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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쓰러지고, 또 쓰러졌다. 상황이 불리하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났다. 킥오프 휘슬이 울린 지 7분 만에 시작된 이란의 ‘침대축구’ 풍경이었다.

무대는 21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스페인전이었다. 경기 전부터 이란의 ‘늪 축구’에서 스페인이 헤어 나올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 경기이기도 했다.

이란이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펼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란은 경기 초반부터 두텁게 수비벽을 쌓고 가드를 올렸다. 여기에 ‘침대축구’가 더해졌다. 고의적으로 경기장에 쓰러진 뒤, 시간을 보내는 이란 특유의 전략이었다.

생각보다 이른 시점부터 침대축구가 시작됐다. 전반 7분 만에 공중볼 경합 직후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선수가 나왔다. 이후에도 작은 경합 상황이 벌어지면, 이란 선수들은 여지없이 그라운드에 누운 채 시간을 보내려 했다.

'타이밍'을 놓치는 장면들도 나왔다. 팀 공격 상황에서 쓰러져 있던 선수가 상대의 역습이 전개되자 벌떡 일어나 수비에 가담했다. 경기가 멈춘 뒤에야 다시금 누운 채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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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도 더해졌다. 동료와의 충돌 이후 그라운드에 쓰러진 에산 하지사피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큰 충돌이 아니었던 데다가, 허벅지를 부여잡은 채 고통을 호소하면서 햄스트링 부상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지사피는 시간을 보낸 뒤 스스로 일어나 뛰었다.

주심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 치료를 받고 돌아오라는 사인을 보내자, 쓰러져 있다가 곧장 일어나 다시금 그라운드를 누비는 장면도 있었다.

골키퍼도 예외는 아니었다. 디에고 코스타(AT마드리드)가 ‘살짝’ 발을 터치하자, 걷어 차이기라도 한듯 고통을 호소했다. 상대의 과도한 헐리우드 액션에 코스타 등 스페인 선수들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상황도, 위치도, 선수도 가리지 않는데다가, 연기까지 더해진 이란의 침대축구는 헛웃음이 지어질 정도였다.

물론 경기 초반부터 시작된 침대축구는 0-0으로 맞서던 후반 9분까지만 이어졌다. 코스타에게 선제 실점을 내준 직후부터, 그라운드에 눕는 이란 선수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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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실점을 내준 뒤 이란은 뒤늦게 반격에 나서며 동점골을 노렸다. 다만 동점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맞고 취소되는 등 스페인의 골문을 여는데 실패했다.

결국 이란은 스페인에 0-1로 패배, 조 3위(승점3)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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