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정말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일까. 한국 축구 대표팀의 새사령탑으로 유력한 벤투 감독이 정말 오게 된다면 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벤투는 유로 2012 4강 이후 6년간 실패만 거듭해왔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오전 10시 축구대표팀 새로운 감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은 그동안 두 번의 유럽 출장을 통해 많은 후보군을 만난 후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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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를 통해 벤투 감독이 가장 유력하다는 설이 돌고 있다. 실제로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면 벤투는 어떤 감독일까.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과 맞붙은 포르투갈의 미드필더이기도 했던 벤투는 선수 은퇴 후 커리어를 마감한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감독생활을 시작했다. 리스본에서 4년간 두 번의 리그 우승을 해냈다. 이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까지 맡아 유로 2012에서 4강까지 진출한 바 있다. 당시 3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에 성공한 스페인에 져 4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낸 후 이후 조금 더 포르투갈 감독을 하다 사임한 벤투는 브라질 명문 크루제이루와 그리스의 올림피아코스, 올해는 중국의 충칭 리판의 감독직을 맡았었다.

포르투갈 클럽에서의 성공, 대표팀 감독을 지내고 브라질, 그리스,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감독을 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벤투의 경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분명 벤투는 감독 은퇴 후 맡은 리스본과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유로 2012까지 성공적인 경력이었다. 리스본에서 4년간 2번의 우승은 뛰어났다. 물론 리스본이 포르투, 벤피카와 함께 포르투갈 리그를 사실상 3팀이 정복하고 있기에 3팀이서 돌려가며 우승하는 시스템이지만 그래도 포르투, 벤피카를 이겨냈다는 점은 대단하다.

그리고 유로 2012에서도 4강까지 간 점은 벤투 감독 최고의 업적이다. 하지만 2013년부터 벤투는 내리막길만 걸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전성기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포르투갈로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물론 독일, 미국, 가나 등 죽음의 조에 속했지만 그럼에도 포르투갈이 16강도 가지 못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후 브라질 크루제이루에서 딱 두달밖에 감독을 하지 못했다. 사임이든 경질이든 두달밖에 감독을 못했을 정도로 좋지 못했다.

그리스 명문클럽 올림피아코스에서도 그렇다. 1년도 감독하지 못하고 물러났는데 이후 물론 올림피아코스가 우승했지만 그리스 리그 역시 AEK 아테네와 올림피아코스 등 몇몇 클럽이 장악하고 있는 리그라는 점을 감안해야한다.

가장 최근인 올시즌 중국에서 보낸 전반기는 매우 실망스럽다. 장외룡 감독 후임으로 충칭 리판 지휘봉을 잡았지만 반시즌밖에 하지 못했다. 4승2무7패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둔 후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10위를 한 충칭의 성적은 더 떨어졌고 기다림이 없는 중국리그 특성상 사임을 불가피했다.

즉 벤투는 유로 2012 성공 이후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실패만 거듭해오고 있다. 또한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에도 지나치게 호날두에 기댄 전술로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최근 맡은 3팀에서 1년도 감독직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은 구단 수뇌부와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뜻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실제로 벤투가 얼마나 뛰어난 감독인지 자세히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정말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면 울리 슈틸리케 감독처럼 지속적으로 실패를 해오던 감독이 한국 지휘봉을 잡았던 전례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감독, 현대 축구에서 보여주지 못한 감독은 그 이유가 있음을 슈틸리케를 통해 이미 배웠던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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