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수원=이재호 기자] 수원 삼성이 경기 시작 25분만에 3골을 터뜨리며 전남 드래곤즈를 또 다시 완파했다. 수원은 A매치에 돌아온 김민우의 맹활약, 박기동의 시즌 첫 골에 신인 윤용호의 데뷔골까지 더해지며 더할나위없는 경기를 가졌다.

수원은 10일 오후 3시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7 28라운드 전남과의 홈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수원은 지난 8월 슈퍼매치 서울전 패배 후 2연패를 끊어냈다. 3위 울산(승점 51)을 승점 2점차로 다시 추격했다. 반면 전남은 올 시즌 수원과의 경기에서 최악의 결과(1-3, 1-4, 0-3, 2골 10실점 3전 3패)로 이제 5경기밖에 남지 않은 스플릿 결정에서 반전을 꾀하지 못한채 리그 8위(승점 31)에 머물렀다.

윤용호. 프로축구연맹 제공
▶출사표 : “박기동-윤용호 기대” vs “수원전 악연 끊어야”

-수원 서정원 감독 : “염기훈을 벤치에 앉혔는데 아무래도 본인이 조금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건희보다 박기동을 최전방에 낸 것은 거제도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상당히 열심히 했다. 윤용호를 선발로 냈는데 예전보다 주시했던 어린 선수다. 5월 전남전에서 K리그 데뷔전을 가지고 ‘이런게 프로구나’라고 느꼈다는데 두 번재 경기로 다시 전남전에 내보내 기대한다.”

-전남 노상래 감독 : “스플릿에 가기전 마지막 수원전이다. 올시즌 수원에게 약해왔는데(1-3, 1-4 패배) 한번은 좋은 모습을 보여야하기에 선수들도 각오가 남다르다. 상위스플릿을 가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현재 끈끈함을 가지고 있고 고비가 왔지만 투혼으로 이겨내고 싶다.”

▶전반전 : 25분만에 3골 넣은 수원, 승부는 일찌감치 결정났다

염기훈의 선발 제외로 공격에 우려가 있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2연패 후 A매치 휴식기동안 거제도 전지훈련으로 심기일전한 수원의 공격은 전남의 약한 수비(다실점 2위)를 상대로 마음껏 휘저었다.

전반 12분 중앙선에서 수원 수비가 단숨에 길게 연결한 공을 부상 중인 조나탄을 대신해 나온 박기동이 헤딩으로 왼쪽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는 김민우에게 떨궈줬다. 김민우는 다시 오른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산토스에게 내줬고 산토스는 곧바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만들었다. 박기동의 포스트 플레이와 김민우의 침투, 산토스의 마무리까지 완벽한 득점이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른 선제골로 기세를 탄 수원은 득점 후 4분만인 전반 16분에도 추가득점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A대표팀이 이란-우즈벡 경기를 앞두고 연습 평가전을 가질 때 깜짝 2골을 넣으며 대표팀을 격침시켰던 윤용호였다. 만 21세의 윤용호는 이날 경기가 K리그 2번째 경기였지만 산토스의 중원 스루패스를 받아 빈공간에서 드리블 후 오른발 슈팅을 했고 이 공은 상대 수비에 맞으며 굴절된 행운의 골로 데뷔골을 기록했다.

첫 골에서 도움을 기록했던 김민우는 A매치 후유증을 이기고 팀의 세 번째 골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다시 산토스의 환상적인 스루패스가 작렬한 전반 25분, 김민우는 산토스가 빠져나온 자리로 침투하며 단숨에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왔다. 이때 전남 이호승 골키퍼가 튀어나오자 김민우는 키를 넘기는 칩슛을 시도했다. 이 공은 아쉽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지만 공격수 박기동이 마침 문전 쇄도를 하고 있어 박기동이 빈골대에 몸으로 밀어 넣으며 드디어 시즌 첫 골을 넣었다.

전반 25분만에 세 골을 넣은 수원은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한 분위기였다. 전남의 노상래 감독은 또 다시 수원전 대패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전반 38분만에 양준아를 빼고 빠른 윙어 허용준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수원은 전반을 3-0으로 마치며 승리를 벌써 눈앞에 둔 후반전을 맞이한다.

▶후반전 : 후반 4분만에 고태원 퇴장, 불난 전남에 부채질하다

어떻게 해서든 따라붙어야하는 전남은 후반 시작 4분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중앙 수비수 고태원이 양상민과 다미르를 수비하다 반칙을 범했고 처음에는 그저 반칙만 선언됐다 VAR 판독 결과 곧바로 퇴장이 선언된 것.

이 반칙에서 부상을 당한 수원 양상민은 곧바로 매튜와 교체돼 나갔고 수적열세에 놓인 전남은 후반 9분 공격수 페체신을 빼고 수비수 토미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수원 서정원은 아껴둔 염기훈 카드를 후반 12분 꺼내들며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염기훈은 들어가자마자 왼쪽 김민우의 크로스 후 산토스가 뒤로 내줬을 때 절호의 기회로 슈팅을 했지만 득점엔 실패했다. 상대 퇴장 후 다소 느슨해졌던 수원은 염기훈 투입으로 다시 달아올랐다.

