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귀포=이재호 기자] 제주 유나이티드는 2016시즌 전북 현대와 함께 K리그 최다득점 팀이었다(71득점). 그러나 외국인선수 마르셀로의 11골을 제외하곤 두 자리 숫자 득점을 넣은 선수는 전무했다. 전북이 두자리 숫자 득점이 세 명(레오나르도, 로페즈, 이동국)임을 감안하면 그만큼 제주는 많은 선수들이 골고루 다득점을 넣었기에 가능한 수치였다.

한곳에 집중되지 않고 누구나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늘 ‘확실한’ 골게터를 원한다. 선수단 전체의 컨디션이 떨어졌을 때 한방 해줄 수 있는 선수의 존재는 필수불가결이기 때문. 외국인선수보다 국내선수면 더 좋다.

제주는 그런 점에서 늘 골게터에 목마른 팀이다. 최다득점 팀임에도 김은중 이후 제대로 된 골게터를 가져보지 못했다. 서동현이 2012시즌 43경기 나와 12골을 넣긴 했지만 1년에 그쳤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10골 이상 넣은 국내 선수는 없었다.

기대를 모았던 신영록이 불의의 사고로 이탈하고 강수일 역시 사회적 물의로 떠나야했다. 황선홍 감독이 ‘기대되는 유망주 공격수’로 언급하기도 했던 김현은 군 입대로 팀을 떠났다.

이처럼 제주는 늘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산 골게터를 얻지 못한채 속앓이 해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제주의 이런 골게터 가뭄을 해갈해줄 선수가 영입됐다. 바로 인천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진성욱(24)을 영입한 것. 영입하자마자 No.9를 안긴 것은 얼마나 골게터를 기대하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1일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진성욱은 “제주로 이적하게 된다는 소식에 매우 기뻤다. 제주하면 K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팀이 아닌가. 공격수 입장에서 공격적인 팀에 간다는 것은 더 많은 공격포인트와 재밌는 축구를 할 수 있기에 행복할 수밖에 없다”며 이적당시를 떠올렸다.

“물론 인천 유스를 나와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보낸 5년의 시간을 생각하면 아쉬운건 있었다. 인천과 함께 쌓은 좋은 기억도 많고요. 하지만 불가피하게 새로운 도전을 하러 온거니 인천 팬들께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인천시절의 진성욱. 프로축구연맹 제공
진성욱에게 기대되는 것은 4-2-3-1 혹은 4-3-3을 쓸 때 최전방에서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역할. 그러나 본인은 “솔직히 측면에서 뛰는 것이 편하긴 하다. 앞을 보고 뛴다는 것은 분명 선수에게 큰 장점이다. 전방에서는 뒤를 보며 수비와 버텨야하는 것은 분명 어렵고 힘들다”면서도 “그래도 힘드니까 더 욕심나고 잘해보고 싶다. 선수생활이 끝날 때 제 포지션은 분명 최전방 공격수로 남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성욱은 인천시절 전설적인 골게터였던 김도훈 감독이 직접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다. 마치 그 나이대 나를 보는 것 같다”고 했을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다. 현재 역시 성장하는 나이기에 부족한 토종 공격수의 계보를 이을 적임자로 기대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얘기를 들으면 책임감을 느껴요. 하지만 다른거 다 필요없고 결국 노력만이 답인 것 같다. 저의 강점은 스피드와 파워를 동시에 갖췄다는 점이다. 꾸준한 노력과 훈련, 그리고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 덕분에 이런 장점이 있는데 이를 더 발전시켜나가야겠다.”

진성욱은 2017시즌 제주에서 이루고 싶은 개인 목표에 대해서 “인천시절보다 확실히 더 공격적으로 팀이 운영되고 2선에서 보좌해줄 선수들도 많으니 분명 공격포인트가 늘어날거라고 기대한다”면서 “10골 5도움정도가 1차목표다. 물론 그 이상하면 좋겠고 욕심이 많이 난다”며 웃었다.

일단 진성욱의 경쟁자는 울산 현대에서 영입된 외국인 공격수 멘디다. “멘디는 확실히 큰 키와 피지컬을 이용한 몸싸움과 볼키핑이 장점이예요. 훈련을 하면서 좋은 선수라고 느끼고 배울 부분도 배우고 있죠. 하지만 저 역시 멘디가 가지지 못한 장점을 가졌고 빠져 들어가고 침투움직임에서는 더 나을 수 있다고 봐요.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죠”라며 결코 외국인 공격수에게 원톱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과연 진성욱은 멘디라는 만만치 않은 원톱 경쟁자를 이겨낼 수 있을까. 멘디를 이겨낸다는 것은 곧 2013시즌이후 4시즌간 국내선수 10골 이상이 없었던 제주의 골게터에 대한 목마름이 해갈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참으로 골게터에 목마른 제주에 진성욱은 과연 우물이 될 수 있을지 2017시즌 개막이 기다려지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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