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시대를 주름잡았던 조중연(71)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 이회택(71) 전 협회 부회장, 김주성(51) 협회 실장, 황보관(52) 협회 실장등이 모두 배임 혐의로 입건됐다. 이 이름들은 현재 대한축구협회의 최고위 간부들이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정몽규(55) 회장이 방관한 간부들의 배임에 대해 협회 뒤에 숨지 말고 나와서 해명과 사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4일 조 전 회장과 이 전 부회장 등 임직원 11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11명의 죄목도 다양하다.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로 220여회 1억1천만원 상당을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부인의 항공료, 골프장 비용, 유흥주점, 피부미용실 등 사용처는 다양했다. 11명 외 1명은 이혼했음에도 8년간 가족 수당을 받아 사기혐의를 받고 있다. 총 12명이다.

심하게 말하면 대한축구협회가 범죄자 집단으로 운영됐다고 볼 수 있다. 무려 임직원 12명이 이같이 준법정신을 망각한채 범죄를 저지른 것은 과연 한국 최고의 인기스포츠인 축구를 운영하고 발전을 도모하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때도 대통령부터 비서실장, 문화체육부 관광 등 최고위직이 줄줄이 구속과 법정에 서며 혹자가 ‘대한민국이 범죄자 집단으로 운영됐나’라고 한탄한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조중연, 이회택, 황보관, 김주성은 올드 축구팬들에게는 신적인 존재다. 대표팀에서나 국제적 명성 등에서 최고였던 이들이 추악한 몰락을 맛본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책임은 정몽규 회장에게 있다. 이 모든 이들이 정몽규 회장이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부임하기 이전인 2013년부터 있었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정 회장이 계속 그 지위를 유지, 승진 시켰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행여나 ‘몰랐다’고 해명하는 것은 회장으로서 능력 부족을 인정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2011~2012년 있었던 일이라 할지라도 이같은 사람을 계속 믿고 활용한 것은 문제다. 축구판에 유행해 야구판까지 번진 ‘개인의 일탈’이라고 말하기엔 12명의 숫자는 너무나도 많다.

정확한 해명과 사과가 필요하다. 이래서 대체 그 누가 대표팀 경기를, FA컵을, 대학리그를, 유소년 축구를 안심하고 볼 수 있겠는가. 무려 12명의 직원이 불구속 입건된 상황에 대해 그냥 넘어가서는 곤란하다. '적폐'가 되어버린 축구협회다.

가뜩이나 축구협회는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축구협회의 가장 중요한 존재이유인 남자 A대표팀이 최근 구설수와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도 부진한 경기력, 어울리지 않는 세리머니 등으로 논란에 올라있다. 게다가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건으로 인해 시끄럽다. 월드컵에 진출했음에도 14일 발표된 FIFA 랭킹은 2계단 하락했다(51위). 게다가 이런 분위기도 모르고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월드컵 진출 축하연까지 열려고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가뜩이나 최악의 상황에 임직원의 배임까지 밝혀진 상황에서 정몽규 회장은 정식적인 자리를 만들어 이 상황에 대해 솔직히 숨김없이 설명을 하고 필요하다면 사과도 해야 한다. 뒤에 숨어서는 사태가 해결될 길은 없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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