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인천은 잘 버티다가, 허점을 노리는 팀입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남기일 광주FC 감독은 인천유나이티드를 이렇게 평가했다. 수비적으로 경기를 치르다가, 역습을 통해 상대의 허점을 파고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남 감독의 이 한 마디는, 이 경기를 관통하는 한 마디가 됐다.

1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두 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8라운드. 이날 두 팀의 경기는 ‘지면 꼴찌’인 단두대 매치였다. 치열한 경기, 나아가 처절한 경기가 예상됐던 이유이기도 했다.

인천은 버티고 또 버텼다. 수비수 5명을 두고 안정에 무게를 뒀다. 남기일 감독이 예상한 그대로, 슈팅수가 단 4개에 그칠 만큼 잔뜩 웅크린 채 상대의 허점을 기다렸다. 그리고 후반 40분. 역습 상황에서 단 한 번의 기회를 골로 연결 지었다. 남 감독이 우려했던 ‘그 허점‘을 파고든 장면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령탑 출사표

- 이기형 인천 감독 : “인천에게는 매 경기가 중요하다. 오늘은 하위권팀과의 경기라 더 중요하다. 준비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비디오를 보면서 중요한 부분들을 체크했다. 울산현대(2-1승) 제주유나이티드(1-1무) 등 상위권팀들과의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응집력이 조성됐다. 오늘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하위권팀을 잡는다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 남기일 광주 감독 : “인천은 ‘동반자’같은 생각이 든다. 오늘도 두 팀 모두 잔류를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 인천은 잘 버티면서 상대 허점을 노리는데, 그래서 오늘 승부처는 우리가 경기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될 것 같다. 선수들과 지혜를 모아서 차근차근 올라가고 싶다.”

인천유나이티드-광주FC 선발라인업. 그래픽=김명석
▶양 팀 선발라인업

인천은 5-4-1 전형을 꺼내들었다. 웨슬리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김용환과 박종진이 양 측면에 포진했다. 중원에서는 김동석과 한석종이 호흡을 맞췄다. 김동민과 최종환이 윙백 역할을 맡았고, 이윤표와 채프만 하창래가 중앙 수비진을 구축했다. 골키퍼 장갑은 정산이 꼈다.

광주는 4-3-3 전형으로 맞섰다. 새로 영입된 완델손이 최전방 공격수로 데뷔전을 치렀다. 송승민 주현우가 양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김민혁과 김정현 여봉훈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민기 이한도 김영빈 박동진이 수비라인을, 윤평국이 골문을 각각 지켰다.

▶전반전 : 26분 ‘첫 슈팅’… 조용했던 전반전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탐색전 양상으로 흘렀다. 두 팀 모두 공격보다는 무게중심을 수비에 뒀다. 호시탐탐 서로의 빈틈을 찾았으나 여의치 않았다. 양 팀 통틀어 첫 슈팅은 전반 26분에야 나왔다. 광주의 주현우가 포문을 열었는데, 슈팅은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이후에도 경기 양상은 비슷하게 전개됐다. 광주가 전방압박을 펼치며 높은 점유율을 유지한 가운데, 인천은 파이브백(Back5)을 바탕으로 안정에 무게를 뒀다. 서로의 골문을 위협할 슈팅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추가시간 완델손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으나, 슈팅이 빗맞으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결국 전반전은 0-0으로 마쳤다. 슈팅수는 인천 1개, 광주 4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후반전 : 후반 40분에 깨진 ‘0의 균형’

하프타임 인천이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박종진 대신 문선민을 투입했다. 초반 점유율은 여전히 광주가 쥐었다. 송승민의 오른발 슈팅으로 일찌감치 포문도 열었다. 이후 광주는 수차례 코너킥 기회를 통해 인천의 골문을 두드렸으나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후에도 광주가 거듭 기회를 노렸다. 여봉훈의 중거리 슈팅과 주현우의 슈팅 등으로 인천의 닫힌 골문을 위한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히거나 골대를 외면했다. 인천은 역습을 통해 공격을 전개했으나,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러던 후반 40분. 잔뜩 웅크리고 있던 인천의 ‘한 방’이 터졌다.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김진야의 크로스를 김용환이 받아 왼발 슈팅으로 연결, 광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인천은 후반 42분 최종환의 프리킥을 웨슬리가 절묘한 헤더로 연결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끝에 오프사이드로 판정돼 득점이 취소됐다.

