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끝내 해냈다. 상대적 언더독으로 평가받던 아스날은 리그우승팀 첼시를 잡아내고 역대 최다인 13회째 FA컵 우승을 해냈다.

이 우승으로 기뻐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우승은 곧 아르센 벵거 감독의 올 시즌이 큰 실패를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한 벵거가 재계약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FA컵 우승이 아스날에 축복이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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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은 28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1시 30분 영국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리시 FA컵 결승전 첼시와의 승부에서 전반 4분 터진 산체스의 골과 후반 34분 아론 램지의 헤딩골로 2-1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에서 5위를 차지해 아쉬움을 남겼던 아스날은 FA컵 우승을 통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첼시는 후반 23분 빅터 모지스가 헐리웃 액션 반칙으로 경고누적 퇴장까지 당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아스날로서는 남다른 의미의 우승이었다. 올 시즌 또 다시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한 것은 그렇다쳐도 시즌 내내 수많은 비판 속에서 끝내 ‘4위의 과학’을 지켜내지 못하며 5위로 마감한 것은 큰 충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벌전이었던 4강 맨체스터 시티 전에서 놀라운 스리백 전환으로 승리했고 결승전에서도 그 스리백 전환을 이어가 끝내 우승까지 해내며 그래도 무관은 면할 수 있었다.

벵거 감독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시즌 내내 ‘똑같은 전술과 똑같은 축구의 아집’이라는 비난을 계속 받아왔다. 변화없는 벵거 축구는 힘들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비판은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던 중 벵거 감독은 시즌 막판 스리백 전환이라는 자신에게 있어 큰 변화를 추구했고 결국 이 변화는 FA컵 우승이라는 열매로 다가왔다. ‘벵거도 변할 수 있고, 그 변화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자신을 비판하던 사람에게 던진 벵거다.

이번 우승으로 벵거와 아스날이 재계약을 맺기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미 아스날이 우승하지 않아도 재계약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던 중인데 우승까지 했으니 명분은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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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연 아스날과 벵거가 또 함께하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일까. 물론 벵거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긴 했지만 그 변화의 폭이 얼마나 클 것인지, 그리고 FA컵보다 더 중요한 리그와 유럽대항전에서 과연 벵거 축구가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미 벵거 축구는 너무 이상적이며 현대 축구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은 상황. 일각에서는 ‘벵거를 버려야 아스날이 산다’고 주장하는 것도 최근 리그와 유럽대항전에서 지속적인 실패(우승 실패)만 거듭하고 있는 아스날 입장에서는 귀 기울여봐야 하는 얘기다.

차라리 FA컵 우승으로 그나마 분위기 좋을 때 서로 이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다.

올 시즌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그 문제점이 개선되기 힘들다는 것이 수년간 증명된 벵거와 또 함께한다면 아스날에게 과연 리그 5위, 챔스 16강 탈락, FA컵 우승의 올 시즌 성적이 최대치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벵거가 이런 예상을 깨고 무패우승 시절의 축구를 해낼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전자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번 우승으로 아스날이 또 벵거와 재계약하며 손을 잡는다면 어쩌면 FA컵 우승은 아스날에게 무조건적인 축복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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