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전주=김명석 기자] 주장완장을 내팽개쳤다. 4만 여 관중들 앞에서 동료들을 향해 "정신 차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기 후에는 한참동안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다. 축구대표팀의 '주장' 기성용(29·스완지시티)이 단단히 뿔이 났다.

1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은 신태용호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치르는 국내 마지막 평가전이자, 월드컵 출정식이었기 때문이다.

팬들 앞에서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월드컵 예선부터 최근까지 적잖이 흔들린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국내 팬들 앞에서 선보이는 마지막 평가전인 만큼 희망을 선사해야 했다. 오롯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보여줘야 할 몫이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야심차게 꺼내든 새로운 전술(3-4-1-2)은 별다른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오히려 한 선수에게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1-3으로 완패했다. 조별리그 첫 상대인 스웨덴의 '가상팀'을 상대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희망찬 축제의 장이 되어야 했을 무대는 실망만이 남았다.

기성용도 뿔이 났다. 전반전을 마친 직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라커룸으로 향하던 그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급기야 주장완장을 내팽개쳤다.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한 실망감을 고스란히 표출했다.

경기 후 월드컵 출정식 자리에서도 그는 실망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그는 "다시는 이런 경기가 나오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 한다. 많이 찾아와 주셨는데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4만 여 관중 앞에서, 동료들에게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일침을 가했다.

뿐만 아니었다. 신태용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모두 대표팀 버스로 향한 뒤에도 선수단은 20여 분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불러 놓아 주장으로서 쓴 소리를 건넨 것이다.

그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실수가 많았다. 월드컵에서 이런 실수들이 또 나온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면서 "더 진지하게 임하지 않으면 4년 전 월드컵 때의 결과가 반복될 것이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남자답게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신태용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회의를 통해 26명 중 최종엔트리에 오를 23명을 확정한 뒤, 2일 오전 중 발표할 예정이다. 선수들은 이날 해산돼 하루 휴가를 보낸 뒤, 이튿날 최종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만 인천국제공항에서 소집돼 사전캠프지인 오스트리아로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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