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막을 올린 것 같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 등 이제 딱 네 팀만 남았다. 대회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우승팀 못잖게 관심을 끄는 분야가 있다. 바로 득점왕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주포 해리 케인이다. 케인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6골을 터뜨리며 득점 순위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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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가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준결승에 올라서면서, 케인은 2경기를 더 치를 수 있게 됐다. 그는 2017년에만 무려 56골을 터뜨렸다. 전 세계 축구 선수 중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스웨덴과 맞붙은 8강전을 제외한 3경기에서 6골을 몰아쳤다. 그 누구보다 득점왕 등극이 유력한 선수답다.

그러나 케인 못잖은 스트라이커가 그의 득점왕 등극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 바로 벨기에의 ‘주포’ 로멜루 쿠카쿠다. 그는 이번 대회 4경기 4골로 득점 순위 2위에 올라있다. 조국 벨기에가 준결승에 올라서면서, 2경기를 더 치를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케인보다 2골이 적지만 폭발력이 있는 스트라이커인 만큼, 역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실 케인과 루카쿠의 득점왕 경쟁은 크게 낯설지 않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하는 골게터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2015~2016시즌부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당시 케인은 38경기 25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을 차지했고, 루카쿠는 37경기 18골로 득점 4위에 올랐다.

2016~2017시즌에도 케인이 웃었다. 케인은 30경기 29골을 몰아치며 2년 연속 EPL 득점왕에 올랐다. 루카쿠는 직전 시즌보다 많은 25골(37경기)을 터뜨렸지만, 케인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득점 순위 2위에 머물렀다.

2017~2018시즌에는 ‘이집트 왕자’ 모하메드 살라에 EPL 득점왕 타이틀을 넘겨줬지만, 케인은 37경기에서 30골(득점 2위)을 터뜨리며 ‘제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루카쿠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34경기 16골로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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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만 보면 케인이 매번 웃었다. 그러나 경쟁은 언제나 뜨겁고 치열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앞서 있는 것은 케인이지만, 반전을 노리는 루카쿠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루카쿠는 조별리그 초반 2경기(4골) 이후 16강전(vs 일본)과 8강전(vs 브라질)에선 침묵했지만, 2선 공격진을 살리는 데 힘을 실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단 소리다.

케인과 루카쿠는 조별리그에서 같은 조에 속해 화력 대결을 벌일 기회가 있었지만,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양 팀 감독이 이들에 휴식을 부여하면서 맞대결이 무산됐다. 그러나 이들의 맞대결 기회가 다시 한 번 주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잉글랜드와 벨기에 모두 준결승에 오르면서, 결승전이나 3-4위전에서 만날 수 있다.

가장 좋은 그림은 결승전에서 만나 최고의 스트라이커를 다투는 것이 아닐까 싶다.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주포’가 득점왕을 차지한다면, 더 멋진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EPL에 이어 월드컵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른 득점왕 경쟁에서 누가 웃을지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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