광주는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결정적인 동점골 기회를 잡았다. 홍준호가 찬 회심의 슈팅이 문전으로 향했다. 그러나 채프만이 이를 걷어내면서 천금같은 기회를 놓쳤다. 더 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인천의 1-0 승리로 막을 내렸다.

▶경기종료 : ‘3경기 연속 무패’ 인천, 강등권 탈출

인천이 3경기 연속 무패(2승1무)를 기록했다. 승점16점(3승7무8패)을 기록, 같은시각 강원FC에 패배한 대구FC(3승6무9패·승점15점)를 제치고 잔류 마지노선인 10위로 올라섰다. 반면 광주는 9경기 연속 무승(4무5패)의 늪에 빠지며 리그 최하위(2승7무8패·승점13점)에 머물렀다. 1경기 덜 치른 가운데, 대구와의 격차는 2점차.

▶인천이 내린 ‘최선’의 선택, 최상의 결과를 얻다

경기 전 이기형 감독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실점하지 않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른 시간 실점을 내주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야 했던 앞선 아쉬움들이 반복되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 김동민과 이윤표 채프만 하창래 최종환으로 이어지는 파이브백 전술은 그 연장선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광주의 공격이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무게중심을 잔뜩 수비에 둔 인천은 ‘역습’을 통해 기회를 엿봤다. 전반전 슈팅수가 1개에 그칠 만큼 효과는 떨어졌다. 이를 대비한 광주의 수비 집중력이 만만치 않았던 까닭이다. 그러나 후반 중반 이후 조금씩 활로가 열리기 시작했다. 상대의 체력적인 부침과 맞물렸다. 그리고 후반 40분, 교체투입된 김진야의 측면 돌파에 이어 김용환의 ‘마무리’가 0의 균형을 깨트렸다.

이기형 감독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즉 수비에 안정감을 가져간 후에 찬스가 왔을 때 결정을 짓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략이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선택이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후 기자회견

- 이기형 인천 감독 : “홈경기 승리가 없어서 조바심이 났었다. 강등권에 있는데도 믿고 기다려주신 유정복 시장, 서포터스, 인천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상대보다 강해서 이기지 않았나 싶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팀이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공격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잘 할 수 있는 것, 즉 수비에 안정감을 가져간 후에 찬스가 왔을 때 결정을 짓자고 얘기한 것이 맞아 떨어졌다.”

- 남기일 광주 감독 : “결과로는 졌지만, 경기력은 괜찮았다. 선수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줬다. 선수들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진의 원인은 아무래도 얇은 스쿼드 때문이다. 교체 선수가 들어가서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어린 선수들이 많다보니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더 만들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고 또 잘 하고 있다.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1경기 덜 치른 만큼 충분히 쫓아갈 여지는 있다. 경기는 많이 남아 있다.”

▶경기정보

- 인천(5-4-1) : 정산(GK) - 김동민 이윤표 채프만 하창래 최종환 - 김용환 김동석(후27‘이상협) 한석종 박종진(HT문선민, 후39’김진야) - 웨슬리

- 광주(4-3-3) : 윤평국(GK) - 이민기 이한도 김영빈 박동진(후45‘홍준호) - 김민혁 김정현(후43‘와다) 여봉훈 - 주현우(후33‘나상호) 완델손 송승민

- 득점 : 김용환 1호(후40분·인천)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