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대회에 임하는 목표부터 달랐다. 신태용 감독은 우승을 외쳤고, 마르첼로 리피 중국대표팀 감독은 실험에 무게를 뒀다. 객관적인 전력 차까지 고려한다면 ‘이변’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신 감독의 표현대로 과정과 결과 모두 잡아야 할 경기였다.

무대는 9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1차전이었다. 판이하게 달랐던 두 팀의 지향점만큼이나, 경기 전 발표된 양 팀의 선발명단의 무게감 역시 아주 현격한 차이가 났다. 한국의 승리를 예상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실제로 한국은 사실상 정예에 가까웠다. 이근호(강원FC)가 부상으로 빠지긴 했으나 이재성(전북현대) 장현수(FC도쿄) 이명주(FC서울)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선발진에 포진했다. 김진수 최철순(이상 전북) 등도 선발 자리를 꿰찼다. 실험보다 승리에 무게가 쏠린 라인업이었다.

반면 중국은 달랐다. 선발 11명 중 6명이 22세 이하였다. 이 중에는 20세에 불과한 양 리유(텐진 테다)도 포함됐다. 웨이 스하오(상하이 상강) 등 4명은 이 경기가 대표팀 데뷔전이었다. 리피 감독의 표현대로 실험과 미래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이변을 예상한다는 것은 더욱 더 어려움이 짙었다.

2-2 무승부라는 결과에, 신태용호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이유였다. 출발부터 흔들렸다. 상대의 거센 전방압박에 적잖이 당황했다. 결국 1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일격’을 맞았다. 측면 수비가 무너지면서 문전으로 크로스가 올라왔고, 스하오가 오른발 슈팅으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의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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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한국은 김신욱(전북현대)과 이재성의 연속골로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이후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전반전 슈팅수 10-1이 말해주듯, 현격했던 전력차가 그라운드 위에서 드러났다. 이제는 1골의 리드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승부에 쐐기를 박을 차례였다.

그러나 후반들어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압박이 다시금 거세지면서 또 다시 흔들렸다. 상대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만한 한 방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기회는 적지 않았으나 슈팅이 번번이 골문을 외면했다. 아쉬운 장면들이 거듭 이어졌다.

후반 중반 이후가 되자 집중력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수비진이 연거푸 흔들리더니 위기를 맞이했다.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의 선방으로 한 차례 실점을 면하긴 했으나, 후반 31분 통한의 실점까지는 막지 못했다. 이번에도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위 다바오(베이징 궈안)의 헤더로 연결됐다.

한국은 뒤늦게 총공세에 나섰으나 상황을 바꾸지는 못했다.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나는 등 아쉬움만을 삼켰다. 결국 경기는 2-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허망할 수밖에 없는 무승부였다.

대회에 임하는 출사표부터 선발명단까지, 정황상 이변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터라 그 충격은 더욱 적잖았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등 유럽파들이 빠졌다고는 하나, 22세 이하 선수들이 절반이 넘었던 중국의 ‘실험’과 비교하면 핑계조차 될 수 없었다. 중국전 무승부는, 신태용호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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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은 오는 12일 오후 4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북한과 대회 2번째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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