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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반전은 없었다. 지난 중국전에서 2-2로 비겼던 신태용호가 ‘피파랭킹 114위’ 북한에도 ‘진땀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남달랐던 터라, 더욱 당황스러운 부진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2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7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후반 19분 북한 수비수 리영철의 자책골이 결승골이 됐다.

이겼는데도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22세 이하 선수들이 절반 이상 선발로 나선 중국전에서 2-2로 비긴데 이어, 북한전 역시 졸전을 면치 못하다 상대 자책골 덕분에 가까스로 승리한 까닭이다.

특히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의 연속은, 이번 대회를 준비해온 과정과 맞물려 더욱 더 의문부호를 남기고 있는 중이다.

신태용호는 이번 대회를 위해 ‘조기소집’ 카드를 꺼냈다. 지난달 27일 울산에 모여 담금질에 나섰다. 일본 J-리그가 끝나기도 전이었다. 중국 역시 신태용호가 첫 담금질에 나선 날 명단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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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면면에도 큰 불안요소가 없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등 유럽파들이 빠지는 것은 다른 팀들 역시 마찬가지. 오히려 신 감독 부임 이후 K리거들의 대표팀내 비중이 높았던 터라, 기존 대표팀의 상당수가 재승선했다.

반면 중국은 미래를 내다보고 22세 이하 선수들을 대거 선발했다. 일본 역시 J-리그 일부 핵심 자원들이 제외됐다. 최근 대표팀 명단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명단은 다른 팀에 비해 무게감이 있었다.

대회에 임하는 각오마저도 결연했다. 예컨대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조추첨 직후에도 선수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았다. 코치진들과는 농담만 주고받았을 정도. 그만큼 동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올인’하겠다는 의미였다. 신 감독 역시 “동아시안컵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했다.

앞선 2경기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당황스러운 이유들이다. 후반 중반 이후 급격히 떨어지는 집중력, 잦은 패스미스와 완성도가 떨어지는 세트피스 등은 조기소집 효과에 의구심을 품어볼 만할 정도다.

실험에 무게를 둔 중국과 승부를 가리지 못하거나, 피파랭킹 114위인 북한에 쩔쩔매는 경기력 역시 대회 정상을 바라보고 준비했다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 감독은 앞선 2경기에 대해 자화자찬하고 있으나, 경기를 지켜 본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기회는 남아 있다. 오는 16일 일본전에서 이길 경우 대회 우승도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앞선 2경기들을 돌아본다면, 과연 일본을 꺾을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조기소집부터 선수선발 등 대회 우승을 목표로 준비해온 신태용호가 마주하고 있는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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