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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북한 여자축구는 세계 최강의 수준이었다. 역대전적에서도 1승2무14패로 한국이 크게 밀렸다. 전장마저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이었다. 무승부 이상만 거둬도 되는 유리한 상황이었으나, 과연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앞섰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 마지막 경기. 윤덕여호는 보란듯이 1-1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 45분 승향심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31분 장슬기(인천현대제철)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승점 1점을 챙겼다. ‘평양의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결실은 달콤했다. 한국은 북한을 득실차에서 제치고 대회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 진출권이 걸린 대회이기도 했다. 북한과 예선에서 같은 조에 편성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비관론이 적지 않았으나, 윤덕여호는 극적으로 결실을 일궈내며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북한 입장에서는 ‘참사’나 다름없었다. 한국에게 고스란히 악조건이었을 전력차나 전장, 역대전적 등과는 무관하게 본선 진출권을 놓친 까닭이다. 본선 진출 실패로 2019년 여자월드컵 진출 기회마저 사라졌으나, 한국전 패배는 더욱 더 뼈아팠을 터다.

11일 오후 4시 30분, 일본 지바 소가 스포츠파크에서 열리는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축구 남북전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지난 4월 ‘평양의 기적’ 이후 8개월 만에 재성사된 맞대결인데, 북한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잔뜩 벼르고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경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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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열도 마쳤다. 지난 8일 중국과의 1차전에서 김윤미의 멀티골을 앞세워 2-0 완승을 거두고 대회 선두로 올라섰다. 북한 입장에서는 지난 4월의 아픔을 설욕함과 동시에, 대회 2연승으로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는 각오다.

그러나 윤덕여호 역시 지레 물러설 이유는 없다. 역대전적에서는 눈에 띄게 열세이긴 하나,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가 된 까닭이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4월 무승부뿐만 아니라, 지난해 2월 일본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에서도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최근 2차례 맞대결에서는 역대전적(1승3무14패)의 열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윤덕여호 역시 내친김에 북한에 유독 약했던 흐름을 바꿔보겠다는 각오다. 윤 감독은 지난 일본전 직후 “북한의 설욕 의지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도 이번에 북한에 지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아(인천현대제철)도 “이젠 이길 때가 됐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편 한국이 이날 북한을 이기면, 지난 2005년 8월 동아시아연맹컵 본선 1-0 승리 이후 12년 4개월 만이다. 한국과 북한의 경기는 SPOTV를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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