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성남FC는 정말 정리되어야할 팀일까.

물론 부진한 성적으로 챌린지 강등까지 당했지만 성남FC라는 구단은 단순히 성적만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다. 2016년 K리그 최초의 팬친화적 구단임을 인정받고(팬프렌들리 상 수상), 100만 인구 성남시의 유일한 프로스포츠 구단으로서 여가적 가치는 상상 그 이상이다.

다른 시·도는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구단을 보유하고도 강등을 빌미로 ‘예산 삭감’이나 ‘차라리 성남FC를 해체하라’는 말이 성남시의회에서 나왔다는 것은 가히 성남 팬과 시민을 우롱케한 사고와 행정이라는 점에서 황당하기 그지없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14일 성남시의회는 행정교육체육위원회에서 교육문화환경국 체육진흥과 예산 심사를 했다. 2017년 성남FC의 예산이 결정되는 이 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은 성남FC의 강등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이석훈 현 대표이사의 사임은 물론 올해 예산 70억원 중 무려 절반에 해당하는 30억원 삭감을 요구했다.

물론 이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없기에 결국 15억 삭감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는 조건부였다. 이 대표이사의 사퇴가 없을 경우 더 많은 삭감을 할 것이라며 예산을 볼모로 삼았다. 이같은 요구도 황당한데 한 시의원은 ‘성남FC를 정리하라’고 까지 말한 것이 드러났다. 2년전만 해도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작년 시민구단 최초로 ACL 16강에 진출하는 등‘성남의 자랑’으로 치켜세우던 축구팀을 강등을 당하자 이용가치가 사라졌다고 가차 없이 내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이사는 시의원들의 압박에 못이겨 실제로 사표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재명 시장이 사표를 반려하고 있다.

당연히 팬들과 시민들은 화가 났고 많은 서포터즈들은 마치 친박계 의원들에게 항의문자를 보낸 최근 탄핵 사태와 같이 시의원 전화번호와 메일을 알아내 항의 문자를 보낼 정도로 반발했다.

스포츠팀에게 있어 성적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성적이 전부가 아니다. 시민들은 스포츠팀을 통해 일상에 찌들고 힘들었던 삶을 해소한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는다. 이는 단순히 이기고 지고를 떠난 크나큰 의미를 가진다.

성남FC는 그런 의미에서 K리그 최고 수준의 구단이었다. 2016년 개막전 매진에 이어 2년 평균 관중수 35%증가, 연간 회원권 판매 수익이 지난해에 비해 76%나 증가하는 등 확실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뿐만이 아니라 찾아가는 축구교실과 성남FC 탐방 프로그램, 주니어 아카데미, 에스코트 키즈 등을 진행하며 지속적으로 지역밀착 사업을 펼쳐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결국 2016 K리그 대상에서 성남FC는 시민구단 최초의 ‘팬 프렌들리 클럽상’을 수여하며 한국축구가 인정하는 가장 지역에 잘 녹아든 축구단으로 공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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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성남의 강등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성남의 강등을 기다렸다는 듯 강등하자마자 대폭 예산 삭감, 대표이사 사퇴 등을 주장하는 것은 성적 외에 더 큰 가치상승을 도모한 성남FC의 가치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성남은 현재 멤버만 잘 지켜도 2017시즌 K리그 챌린지 우승은 확정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예산 삭감이 아니라 예산을 보존 혹은 증가시켜서라도 더 살릴 가치가 있는 것이 성남FC다.

실수와 실패는 누구나 한다. 성남은 그동안 시민구단이 해내지 못한 길을 걸으며 고공행진을 하다 올해 막판 심각한 추락으로 실수했다. 하지만 실수와 실패 후 두 번째 기회와 일어설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실패했다고 매번 비난하고 내친다면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이미 K리그 챌린지의 다수팀은 강등을 경험했기에 2부리그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강원FC나 대구FC처럼 올해 감동의 승격을 맛본 구단들은 강등 후 더 단단해지고 강해졌다. 단순히 강등을 당했다고 팀을 정리하고 예산을 삭감해야한다는 논리 자체는 팀의 존재가치를 오로지 성적으로만 규정짓는 일차원적인 사고며 스포츠 구단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황당한 주장이자 행정이다. 성남 팬들과 시민의 황당함과 분노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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