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는 명단이다.

신태용 감독 역시 “논란을 예상했다”고 했을 정도. 그럼에도 신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명단을 꾸렸다. 감독이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뚝심은 놀랍고 박수쳐줄만하다. 그러나 그 뚝심이 독단으로 판단됐을 경우 따르는 책임 역시 감수해야함은 당연하다.

신태용 감독은 14일 서울시청에서 러시아월드컵 28인 명단을 발표했다. 5월 21일 소집해 6월 3일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출국하기 전까지 약 2주간 두 번의 국내 평가전과 훈련을 통해 5명을 제외한 최종 23인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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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명단에는 부상을 당한 김민재, 염기훈이 결국 제외됐고 반면 이승우, 문선민, 오반석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얼굴이 뽑혔다. 또한 3월 명단에는 없던 이청용, 김영권, 권경원, 고요한, 홍철, 주세종 등이 뽑혔고 기존 대표팀 멤버였던 이창민, 최철순 등이 제외돼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상당히 놀라웠다. 기자회견장은 놀라움에 술렁댔다. 끝나고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문선민, 이승우 등에 대해 계속 얘기를 할 정도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은 이청용과 이승우였다. 또한 최초발탁인 문선민과 오반석도 상당히 언급됐고 그동안 꾸준히 대표팀에서 활약해오던 이창민과 최철순이 제외된 것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은 “염기훈, 김민재 등 부상자만 없었다면 조직력을 고려해 23인 명단으로 가려했다. 하지만 부상자가 생기면서 28인을 뽑아 지켜보고 경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부상자가 나온 것은 불가항력이다.

이에 대한 신태용 감독의 대처는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었다. 소속팀에서 올해 전체를 통틀어 4경기 21분을 뛴 것이 전부인 이청용을 뽑은 것도, 대표팀에 한 번도 뽑히지 않고 시즌 내내 고전하다 막판 2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인 20살의 이승우를 뽑은 것도, 1월 국내파 위주의 명단 때는 뽑지도 않았던 문선민, 오반석을 최초 발탁한 것도 모두 신태용 감독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일이다. 게다가 중국리그에서 지난해부터 고전하던 김영권의 재발탁, 일본 J리그에서 소속팀 사간 도스의 연속 실점의 중심에 있는 정승현 발탁, 2부리그인 K리그2의 수비수 윤영선 발탁, 훈련소 입대 등으로 의문이 많았던 주세종 발탁 등도 궤를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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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뚝심이다. 손흥민, 기성용, 권창훈, 이재성 같은 선수야 어떤 감독이 와도 뽑을 선수였다고 할지라도 신 감독이 아니었다면 뽑았을지 의문이 남는 선수가 상당히 많이 포함된 이번 명단이야말로 신 감독이 이번 월드컵에서 자신의 눈, 자신이 원하는 선수로만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꾸준히 여론이 모아지는 이동국, 석현준 등을 제외한 것은 물론 자신이 감독하며 꾸준히 활용해오던 최철순, 이창민을 뺀 것 역시 냉정하고 과감한 뚝심의 발현이다.

좋게 보면 뚝심이지만 나쁘게 보면 독선, 독단일 수도 있다. 신 감독은 명확하게 자신이 원하는 축구에 필요한 선수들만 선발했고 이로 인해 그동안, 혹은 현재 좋은 활약을 펼침에도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선수들이 피해를 봤고,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비난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서 신태용 감독이 책임져야한다. 결국 월드컵 결과로 얘기하게 될 신 감독이 좋은 성과를 올렸을 경우에는 뚝심을 관철시킨 용장으로 평가받을 것이며 결과가 나쁠 경우 독단에 빠진 실패한 감독이 될 것이다. 신 감독도 이정도는 감수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며 신 감독은 그 큰 힘을 자신의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 이미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책임을 지면된다.

그래픽=김명석 기자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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