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카잔(러시아)=이재호 기자] 바로 이거다. 국민들은 바로 이런 축구를 원했다. 이겨서 이기도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텼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하지만 이런 축구를 원했기에 감동 받았고 대표팀이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감동의 끝은 바로 이런 축구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1시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3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과 손흥민의 골로 2-0 투혼의 승리를 기록하며 월드컵 1승2패 조 3위로 마감했다.
한국은 버티고 버텼고 독일은 다득점이 필요하자 공격수 3명을 투입하며 수비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권이 골을 넣었고 VAR판독으로 골이 인정됐다. 후반 추가시간 6분에는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골문을 비우고 중앙선 이상 올라왔을 때 주세종이 길게 골대 앞으로 찼고 손흥민이 달려가 끝내기 골을 넣으며 한국이 기적같은 승리를 했다.
투혼의 경기이자 감동의 승부였다. 절대적 열세의 경기였다. 한 베팅업체는 ‘한국이 2-0으로 이기는 것보다 독일이 7-0으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냉정히 예측했고 1%정도로 한국의 승리를 예측하는 곳도 있었다. 냉정히 국민들 모두 포기한 눈치였다. 기자를 포함해 여론도 ‘이기는 것보다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솔직히 이기기 힘들어보였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이 16강에 나가기 위해서는 한국전에서 다득점 승리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독일이 누구인가. 월드컵 4번의 챔피언을 차지하며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줄리메컵을 안은 팀이자 지난 대회 챔피언, 피파랭킹 1위다. 한국은 스웨덴, 멕시코에게 진 팀이고 피파랭킹은 57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볼점유는 포기하더라도 수비에서 한발 더뛰었고 몸을 날려 슈팅을 막았다. 역습상황에서는 손흥민을 비롯한 공격진에서 어떻게 해서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몸을 날렸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쳤을때만 해도 다들 ‘이정도가 어디냐’라고 생각했다. 이제 독일의 맹공이 시작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반 초반부터 독일은 맹공을 퍼부었고 스웨덴이 멕시코를 상대로 득점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리오 고메즈, 토마스 뮬러, 율리안 브란트 등 공격 선수들을 대거 투입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수비진은 더 몸을 날렸고 체력이 고갈됐다. 그럼에도 더 악착같이 막았다. 조현우 골키퍼는 눈부신 선방을 보였다. 김영권은 몸을 날렸고 윤영선은 월드컵 데뷔전에서 깜짝 활약했다. 이렇게 버티다보니 결국 독일도 뒷공간이 열렸다. 무리하게 수비라인을 올리고 수비를 빼고 공격을 넣다보니 숫자도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 손흥민의 골이 터지며 한국은 승리했다. 국민들은 감격했고 눈물 흘렸다. 선수들도 경기 후 하나같이 펑펑 울며 16강 탈락에도 최선을 다한 후회없는 경기에 웃었다.
이런 것이 바로 일상에 지친 국민들에게 대표팀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감동이다. 최선을 다하고, 도전하고, 이기면 좋고. 축구를 넘어선 감동에 국민들은 울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