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기다려달라.’

대한축구협회의 기술위원장 김호곤과 축구대표팀 감독 신태용은 극심한 비난 여론에 대해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일단 그들은 내년 3월 A매치에서의 모습을 보고 판단해달라고, 그리고 내년 6월 월드컵에서의 결과를 봐달라 한다.

모든 비난 여론에 대해 ‘기다려달라’고만 하는 축구협회는 과연 그 시한이 왔을 때도 완성돼있지 않다면 그때가서 어떻게 뒷감당을 할 생각인지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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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15일 오후 서울 축구회관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고 작금의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심경을 피력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월 유럽 원정 A매치(러시아-모로코전) 이후 유럽 현지에서 외국인 코치 선임과 러시아 현장 답사 등의 이유로 귀국이 늦어진 신 감독은 당초 오전에 귀국해 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축구 팬들은 공항에 나와 ‘한국 축구는 죽었다’라는 현수막을 드는 등 강하게 항의했고 이에 인터뷰가 취소된 후 오후에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신 감독과 김 기술위원장은 한입 모아 “비난 여론은 인정한다. 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달라. 일단 내년 3월, 그리고 6월 월드컵에서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많은 내용이 담긴 기자회견이었지만 요약하면 ‘기다려달라’는 말로 줄일 수 있었다.

문제는 일단 당장 11월 국내 A매치 2연전에서 경기력과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지금보다 더 심할 비난 여론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국민에게 비난받는 대표팀의 존재가치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축구인은 “신태용 감독이 과연 월드컵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이런 여론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스스로 여론에 밀려 사임해야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3월까지 국민들이 인내심을 발휘해 기다려줬을 때마저 만족스러운 경기력이 나오지 않을 때의 문제다. 그때는 누가 뭐라고하더라도 감독을 바꿀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3개월 남기고 감독을 바꾸며 월드컵에 나가는 팀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 일부에서는 “내년 3월까지 기다려달라는 것은 결국 월드컵까지도 하겠다는 것”이라는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다.

만약 내년 3월에도 경기력이 좋지 못했을 때 9월과 10월 연달아 ‘기다려달라’고 말한 축구협회의 입장이 무색해진다. 물론 부정적인 것만 먼저 생각해서는 곤란하지만 현재의 대표팀이 과연 극적으로 반전해 경기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은 과정 속에 좋은 결과만 바라는 ‘도둑 심보’와 다를 바 없다.

자신들이 공언하는 ‘내년 3월’과 ‘월드컵’에서 경기력, 결과가 좋지 못하다면 뒷감당은 고작 사임인 것일까. 4년을 기다린 축제가 이미 2014년 처참한 실망을 안긴 시점에서 똑같은 실망을 반복한다면 그 뒷감당은 누구도 질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를 것이다.

축구협회는 ‘기다려달라’고 하고 국민들은 당장의 결과를 원한다.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이후 뒷감당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한국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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