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성남=이재호 기자] 무려 193일이 걸렸다. 6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승리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탄천종합운동장은 드디어 거둔 승리에 졸전임에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기뻐했다.

성남FC는 29일 오후 7시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KEB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 수원FC전에서 연장전까지 0-0 이후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했다.

졸전에 졸전을 거듭한 양 팀은 120분을 쓰고도 무득점에 그쳤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결국 마지막 7번째 키커 싸움에서 수원FC는 정훈이 공을 크로스바 위로 날렸고 성남은 장학영이 넣으며 경기를 끝냈다.

성남은 지난해 9월 승리 이후 드디어 승리를 맛봤다. 물론 이 경기의 공식 전적은 무승부지만 드디어 탄천에서 승리의 함성이 터졌다는 것만으로 의미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선발 라인업 : ‘어제’ 국가대표 경기 뛴 황의조, 교체명단 포함

성남이나 수원FC 모두 지난 주말 경기를 가졌기에 1.5군 수준의 팀을 꾸리며 로테이션을 어느 정도 가동했다. 성남은 장학영, 파울로, 심제혁, 황의조를 벤치에 내렸고 수원FC는 블라단, 브루스 등을 벤치에 뒀다.

특이할만한 점은 성남의 간판 황의조가 교체명단에 들어간 것. 황의조는 어제인 28일 한국과 시리아전에서 교체로 출전해 추가시간 포함 약 9분을 뛰었다. FIFA는 경기를 뛴 선수는 최소 48시간동안 휴식을 취할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성남의 사정이 워낙 여의치 않기에 후반전 들어 성남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면 황의조가 출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물론 박경훈 감독이 황의조를 투입할 경우 어느 정도의 도의적 책임이 따르는 것은 감수해야할 부분이다.

▶전반전 : 성남의 답답한 경기력, 수원FC는 측면을 휘어잡다

성남은 그동안 이어왔던 답답한 경기력을 벗어나지 못했다. 빌드업 자체가 잘 되지 못했고 공격의 중심축이 되어줘야 할 비도시치도 별다른 공헌을 하지 못했다. 외국인 윙어 네코의 돌파는 번번이 상대 왼쪽 풀백 배지훈에게 막혔다.

반면 수원FC는 측면을 활발히 휘저으며 공격 기회를 창출했다. 전반 11분 오른쪽에서 김부관이 낮게 올린 컷백 크로스를 ‘스페인 특급’ 가빌란이 발을 갖다 댔지만 김동준 골키퍼의 선발에 막혔다. 전반 30분에도 수원은 왼쪽에서 윤태수의 저돌적인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김부관이 볼을 잡아놓고 하프 발리슈팅을 때렸으나 골대 위로 살짝 뜨고 말았다.

성남은 제대로 된 공격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수원도 결정력 부족으로 0-0으로 마친 전반이었다.

▶후반전 : 24시간도 못 쉰 황의조까지 투입… 그럼에도 연장전으로

답답한 경기력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성남 박경훈 감독은 칼을 빼들었다. 후반 14분 네코를 빼고 황의조를 투입한 것. 어제 이 시간에 경기를 뛰었던 황의조는 24시간도 안 되서 다시 경기에 나왔다. 수원도 가빌란을 빼고 브루스를 넣으며 맞대응하자 성남은 다시 김동희를 넣고 심제혁을 넣으며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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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은 후반 27분 절묘한 역습에 이은 상대 수비의 실책까지 겹쳐 공격수 박성호가 절호의 일대일 기회를 맞았고 강하게 때린 오른발 슈팅이 이상욱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탄성을 자아냈다.

성남은 후반 39분 다시 오지 않을 완벽한 기회를 맞이했다. 왼쪽에서 장은규가 길게 올린 크로스를 박성호가 황의조 앞에 머리로 떨궈줬다. 황의조는 절묘한 움직임에 이은 오른발 논스톱 슈팅을 했지만 하필 골키퍼 정면에 가면서 막히고 말았다. 경기를 끝낼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성남이었다.

좋은 기회에도 골이 나지 않자 시간이 갈수록 연장전과 PK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기분이 엄습할 수밖에 없었고 그 기분은 현실이 됐다.

