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가 없는 바르셀로나의 ‘왕’이라 불렸다. 아스날 이적 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선수로 올라섰다. 우승을 위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이적을 선택했고, 팀은 상징적인 등 번호인 7번을 선물하며 큰 기대를 드러냈다. 그러나 강렬할 줄 알았던 알렉시스 산체스의 맨유 생활은 실망으로 첫 시즌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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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는 올 시즌을 무관으로 끝마쳤다. 지난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와 EFL컵 등을 우승했고, 조세 무리뉴 감독의 2년 차 시즌이었던 만큼 기대가 컸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리그에서는 일찍이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독주에 고개를 숙였고,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16강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 사활을 걸었던 FA컵 결승전에서는 첼시에게 무릎을 꿇었다.

아쉬움이 짙다. 맨유는 올 시즌 후반기 반등을 자신했다. EPL 최고의 선수인 산체스를 겨울 이적 시장에서 데려왔기 때문이다. 맨시티, 바이에른 뮌헨 등과 치열한 영입 경쟁을 이겨내고 이룬 성과였다. 산체스가 처음 합류했을 때는 리그 역전 우승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었고, UCL 토너먼트와 FA컵 등을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시작은 좋았다. 산체스는 지난 1월 예오빌 타운과 FA컵에서 맨유 데뷔전에 나섰고, 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허더즈필드 타운과 리그 홈 맞대결에서는 데뷔골과 함께 다시 한 번 팀 승리 중심에 섰다. 맨유 이적 3경기 만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창창할 것만 같았던 미래는 예상과 다르게 흘렀다. 산체스는 맨유가 기대했던 에이스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맨유는 탁월한 결정력으로 해결사 역할을 해줄 뿐 아니라 밀집된 공간을 드리블로 파헤치고, 단 번의 패스로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모습을 원했다. 그러나 산체스는 승리에 대한 열정, 쉼 없는 압박과 수비 가담 등 헌신적인 모습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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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체스는 허더즈필드 타운전 이후 7경기에서 침묵했다. 특히 세비야와 맞붙은 UCL 16강전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맨유는 1차전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8강 진출이 확실해 보였다. 이후에는 첼시와 리버풀 등 리그 강호를 상대로 잇달아 승리를 따내며 상승세까지 보였다. 산체스는 득점은 없었지만 헌신하는 모습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맨유는 홈에서 치러진 2차전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단조로운 공격과 집중력을 잃어버린 수비가 문제였다. 산체스는 5개의 키 패스와 3차례의 드리블 돌파 성공 등을 보이며 고군분투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쌓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데 실패했다. 당연할 줄 알았던 맨유의 UCL 8강행은 허무하게 실패로 끝났다.

산체스는 3월 A매치 기간 이후 2경기 연속 최우수선수(1골 3도움)에 선정되는 등 상승세를 보였고, 토트넘 홋스퍼와 맞붙은 FA컵 준결승에서 값진 동점골을 터뜨리며 맨유의 결승 진출에 앞장섰다. 그러나 그날의 골이 올 시즌 마지막 공격 포인트였다.

산체스는 유일한 우승 가능성이 남아있었던 FA컵 결승을 위해 체력을 비축하는 등 컨디션 조절에 힘을 썼지만 웃지 못했다. 풀타임을 소화하며 어떻게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첼시 에이스 에당 아자르의 번뜩였던 한방에 무너졌다.

올 시즌 리그 12경기(맨유) 2골 3도움, UCL 2경기, FA컵 4경기 1골이 절반 가까이 함께한 맨유 데뷔 시즌 성적표다. 산체스는 지난 시즌 아스날 유니폼을 입고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해 24골 10도움을 기록했다. 맨유가 산체스를 영입한 이유다. 산체스는 차기 시즌 맨유의 ‘크랙’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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