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거스 히딩크 감독의 필요성을 공감했습니다. 그 역할에 대해서는 10월 러시아와의 A매치에서 만나 협의해보겠습니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구체적인 히딩크 감독의 이번 대표팀 내에서의 역할에 대해 일단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감독이다”라면서 “향후 히딩크의 역할은 10월 러시아 원정에서 만나서 얘기해보겠다”고 했다. 일단 ‘만나서 얘기해보겠다’는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히딩크 논란과 신태용호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믿음을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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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기술위원장 및 기술위원들은 26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거스 히딩크 2002 한일 월드컵 감독의 거취와 한국축구의 여러 가지 사항들에 대해 의논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는 김호곤 기술위원장 이하 최영준, 조긍연, 하석주, 조영증, 박경훈, 황선홍, 서정원, 김병지까지 총 8명으로 구성돼있다. 당초 오전 9시에 회의를 시작해 11시에는 언론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회의가 길어져 11시 45분에서야 브리핑이 시작됐다.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히딩크 감독의 역할이었다. 우즈베키스탄전을 끝으로 한국의 월드컵 진출이 확정된 다음날인 7일 히딩크 재단으로부터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있다고 전해졌다. 국내 여론은 요동쳤고 히딩크 감독은 14일 네덜란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국 국민이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감독직에 대해서도 여운은 남겼고 기술자문역도 언급했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히딩크 감독이 도와주겠다고 했고 히딩크에게 저희도 도움을 받은 생각이다. 기술위원회와 동의했다. 구체적 역할에 대해 논의했지만 서로 동의해야하는 과정이 남았다. 구체적 역할에 대해서는 먼저 기자회견에서 미리 얘기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또한 “먼저 역할을 제의하지 않은 것은 먼저 제의하는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행여 우리가 생각하는 역할이 히딩크 감독 생각을 넘을 수도 있다. 일단 만나서 얘기하는게 가장 좋기에 10월 러시아 원정때 만나 구체적으로 논의해볼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 계속해서 히딩크 감독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묻자 “만나서 얘기해보겠다”며 “만나서 얘기하는게 가장 낫다. 그때 결정이 되면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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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란의 가장 큰 피해자인 신태용 감독에 대해서 “선배로서 기술위원장으로서 신태용 감독이 안쓰럽다. 히딩크를 영입하려는 일부 국민들의 의견이 있었는데 그건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두경기 부진하면 또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소모적인 이야기가 안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또한 "팬들이 기대하는 멋진 경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일이 더 많을 것이다. 축구가 컴퓨터 게임처럼 조종하는대로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다. 내년 3월 마지막 A매치쯤이 되야 충분한 멤버 구상으로 좋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겠나 싶다"며 "그때 문제점이 생기면 5월 월드컵 소집때 3주 훈련으로 메울 수 있다고 본다. 평가전 목표는 당장의 결과가 아닌 월드컵 승리다. 평가전에서 답답한 경기가 나와도 힘을 실어주는게 필요하다. 월드컵을 앞두고는 믿고 맡겨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과 국민들에게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지는 잘 이해가 된다. 그동안 히딩크 논란과 대표팀 경기력 등에 대해 섭섭함과 아쉬움을 이해한다. 하지만 기술위원회를 열었음에도 이제야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에 해줄 역할에 대해 필요성만 공감하고 역할을 정하지 않고 무조건 '만나서 해결하겠다'고만 반복한다면 10월 7일로 예정된 약 2주간의 시간동안 논란만 가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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