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전북현대가 적지에서 FC서울을 잡아냈다. 전북의 닥공(닥치고공격)과 최강희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선수들, 그리고 상대의 퇴장 변수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23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이재성 이동국의 연속골을 앞세워 데얀이 1골을 만회한 서울을 2-1로 제압했다.

경기 초반부터 전북이 주도권을 쥐었다. “원정이고, 상대가 상승세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던 최강희 감독의 선택과 맞물린 흐름이었다. 전북은 김신욱을 필두로 이승기 이재성 등의 슈팅으로 연신 포문을 열었다.

전반 25분에는 주세종(서울)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까지 점했다. 정혁과의 볼 경합 과정에서 퇴장을 당했다. 깨져버린 수적 균형은 두 팀의 팽팽한 흐름에 결정적인 변수이자, 분수령이 됐다.

여기에 경기 전 최 감독이 ‘기대’를 나타냈던 이재성 이동국의 연속골, 그리고 승부수로 투입한 에델의 2도움 활약이 더해졌다. 막판 상대의 추격 의지에 잠시나마 흔들리긴 했으나, 승리를 목전에 둔 전북의 집중력은 끝내 흐트러지지 않았다.

결국 전북은 리그 선두 질주, 리그 3연승, 나아가 지난 2일 서울전 패배에 대한 설욕까지 달콤한 결실들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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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 출사표

- 황선홍 서울 감독 : “우승 경쟁의 기회를 갖기 위해 중요한 일전이다. 자존심도 걸려 있다. 물러설 생각은 없다.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 전북전은 거의 (선수별)일대일 형태다. 이겨내고, 견뎌내야 한다. 경기가 끝나면 10일의 휴식기가 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있는 것, 모든 것 쏟아내고, 휴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최강희 전북 감독 : “원정이지만 승부를 내고 싶다. 상대가 상승세라고 해서 소극적으로 하면 상대가 더 올라온다. 더 강하게 맞서야 한다. 4-4-2는 나쁜 전술이 아니라 상대에게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전술이다. (김)신욱이가 처진 위치에 서서 오스마르와 경합할 것이다. 측면에 설 이재성 이승기도 영리한 선수들이어서 기대하고 있다.”

FC서울-전북현대 선발 라인업
▶양 팀 선발라인업

서울은 박주영을 중심으로 윤일록 윤승원이 양 측면에 포진하는 4-3-3 전형으로 나섰다. 주세종 오스마르 고요한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이규로 김원균 곽태휘 신광훈이 수비라인을, 양한빈이 골문을 각각 지켰다. 데얀 코바 등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전북은 이동국 김신욱이 동시에 출격했다. 이동국이 최전방에 포진하고, 김신욱은 이승기 이재성과 함께 2선에 포진하는 형태였다. 중원에는 정혁 신형민이 포진했다. 박원재 조성환 김민재 김진수가 수비라인을 구축했고, 홍정남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에두 에델 등은 교체 출전을 준비했고, 로페즈 최철순은 징계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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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 전북 공세 속 주세종 퇴장 변수

전북이 주도권을 쥐고 공세를 펼쳤다. 김신욱이 중심에 섰다. 전반 8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포문을 연 뒤, 12분에는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19분 문전으로 침투한 이승기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반 25분 ‘퇴장’ 변수가 나왔다. 서울의 역습 상황에서 정혁과 주세종이 몸싸움을 벌였다. 경합 과정에서 정혁이 팔로 주세종의 얼굴을 치자, 주세종도 팔로 정혁의 얼굴을 가격했다. 이후 주심은 정혁에게 옐로카드를, 주세종에게 레드카드를 각각 꺼내들었다. 주세종이 ‘보복성’ 파울을 범했다는 판정이었다.

