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가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2년 만에 결별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일간지 ‘디 마르지오’는 24일(한국시각) “유럽의 감독들이 정해지고 있다. 아스날이 우나이 에메리 감독을 선임했고, 나폴리가 카를로스 안첼로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첼시는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과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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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소식은 아니다. 콘테 감독은 지난 2016년 여름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을 떠나 첼시 지휘봉을 잡은 뒤 나름의 업적을 남겼다. 첼시에 익숙했던 포백을 대신해 스리백을 주입했고, 단박에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빈틈없는 수비와 좌우 윙백의 끊임없는 공격 가담을 통해 화력을 극대화하면서 최고의 팀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콘테의 2년 차 시즌은 아쉬움이 컸다. 리그 개막전부터 번리에게 충격패(2-3)를 당했고, 맨체스터 시티와 크리스탈 팰리스, 웨스트 햄 등에게 승점 3점을 헌납하며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뽐내지 못했다. 시즌 막판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차기 시즌 UCL 티켓 만큼은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였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기대가 컸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AS 로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카라바크와 한 조에 속해 조 2위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는 성공했다. 다만, 로마 원정에서 0-3으로 패하며 조 1위로 올라서는 데 실패했고, 16강에서 만난 바르셀로나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UCL 도전을 아쉽게 마무리했다.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콘테 감독의 첼시는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주포’ 알바로 모라타의 극심한 부진으로 인한 빈약해진 전방 문제에 골머리를 앓았지만 에이스 에당 아자르의 원맨쇼로 승리를 챙겼다.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조세 무리뉴 감독을 꺾고 일군 값진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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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콘테 감독은 더 큰 우승을 원했던 첼시에서 살아남지 못할 전망이다. 올 시즌 중반부터 결별설이 감지되기 시작했고, 시즌이 끝난 현재는 확정 단계에 접어든 모양새다.

콘테 감독은 탁월한 전술 운용 능력을 앞세워 매력적인 팀을 만들어나가는 데는 능하지만, 보드진, 선수들과의 불화가 잦았다.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디에고 코스타와 불화가 대표적이다. 콘테 감독은 코스타와 관계가 빠르게 악화됐고, 코스타는 팀을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첼시는 코스타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서 아쉬움 속에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차기 시즌 UCL 출전 티켓을 거머쥐지 못한 것이 큰 타격이다. UCL에 나서지 못하면서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와 아자르 등 팀 내 핵심 선수들의 이적 가능성이 생겼다. 악명 높은 첼시 보드진이 UCL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콘테 감독의 첼시 생활은 짧지만 강렬했다. 만약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보다 나은 팀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고, 예상대로 첼시에는 새로운 사령탑이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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