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심판이 차린 회사와 프로축구단이 의무 협약을 맺은 것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오후 K리그2(2부리그) 프로축구단 자유게시판을 통해 한 심판과 구단과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글이 게재돼 화제가 됐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모 구단 팬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K리그2의 안산 그리너스와 한 스포츠 과학 및 컨디셔닝 센터(이하 회사)간의 의료지원 업무협약이 지난 3월에 있었다.

그런데 안산과 협약을 맺은 회사가 실제로는 K리그 소속의 A심판이 대표로 있는 곳'이라는 의혹제기였다. A심판은 최근까지도 K리그 경기에 주심으로 나선 현역심판으로 경력 또한 적지 않다.

사진과 내용은 관련없습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이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통해 취재한 결과 지난해 11월 설립된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A심판과 이름과 생년월일이 모두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주 우연의 일치가 아닌 이상 심판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대표이사가 경기 주·부심을 맡을 수도 있는 K리그 구단과 스폰 계약을 맺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안산 측의 보도자료에는 A심판이 대표가 아닌 다른 B씨가 ‘대표’라고 언급돼 있어 의도적 은폐 논란까지 일고 있다. 구단과 B씨는 협약식 사진도 함께 찍었다.

그러나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서 B씨의 이름은 찾을 수 없고, 협약식에는 A심판 대신 B씨가 참석한 것이다.

1. A심판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K리그 구단과 업무협약을 했고 2.실제 협약식에는 A심판이 아닌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는 없는 B씨가 대표라는 이름으로 자리했다는 점이 의혹을 키운 셈이다. 스포츠한국은 이번 논란에 직간접적인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프로축구연맹, 안산 그리너스 박공원 단장, A대표 겸 심판에게 직접 확인했으나 모두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다.

▶프로축구연맹의 입장 : 사실관계 확인 더 필요

프로축구연맹의 관계자는 “사실관계의 확인이 더 필요하다. 계속해서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공식 입장을 내놓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다소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심판의 겸직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심판은 연맹 소속이 아니라 한경기씩 위임해서 진행하고 급여를 받는다. 겸직 금지의 조항은 없다”고 했다. 실제로 많은 심판들이 심판직만으로는 생활이 힘들어 별도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될만한 것은 심판이 축구와 직접적인 회사를 차려 K리그 구단과 협약을 맺는다는 점이다. 심판은 언제든 해당 팀의 경기를 주·부심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원칙적으로는 (공정성)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천 FC 팬페이지 캡처
▶안산 박공원 단장 : "황당하다, 이렇게까지 추리하나 싶어 놀랐다"

안산구단의 박공원 단장은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처음 이 보고를 받고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뭐 잘못한 게 있나 싶어 황당했다”면서 “이렇게까지 추리를 하나 하고 깜짝 놀랐다. 기본적으로 그 계약은 일방적으로 치료비용에 대해 받은 스폰서 계약이지 우리가 그 회사와 돈을 주고 받은 것이 아니다”고 일부에서 제기하는 구단과 심판의 `밀착가능성'에 못마땅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박 단장은 “우리 입장에서는 먼저 찾아와 스폰서 제의를 하기에 구단 사정도 어려운데 치료비도 절감하고 좋다고 생각했다”면서 “직원을 보내 회사를 찾아가 봤고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협약식에 참석해 대표라고 보도자료까지 낸 B씨가 아닌 A심판이 그 회사의 대표임을 알았는지를 묻자 “그건 몰랐다. 어느 구단이 먼저 스폰 제의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마다하겠는가. 그래서 의료지원을 받고 우리쪽에서는 경기장 A보드에 그 업체를 노출시켜주는 협약을 했다”라며 “협약을 맺은 후 실제로 선수들이 가서 재활치료를 받기도 했다. 우리가 돈을 준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혜택을 받은 것인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축구계 : “현금 없는 거래 이상…스폰받았다 해도 묵시적 이익 용인해준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계의 저명한 인사는 “선수들과 에이전트가 얼마나 몸을 중요시하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곳에 가서 치료와 재활을 받겠나. 어차피 구단에서 치료비가 나오는 것이 똑같은데 더 잘 알고 기존에 자신들이 가던 곳에 가서 치료와 재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게다가 그 회사는 개업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아 검증되지 않았는데 과연 실제로 선수들에게 얼마나 혜택을 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물론 구단에 현물로 지원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현금 스폰이 일반적이다. 치료나 재활은 너무 추상적이다. 게다가 그 업체가 안산에 기반을 둔 회사도 아니라는 점도 이상하다”면서 “내가 구단의 수뇌부였다면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그곳에 가서 치료와 재활을 못하게 할 것이다. 구단에게 선수들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일방적으로 혜택을 받기만 스폰 계약이지 광고효과를 제외하곤 준 것은 없다는 안산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암묵적, 묵시적으로 이익을 용인해준 것이다. A심판이 대표로 있는 회사와 관계를 맺으면서 향후 판정 혜택이 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나”면서 구단과 심판이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과 내용은 관련없습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A심판 : “연맹과 얘기 중… 죄송하지만 말할 수 없다”

A대표 겸 심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스포츠한국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죄송하다. 추후에 통화하겠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꺼리면서도 “프로축구연맹과 얘기 중에 있기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얘기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맹과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기자가 ‘몇 가지만 묻겠다’고 했지만 “추후에 얘기하겠다”는 말만 반복한 A대표는 “추후에 연맹을 통해서 밝히겠다”고 짧게 답하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안산과 A심판의 관계가 업무협약으로 설명하지 못할 단계까지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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