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병지입니다. 한국 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달성해 축구인으로서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경기력의 내용과 결과를 알기에 마냥 좋아할 순 없습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서는 우즈벡전에 대한 총평과 이후의 말들에 대한 견해를 얘기해볼까 합니다.

▶염기훈이 들어가고 경기 분위기가 달라졌다

우즈벡전의 전반전은 이란전의 경기력과 달라진게 없던 45분 이었습니다. 포메이션만 포백에서 쓰리백으로 달라졌지, 그것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후반 18분 염기훈 투입부터 확실하게 바뀌었죠. 염기훈의 볼터치에 따라 공간이 생기고 공이 살아 나가더군요. 우즈벡은 염기훈의 뒷공간 크로스를 두려워해 포백 라인을 내렸고 자연스레 2~3선의 공간이 벌어지고, 그 사이를 김민우가 끊임없이 파고들었고 우즈벡 수비들의 중심 축이 왼쪽과 뒤쪽으로 쏠리다보니 오른쪽에서 손흥민, 이근호 등에게도 공간이 생기게 되었죠.

ⓒAFPBBNews = News1
염기훈이 공을 잡고 뺏기지 않다보니 선수들이 그 사이로 공격 활로를 찾아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고. 우즈벡 수비 입장에서는 여러 상황에서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선수들의 스피드에 어려워 하며 수비에 취중하느라 조직력이 무너졌으며,공격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염기훈 효과가 컸습니다.

이동국 투입에 대해 ‘지켜야했던 타이밍 아니냐’는 비판의 시선도 있는데 저는 신태용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수비는 교체 혹은 수비숫자를 더 투입한다고 강해지는게 아닙니다.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있겠지만, 공격 활로가 열렸으니 흐름을 살려 더 공격을 하는 것이 최고의 수비가 될 수 있습니다.‘최고의 수비는 공격’인 것이죠. 이동국이 들어가며 상대가 수비에 취중하다 공격할 틈을 갖지 못했습니다.

염기훈, 이동국 투입 등을 볼 때 신태용 감독의 교체카드 활용은 이날 경기 가장 좋았던 부분이라 봅니다. 또한 ‘월드컵 진출’이라는 결과가 중요했던 상황에서 그 결과물을 공격적인 카드를 사용했던 부분은 칭찬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반면 전체적인 경기력에 대한 아쉬움운 저 역시 느낍니다. 결정력이 조금 부족한 수준을 넘어 경기력 전체가 안 좋다보니 월드컵 진출에도 여론이 좋지 못합니다. 중국이 마르셀로 리피 감독 부임 이후 판도를 흔들어줬고 이란의 계속된 선전이 분명 큰 도움이 됐죠. 우린 평범했지만 남의 도움을 받은 것은 부인하기 힘들기에 아쉬움이 듭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히딩크 논란? 지켜야 할 신뢰와 존중이 필요할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임설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아무래도 입장이 조심스럽습니다. 분명 히딩크 감독님은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많으시고 한국 국민들 역시 고마움을 많이 느끼는 분입니다. 서로간의 존경심과 애정의 사이에서 조금은 조심스럽지 못한 얘기가 민감한 시기에 히딩크감독님 본인의 코멘트가 아닌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많은 이들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너무 앞서나갔다는 느낌입니다. 또한 신중하게 접근해야합니다. 신태용 감독이나 히딩크 감독, 대한민국 축구팬 누구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게 서로 신중하게 다가가야 합니다.

이 이슈에 대해서는 모두가 서로에게 지켜져야 할 신뢰와 존중이 지켜져야 할 때 입니다.

▶신태용을 이해하는 이유… 색깔 내기보다 색깔 맞추기가 중요

신태용 감독의 2경기가 좋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은 것을 이해하기도 합니다. 신 감독에게 경기, 회복, 이동 등의 시간을 제외하면 열흘 남짓한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열흘 동안 신 감독만의 색깔을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의 과정을 보더라도 팀컬러를 만들기 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월드컵까지 9개월의 시간동안 10월, 11월 A매치, 해외파 없는 12월 동아시안컵, 3월 A매치까지 훈련기간을 다 합치면 실제로는 한 달 훈련정도 겨우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대표팀 명단도 수시로 바뀔것 입니다. 신태용 감독이 자신만의 색깔을 내고 대표팀만의 색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팀만의 컬러가 나와야 이기든 지든 경기력이 일정수준 나오는데 절대적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프로팀도 2년은 보는 것이 ‘팀컬러’인데 말이죠.

신태용 감독이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 파악과 그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지션, 개인전술, 부분전술 이해도를 끌어올리는게 현실적으로 더 빠를 수 있지 않을까요.

대한축구협회 제공
염기훈의 좋은 예도 있었듯이, 손흥민을 어디에 쓸 것인지가 아닌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손흥민 시프트로 어떻게 토트넘의 손흥민처럼 능력을 극대화시킬지 고민하는 방법들도 있겠죠. 선수가 가진 능력을 잘만 활용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짧은 시간입니다.

국가대표팀 감독들이 한결같이 아쉬워하며 힘들어 했던것이 훈련을 함께할 시간이 부족했다라는 것을 되새겨 볼 대목입니다. 향후 기술위원회에서 활동, 칼럼을 통해서 남은 9개월간 대표팀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김병지 칼럼 : K리그 최다출전자(706경기)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前선수는 매주말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병지 칼럼니스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이나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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