수적 우위를 점한 전북이 보다 여유 있게 경기를 치렀다. 다만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동국의 발리 슈팅도, 이재성의 헤더도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선수 교체 없이 4-4-1 전형으로 유지한 서울도 이렇다할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는 못했다. 결국 전반전은 0-0으로 맞선 채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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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이재성-이동국 연속골… 전북 승리

두 팀 모두 교체카드없이 후반전을 맞이했다. 후반 5분 전북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았다. 측면 크로스를 김신욱이 흘려주자, 이동국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다만 슈팅은 크로스바에 맞고 나왔다. 이후 전북은 정혁 대신 에델을 투입하며 공격에 더욱 무게를 뒀다. 서울은 윤승원과 이상호를 맞교체했다.

연거푸 기회를 놓치던 전북은 후반 13분 마침내 0의 균형을 깨트렸다.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이동국의 크로스를 에델이 머리로 떨어뜨렸다. 문전으로 쇄도하던 이재성이 이를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서울이 승부수를 던졌다. 박주영 대신 데얀을 투입했다. 그러나 흐름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전북의 추가골이 터졌다. 후반 32분, 에델과 원투패스를 주고받은 이동국이 골키퍼와의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벼랑 끝에 몰린 서울이 파상공세에 나섰다. 그리고 후반 45분 코너킥 상황에서 데얀이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이후 서울은 극적인 동점골을 위한 막판 공세에 나섰다. 다만 반전은 없었다. 이후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경기는 전북의 2-1 승리로 막을 내렸다.

▶경기종료 : 전북 3연승, 선두 질주

전북이 리그 3연승을 달리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승점 47점(14승5무5패)으로 2위 수원삼성(승점42)와의 격차를 5점으로 벌렸다.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당했던 1-2 패배 설욕에도 성공했다. 반면 서울은 3연승의 기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승점 34점(9승7무7패)에 머무르며 상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에 실패했다. 순위는 5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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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준비한 전략, 25분 만에 와르르

경기 전 황선홍 감독은 ‘총력전’을 예고했다. 그는 “데려올 수 있는 자원들은 모두 데려왔다”면서 “있는 것, 모든 것을 쏟아내고 휴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승부수도 준비했다. 인천유나이티드전에서 해트트릭(3골)을 터뜨렸던 데얀, 그리고 새로 영입한 코바를 벤치에 앉혔다. 포커스는 ‘후반’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전반 25분. 주세종의 퇴장 변수가 모든 것을 수포로 돌려놨다. 주세종은 정혁과 볼 경합 과정에서 퇴장을 당했다. 정혁의 팔에 먼저 얼굴을 맞은 뒤 가격했는데, 주심은 이를 ‘보복성 파울’로 봤다. 서울의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1골 뒤진 상황에서도 공격수간 ‘맞교체’가 최선이었다. 결국 서울은 70여 분의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연승의 기세도 끊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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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

- 황선홍 서울 감독 : “저번 경기 끝나고 최강희 감독님이 심판의 공정한 판정 문제에 대해 거론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주세종의 퇴장과 관련해)어떤 것이 고의고, 팔꿈치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주세종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냉정하지 못했던 것이 패인이다. 30분을 견디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변수가 생겨서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좋은 승부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최강희 전북 감독 : “상암에서 이긴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경기는 준비한대로 잘 했다. 어웨이지만, 그리고 상대가 상승세지만 절대 물러서지 말자고, 공격적으로 상대에게 부담을 주자고 했다. 그래서 초반부터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었다. 주세종의 퇴장이 경기 분수령이 됐다. 후반에도 계속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 승리의 요인인 것 같다. 라이벌 팀을 이겨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그런 경기들을 이겨내고 있는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

▶경기정보

- 서울(4-3-3) : 양한빈(GK) - 이규로 김원균(후35‘코바) 곽태휘 신광훈 - 주세종 오스마르 고요한 - 윤일록 박주영(후21‘데얀) 윤승원(후11‘윤승원)

- 전북(4-2-3-1) : 홍정남(GK) - 박원재 김민재 조성환(후22‘장윤호) 김진수 - 정혁(후10‘에델) 신형민 - 이승기 김신욱 이재성 - 이동국(후34‘에두)

- 득점 : 이재성 4호(후13분) 이동국 4호(후32분·이상 전북) 데얀 14호(후46분·서울)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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