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이천=김명석 기자] 여왕의 자리에 한 걸음 먼저 다가서는 것이 이토록 힘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이천대교와 인천현대제철의 운명은 2차전에서 결정된다.

이천대교와 인천현대제철은 20일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2016 WK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기선 제압을 위해 두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였지만, 서로 많은 기회를 잡고도 끝내 한 방을 터뜨리지 못해 균형을 깨트리지 못했다. 경기 후 두 팀의 사령탑 모두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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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 : “설욕할 때 됐다” vs "제로베이스에서 시작“

- 박남열 이천대교 감독 : “마지막 2경기 남았다. 정신적으로 무장이 잘 되어 있다. 체력이 변수지만, 선수들을 믿는다. 지난 2년 동안 실패했으니, 이번에는 설욕할 때가 됐다. 1차전 승기를 잡아야 한다. 지난 2년 모두 1차전을 놓치면서 2차전 부담이 컸다. 1차전을 잘해야 2차전을 우리 흐름대로 주도할 수 있다.”

- 최인철 인천현대제철 감독 : "조용히 잘 준비했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선수들 모두 의지가 좋다. 2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초반부터 집중해온 만큼 마지막까지 집중을 해야 한다.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실수를 줄이고, 한 발 더 뛰어야 한다. 통합 3연패에 대한 부담은 없다.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고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이천대교-인천현대제철 선발 라인업. 그래픽=김명석
▶선발라인업 : ‘수비수 박은선 vs 비-타-민 격돌

이천대교는 썬데이를 필두로 이은지와 김상은이 양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문미라를 중심으로 김아름과 권은솜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이은미와 심서연 박은선 이세진이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 장갑은 전민경이 꼈다.

이에 맞선 인천현대제철도 4-2-3-1 전형으로 맞섰다. 비야를 필두로 이민아와 유영아 따이스가 2선에 나섰다. 중원에는 이세은과 이영주가 포진했고, 장슬기와 김도연 김나래 김담비가 수비라인을, 김정미가 골문을 각각 지켰다.

▶전반전 : 인천, 파상공세 펼치고도 깨트리지 못한 균형

인천이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었다. 전반 2분 이민아의 슈팅으로 이세은 이민아의 연속 슈팅으로 거듭 이천대교를 몰아쳤다. 공세는 이어졌다. 이민아와 유영아의 연이은 슈팅이 나왔다. 다만 전민경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거나 몸을 날린 상대 수비수에 걸렸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이천이 일찌감치 교체카드를 꺼냈다. 전반 29분과 34분 각각 이은혜와 지선미 대신 김아름과 이은지가 투입됐다. 다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이세은의 프리킥과 따이스의 헤더로 연거푸 이천의 골문을 위협했다. 그러나 거센 공세를 펼치고도 마지막 한 방이 부족했다. 골대를 살짝 빗겨가는 슈팅이 워낙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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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흐름 찾아온 이천, 인천의 교체카드 3장

이천이 하프타임 3번째 교체카드를 썼다. 김상은 대신 박지영이 투입됐다. 흐름이 바뀌었다. 이천이 이은지와 이은미의 연속 슈팅으로 연거푸 공세를 펼쳤다. 비야의 슈팅을 전민경이 가까스로 쳐내면서 분위기가 올랐다.

인천이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12분 3장의 교체카드를 한 번에 썼다. 김담비와 따이스 유영아 대신 김혜리와 정설빈 박희영이 동시에 투입됐다. 그러나 여전히 주도권은 이천의 몫이었다. 후반 16분 문미라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2분 뒤 썬데이의 헤더는 골라인에서 김나래가 가까스로 걷어냈다.