▶연장전 : 몰아친 성남과 막은 수원, 120분 무득점

연장까지 온 졸전. 그 끝을 써보려 했던 것은 성남이다. 성남은 연장 전반 8분 비도시치의 스루패스에 황의조의 패스, 김영신의 센스 넘치는 왼쪽 넘겨주는 찍어찬 패스를 심제혁이 완벽한 일대일 기회에서 슈팅했다. 그러나 이 슈팅마저 골키퍼에 막혔고 성남 팬들은 이제 탄성이 아니라 욕설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연장 전반마저 0-0으로 마친 양팀은 연장 후반에 모든걸 걸었다.

성남의 파상공세는 계속됐다. 연장 후반 3분 심제혁이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돌파하며 스루패스한 것을 황의조가 공 흐름을 그대로 살려 낮게 깔아찼고 이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와 버렸다. 결국 이 기회마저 놓치고 120분을 뛰고도 양팀은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승부차기 : 김동준이 희망주고 장학영이 끝내다


수원FC : 브루스 X 이광진 0 블라단 0 송수영 0 배신영 0 윤태수 X 정훈 X
성남FC : 비도시치 0 심제혁 X 이태희 0 연제운 0 김영신 0 배승진 X 장학영 O

브루스의 첫 페널티킥을 김동준이 막아낼 때만 해도 성남의 낙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심제혁이 함께 놓쳐버렸고 6번째 키커 윤태수의 슛을 또 김동준이 막아내자 탄천은 환호성이 터졌다. 그러나 주장 배승진이 실축했고 희망은 모두 사라지나 했다. 다행히 7번째 키커 수원의 정훈이 크로스바 위로 넘겨버렸고 성남의 레전드 장학영이 마무리를 하며 성남은 드디어 승리를 맛봤다.

▶193일 만에 ‘승리’를 맛본 성남

성남FC의 최근 마지막 승리는 지난해 9월 17일 수원FC전이었다. 이 경기 이후 성남은 공식경기 총 14경기(2016년 10경기, 2017시즌 4경기)에서 5무 9패라는 최악의 성적만 냈다. 우승후보로 유력했던 성남은 2017시즌 1무3패의 성적으로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2016년 9월 17일 이후 193일, 6개월 11일만에 승리를 노렸던 성남은 이날 경기 드디어 승리라는 것을 맛봤다. 물론 이 경기의 공식 기록은 무승부지만 성남은 승부차기라도 이겨보면서 이 경기를 계기로 반전을 꿈꿀 수 있게 됐다.

▶경기 후 기자회견 : "정말 힘겨운 3월이었다"

-성남 박경훈 감독 : 승부차기까지 가면서 승리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전지훈련 통해서 다듬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침체에 빠져있었고 자신감도 잃었었다. 비록 FA컵이지만 수원FC를 상대로 이기면서 상승세를 탈 수 있는 계기가 될거라고 본다. 3월이 참 힘들었다(2무3패). 3월을 잘 버텨야한다고 강조했는데 지도자 생활하면서 이렇게 부상자많이 생기고 힘든건 처음이다. 3월에 버티는게 중요했는데 결국 좋지 않았다.

오장은, 김두현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공의 소유가 잘 안되고 있지만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힘겨운 3월이었다. 황의조를 도와줄 수 있는 측면자원이 그동안 좋지 못했다. 점차 비도시치나 네코 등이 좋아질거라 본다. 측면이 강화되면 황의조나 파울로에게도 기회가 날 것이라 본다. 미드필더도 김영신이 오랜 부상에서 회복되면서 볼 소유가 나아질거라고 본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경기정보

성남 FC 0 : 김동준(GK) - 이지민(연후6 장학영) 연제운 배승진 이태희 - 이후권 장은규 비도시치 네코(후15 황의조) 김동희(후23 심제혁) - 박성호(후42 김영신)

수원 FC 0 : 이상욱(GK) - 배지훈 임하람(연전14 블라단) 안재훈 민현홍- 윤태수 정훈 배신영 김부관(후30 송수영) 가빌란(후20 가빌란) - 서동현(연전10 이광진)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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