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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수원=이재호 기자] ‘전주 가야지.’

전주로 돌아간다는 것은 곧 한국이 1위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패배로 조 2위가 됐음에도 신태용 감독은 ‘전주로 돌아가야지’라며 한참을 얘기하다 말이 잘못됐음을 언급해주자 그제서야 ‘아 그렇지’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신태용 U-20대표팀 감독 머릿 속에는 조 1위밖에 없었다.

한국 U-20 대표팀은 26일 오후 8시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 코리아 A조 3차전 잉글랜드전에서 0-1로 패하며 2승 1패로 조 2위가 됐다.

한국은 3-5-2 포메이션에 이승우, 백승호에 휴식차원으로 선발에서 제외한채 경기를 했다. 그러다보니 공격은 원활치 않고 잉글랜드는 매서웠다. 결국 후반 11분 상대에게 선제 실점을 했고 실점 후 곧바로 이승우가 들어가고 이후 백승호도 들어갔지만 결과를 바꾸긴 힘들었다. 이번 패배로 한국은 조 2위가 됐고 잉글랜드가 조 1위로 마쳤다.

신 감독으로서는 최소 무승부만 해도 조 1위가 되는 상황에서 패배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아무리 잉글랜드가 뛰어나도 그동안 승리만 해왔기에 패배는 분명 아쉬웠다. 이 아쉬움은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드러났다.

“좀 아쉽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경기 했지만 0-1의 스코어는 아쉽다. 그래도 예선통과 했으니 16강전부터는 실질적인 토너먼트 경기니 잘 준비해서 국민들의 생각대로 해내겠다.”

아쉽다는 말을 반복하던 신 감독에게 27일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신 감독은 “인천에 16강 예상 팀 경기를 보러간 후 전주에 갈 것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전주를 가는 팀은 잉글랜드다. A조 1위팀은 전주에서 16강전을 가지고, A조 2위팀은 천안에서 16강을 하기 때문. 이에 기자단은 ‘전주가 아니라 천안이다’라고 신 감독에게 알려줬다. 그러나 신 감독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순간 판단하지 못했다.

그러다 정확하게 한번 더 짚어주자 그제서야 “아, 천안이구나”하며 웃은뒤 “전주갔다가 천안에 다시가면 되지”라고 멋쩍은듯 얘기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그동안 전주로 돌아가는 일정만 생각하다보니 착각했다”고 했다.

오죽 조 1위만 생각해왔으면 스스로도 ‘전주’만 얘기했을까. 그만큼 신 감독은 조 1위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조 1위의 입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충격적인 패배에 신 감독은 당황해했고 그의 머릿속은 아직 전주를 지워내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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