이후 공방전이 펼쳐졌다. 균형을 깨트리기 위한 이천의 공세에, 인천현대제철의 반격이 이어지는 양상으로 펼쳐졌다. 다만 두 팀 모두 마지막 집중력이 부족했다. 이천대교의 골문을 지킨 전민경의 선방쇼도 더해졌다. 결국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하던 두 팀의 1차전은 0-0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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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종료 : 두 팀 모두 아쉬울 무승부, 승부는 2차전으로

여왕의 자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선 팀은 아무도 없었다. 후반전 공세를 펼친 이천대교는 홈에서 기선을 제압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전반전 주도권을 쥐고도 마지막 한 방이 부족했던 인천현대제철도 무승부라는 결과가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2016년 WK리그 여왕은 2차전을 통해 갈리게 됐다. 오는 24일 오후 7시, 인천남동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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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한 이슈人] ‘선방쇼’ 전민경, 독보적이었던 존재감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전민경이었다. 이천대교의 골문을 지킨 그는 상대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던 전반전에도, 날카로운 역습에 맞서야 했던 후반전에도 거듭 선방쇼를 펼쳤다. 이날 이천대교가 무실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특히 후반전, 관중석을 술렁이게 한 선방쇼가 거듭 펼쳐졌다. 후반 초반 비야의 터닝 슈팅을 ‘가까스로’ 쳐낸 것이 시작이었다. 골문 구석을 향한 상대의 프리킥을 가까스로 쳐내더니, 후반 26분과 27분 비야의 슈팅마저 연거푸 쳐냈다. 동물적인 감각에서 비롯된 순발력이 두루 빛났다.

경기 후 박남열 감독도 박수를 보냈다. 그는 “플레이오프전에서도 (전)민경이가 없었으면 질 수도 있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결정적일 때 잘해줘서 늘 고맙다”고 웃어보였다. 전민경은 “작년에 너무 아쉽게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스한 스틸컷] ‘수비수’ 김나래의 슈퍼세이브

이날 전·후반의 경기 양상은 뚜렷했다. 전반전은 인천현대제철이 주도했다. 그러나 파상공세를 펼치고도 균형을 좀처럼 깨트리지 못했다. 후반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이천대교의 공세가 펼쳐졌다. 흐름이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반 18분, 이천대교의 한 방이 마침내 터지는 듯 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썬데이가 헤더로 연결했다. 공은 김정미 골키퍼를 지나 골문으로 향했다. 골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전에 있던 김나래가 이를 가까스로 걷어냈다. 선수들은 물론 팬들은 ‘골’을 주장했지만 주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기 흐름상 김나래의 이 선방이 아니었다면, 이천대교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박남열 감독 역시 “한 골만 들어가면 두 골, 세 골을 넣을 수 있는 팀”이라며 선제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썬데이의 헤더가 막히면서, 0의 균형은 끝내 깨지지 않았다. 경기 후 김나래는 “골 라인은 넘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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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 박남열 이천 감독 : "힘든 와중에 선수들이 경기를 잘해줘서 만족한다. 공격수들이 결정적인 부분에서 세밀했다면 승리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힘든 가운데 선수들이 잘 버텨주고, 또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잘 먹고 잘 쉬어서, 오늘 경기의 아쉬움을 떨쳐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2차전을 준비하겠다.”

- 최인철 인천 감독 감독 : "전반전이 아쉬웠다.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득점이 연결되지 않았다. 문전에서 침착했다면, 2골 정도는 넣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리적인 압박이 아무래도 심하다. 평소에 충분히 넣을 수 있는 것도 급해진다거나, 압박감 때문에 놓친다. 오늘 경기가 비겨서 유쾌한 분위기는 아니다. 승부차기 전에 끝내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

▶경기정보

- 이천대교 0 : 전민경(GK) - 이은미, 심서연, 박은선, 이세진 - 김아름, 권은솜 - 이은지, 문미라, 김상은 - 썬데이

- 인천현대제철 0 : 김정미(GK) - 장슬기, 김도연, 김나래, 김담비 - 이세은, 이영주 - 이민아, 유영아, 따이스 - 비야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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