 계약 과정에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전망이다.

한편 벤투 감독은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 등 자신을 보좌할 4명의 코치진과 함께 오는 20일 입국한다. 이틀 뒤에는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청사진 등을 밝힐 예정이다.

벤투 감독의 데뷔전은 내달 7일 코스타리카전(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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