이후 수원은 경기를 매우 쉽게 주도했고 수많은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많은 기회에서 아쉽게 골대를 빗나가고 패스가 한끗차이로 빗겨가는 등 아쉬운 장면만 만들었다.

결국 경기는 3-0 그대로 종료되며 수원은 다소 아쉬운 후반전이었음에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결과로 웃을 수 있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산’ 유망주 또 터졌다… A대표팀에 2골 넣었던 21세 윤용호

이날 선발명단에는 수원 팬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포함됐다. 바로 투톱 밑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윤용호가 그 주인공. 만 21세인 윤용호는 지난 5월 전남전에서 후반 28분 교체 출전하며 K리그 데뷔전을 가진 바 있다. 서정원 감독의 말을 빌리면 ‘이게 프로구나’를 느꼈다고.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과 우선 지명 신인계약으로 수원 유스인 매탄고 이후 한양대를 거쳐 수원에 온 윤용호는 지난 8월말 잠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란-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둔 A대표팀과 수원 삼성의 연습경기에서 깜짝 2골을 넣으며 대표팀을 격침(2-1 수원 승리)시켰기 때문. 신인 윤용호가 한국 최고의 선수가 모인 대표팀을 상대로 2골이나 넣었다는 소식은 분명 놀라웠고 서정원 감독은 거제도 훈련에서 윤용호를 지켜보며 이날 경기에서 K리그 두 번째 출전기회를 부여했다.

윤용호는 전반 16분 공격수 산토스가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생긴 빈공간을 정확하게 찾아들어갔고 산토스는 윤용호에 맞춰 스루패스를 투입했다. 윤용호는 좋은 퍼스트터치로 공을 잡고 달려들어가는 힘을 받아 오른발 슈팅을 했다. 이 슈팅은 전남 수비의 태클에 맞으며 도리어 골키퍼가 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들어가며 득점이 됐다. K리그 2경기만에 데뷔골을 터뜨린 것이다.

서정원 감독은 윤용호에 대해 “신인중에 특히 주시했던 선수다. 부족한 부분을 가르치며 많이 나아졌다. 이후 잘 준비해왔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미 ‘입단 동기’인 유주안이 12경기나 출전하며 2골 1도움, 김준형이 골을 기록한 것을 지켜봤던 윤용호는 임팩트 넘치는 골과 활약으로 이날 경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후반 30분 이용래와 교체되며 경기를 마친 윤용호를 향해 수원 팬들은 큰 함성과 박수로 신인 스타에 환호를 보냈다.

김준형, 유주안에 이어 또 신인 선수가 맹활약하며 수원은 좋은 신인 발굴 시스템을 가진 팀이라는 기분 좋은 명성을 이어가게 됐다.

▶경기 후 기자회견 : “거제 전훈 효과와 과정이 나온 경기”

-수원 서정원 감독 : “경기 준비를 하면서 과정이 매우 좋았었다. 과정 속에서 결과가 나온 것 같다. 3주의 휴식기에 대표팀과 경기 후 합숙 등으로 모든 과정이 좋아 경기전 미팅에도 과정을 얘기하며 자신감을 줬다. 거제도 전훈의 효과가 80%이상 나온 경기다. 건국대와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9골을 넣었는데 아무리 대학팀이라도 9골은 쉽지 않다. 그때 박기동, 윤용호 등이 넣었는데 이번 경기에도 이어진 것 같다.윤용호의 경우 가다듬고 기다리고 만들었던 선수며 그 결과물이 나온 골이며 시작이다. 아직도 부족한게 많지만 고쳐나가고 배워나가면 발전 가능성이 꽃 피울 것이다. 박기동은 마음고생이 많아 위축된 모습이었는데 골을 넣어 박기동이 편안하게 잠들 것 같다. 축하를 건넨다.”

-전남 노상래 감독 : “열심히 준비했지만 초반에 너무 쉽게 실점해 어려운 경기가 됐다. 분명 후반전의 반전을 다짐했지만 퇴장이나 막판 부상 등으로 상당히 어려웠고 숫자적으로 불리했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리그 끝날때까지 끝난건 아니며 포기하지 않겠다. 실점상황을 보면 전방에서 공을 잃어버렸을 때 수비 대응을 못해 실점하는게 많다. 반복적인 실수로 마음적으로 선수들이 흔들린듯하다. 진 경기를 반성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

▶경기정보

-수원 3 : 신화용(GK) - 양상민(후5 매튜) 곽광선 이종성 - 김민우 다미르 최성근 윤용호(후30 이용래) 장호익 - 산토스 박기동(후12 염기훈)

-전남 0 : 이호승(GK) - 이슬찬 이지남 고태원 최효진 - 양준아(전38 허용준) 김영욱 김재성 - 자일(후32 한지원) 페체신(후8 토미) 한찬희

-득점 : 산토스 6호(전 12분), 윤용호 1호(전 16분), 박기동 1호(전 25분·이상 수원)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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