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고심이 많긴 했어요. 이제는 믿어야죠.”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가 열린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황선홍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적잖은 ‘변화’를 준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벼랑 끝에 몰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던진 승부수이기도 했다.

이날 서울은 조영욱(19)과 황기욱(22)이 새롭게 선발로 나섰다. 둘 모두 선발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1999년생인 조영욱의 첫 선발 출격이 눈에 띄었다. 공교롭게도 앞서 SNS 논란을 일으켰던 박주영이 출전명단에서 빠지고, 갓 프로에 데뷔한 조영욱이 떨리는 데뷔무대를 치렀다.

결과적으로 고심 끝 내린 황 감독의 결단은 분위기를 바꿨다. 특히 조영욱이 빛났다. 이날 팀이 터뜨린 3골 장면 모두 조영욱이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결국 서울은 지난 울산 원정에서의 패배를 털어내고 시즌 2승째를 거뒀다. 변화의 바람 속 빚어낸 승전보였다.

▶사령탑 출사표

- 황선홍 FC서울 감독 : "갑자기 더워진 날씨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 조영욱 등이 처음 선발로 나선다. 변화를 주려 생각했는데, 컨디션이 괜찮은 선수들을 선별했다. 프로는 경쟁이다. 고심이 많긴했지만, 이제는 믿어야 한다. (출전명단에서 제외된)박주영은 아직 컨디션이 올라오는 중이다. 경기에 뛰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 안드레 대구FC 감독 : "서울은 분위기가 안 좋고, 승리도 없다. 그 부분을 영리하고 지혜롭게 활용하려 한다. 박주영 SNS논란은 알고 있다. 안타깝지만, 상대팀 사정이다. 황선홍 감독이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시길 바란다. 어쨌든 모든 경기 목표는 승리다. 다만 경기 상황에 따라 무승부도 나쁘지 않은 결과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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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선발라인업

서울은 4-3-3 전형을 꺼내들었다. 에반드로를 중심으로 고요한과 조영욱이 양 측면 공격수로 포진했다. 김성준 황기욱 신진호는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포백라인은 심상민과 김원균 관태휘 신광훈, 골문은 양한빈이 각각 지켰다. 조영욱과 황기욱은 이번 경기가 첫 선발.

대구는 3-4-3 전형으로 맞섰다. 김경준과 세징야 전현철이 전방에서 스리톱을 구축했다. 정우재와 박한빈 황순민 고승범이 미드필드진을 꾸렸고, 홍정운과 김진혁 한희훈이 스리백을 지켰다. 카이온과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전반전 : 에반드로, 친정팀에 비수…서울 리드

경기 초반 대구가 강한 압박을 펼쳤다. 서울의 공격을 차단한 뒤, 빠른 역습으로 서울 수비를 흔들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기회를 먼저 살린 쪽은 서울이었다. 전반 12분 조영욱이 오른쪽을 파고든 뒤 문전으로 내준 패스를 에반드로가 마무리했다.

이후에도 경기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은 최대한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경기를 풀었고, 대구는 빠른 역습으로 맞섰다. 전반 20분에는 양한빈 골키퍼의 실수에 의해 대구가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문전에서 찬 김경준의 슈팅이 골키퍼 발에 걸렸다.

전반 27분 서울에 변수가 생겼다. 김성준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안델손이 급하게 투입됐다. 황 감독은 고요한을 중원으로 돌리는 변화를 줬다. 전반 막판 양 팀 모두 결정적인 기회를 주고받았다. 다만 세징야의 슈팅은 골대 옆으로 벗어났고, 안델손의 슈팅은 골대에 맞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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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고요한 추가골에 자책골까지, 서울 3골차 완승

후반들어 더욱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하던 서울은 후반 6분 점수차를 더 벌렸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조영욱이 문전으로 올린 땅볼 크로스를 수비가 걷어내자, 고요한이 오른발로 감아 차 대구 골망을 흔들었다.

연거푸 실점을 내준 대구가 뒤늦게 공세를 끌어 올렸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경기를 치른 서울 수비는 좀처럼 균열이 생기지 않았다. 점수 차를 좁히려던 대구의 공세는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다.

오히려 서울이 후반 35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조영욱이 문전으로 내준 땅볼 크로스가 김진혁의 발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승기가 완전히 기울자, 경기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경기 막판에는 거친 파울을 범한 김경준이 비디오 판독 끝 퇴장을 당했다. 수적 균형까지 깨진 만큼, 반전을 기대케하기는 어려웠다.

▶경기종료 : ‘2승째’ 서울, 7위 도약

3-0 완승을 거둔 서울이 리그 2승째(3무3패·승점9점)를 챙겼다. 홈에서는 지난 포항스틸러스전 이후 2연승이다. 1경기 덜 치른 울산(3승4패·승점9점)을 제치고 10위에서 7위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시즌 첫 연승에 도전하던 대구는 4패째(1승3무)를 당하며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순위는 여전히 1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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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생’ 조영욱, 황새 눈도장 ‘쾅’

경기 전 황선홍 감독은 “부담 없이 자유롭게 뛰어줬으면 좋겠다. 자신의 강점을 잘 나타내면서, 어린 선수의 에너지를 잘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생애 처음 선발로 출격하는 ‘1999년생’ 공격수 조영욱을 향한 기대였다.

그리고 조영욱은 그 기대에 제대로 부응해냈다. 4-3-3 전형의 측면 공격수로 나선 그는 공-수 양면에서 팀에 힘을 보태며 활약했다. 그는 선제골 장면에서 정확한 크로스로 첫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어 두 번째 득점 장면에서도 절묘한 침투와 땅볼 크로스로 기점 역할을 했고, 상대의 자책골이 나온 장면에서도 크로스를 이끌어냈다.

비단 전방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중원까지 폭넓게 내려와 상대 패스 줄기를 끊어 내거나,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패스의 중간 연결고리 역할도 해냈다. 전방에서 보여준 ‘넘치는’ 에너지 속, 서울은 시즌 처음 3골차 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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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

- 황선홍 서울 감독 :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선수들이 승리하기 위해서 투혼을 발휘해줬다고 생각한다. 홈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많이 못 보여드려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아서 마음이 무겁다. 단기간 내에 희석되기 어려운 것을 잘 알고 있다. 갈 길이 멀다. 차분히 준비해서, 팬들의 성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

- 안델손 대구 감독 : “상대 분위기가 안 좋았기 때문에 상당히 도전적이고 저돌적으로 나올 것 같았다. 적극적으로 압박했는데, 전반 초반 실수로 선제실점을 내준 것이 상당히 아쉬웠다. 찬스가 있었는데 살리지 못한 것이 후반 2골을 내준 원인이 됐다.”

▶경기정보

- 서울 : 양한빈(GK) - 심상민 김원균 곽태휘 신광훈 - 신진호(후42‘코바) 황기욱 김성준(전27‘안델손) - 고요한 에반드로 조영욱(후44’윤승원)

- 대구 : 조현우(GK) - 홍정운 김진혁(후41‘홍승현) 한희훈 - 정우재 박한빈(후12‘정선호) 황순민 고승범 - 세징야 김경준 전현철(후16’김대원)

- 득점 : 에반드로 2호(전12분) 고요한 3호(후6분) 김진혁 자책골(후35분·이상 서울)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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