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강릉=이재호 기자] 승강 PO이기 때문에 가능한 경기였고 이래선 정말 곤란했다. 보면서 하품이 절로 나오고 엉덩이를 박차게 하는 장면이 거의 없었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경기력으로 점철됐다.

성남FC와 강원FC가 17일 강원도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맞붙은 현대오일뱅크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은 0-0으로 종료됐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날 경기는 A매치 데이 종료 후 열리는 국내 클럽팀간의 첫 경기이자 2016 K리그의 마지막 이벤트이기에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극적으로 챌린지 플레이오프에서 올라온 강원의 기세와 최근 8경기 2무6패라는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한 성남이 과연 어떻게 ‘단두대 매치’를 해낼지 관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추운날씨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한심한 경기력만을 선보였다. A매치 휴식기 덕분에 2주에 가까운 시간동안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이러려고 2주의 시간을 가졌나 괴로운 경기력이었다.

양 팀 모두 패스의 세밀함이나 슈팅의 정확도는 경포대 바다에 던져버린 듯 했다. 공격 기회 아까운줄 모르고 부정확한 크로스와 패스는 남발됐고 그렇게 상대의 실수로 얻은 기회를 딱히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다. 전반전 기록한 유효슈팅은 양 팀 통틀어 강원이 기록한 고작 하나뿐이었다.

후반 들어서도 딱히 경기력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성남은 김두현을 빼고, 장신 공격수 김현을 투입하는등 변화를 꾀했고 강원도 마라냥, 박희도 등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날 경기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세밀함은 나아지질 않았다.

그나마 이날 경기에서 유일하게 엉덩이를 살짝 들게라도 했던 장면은 후반 40분이 돼서야 장혁진의 슈팅이 성남 골대를 맞고 나온 것이 전부였다. 성남은 후반 43분 임채민의 헤딩슈팅이 상대 골키퍼에게 안기면서 이날 경기 첫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서야 첫 유효슈팅이 나왔다는 기록 하나만으로 성남이 얼마나 답답한 경기를 했는지 명확히 드러났다.

답답한 경기력 끝에 결국 0-0으로 1차전은 마무리됐다. 이래서 승강PO이긴 했다. 승강PO라는 것이 클래식에서 밑에서 2위팀과 클래식보다 수준이 낮은 챌린지에서도 직행티켓을 따내지 못한 팀이 맞붙는 경기이다. 아무래도 상위권팀간의 경기보다는 경기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래서 승강PO였으면 안된다. 승강PO는 2013시즌부터 K리그에 항상 마지막을 장식하는 중요한 이벤트다. 아무래도 오로지 이 경기만 열리기에 K리그 전체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이런 경기에서 제대로된 경기력과 화끈한 골다툼이 벌어져야 안보던 팬들도 유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경기력이라면 축구를 보고 싶다가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이러려고 두 팀은 2주나 가까운 시간을 준비해 승강PO에 나섰을까. ‘지지 않겠다’는 마음이 ‘이기겠다’는 마음보다 더 강렬해 나온 처참한 경기력이 나오고만 승강PO 1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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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한 사이다 : 날카롭고 차가운 비판도 있지만 답답한 팬들의 마음을 뚫어줄 사이다 같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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