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일단 이겼는데,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최근 ‘태업논란’에 휩싸인 안산무궁화(경찰청) 이야기다.

이흥실 감독이 이끄는 안산은 19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의 K리그 챌린지(2부리그) 42라운드에서 2-1로 이겼다. 이현승의 선제골 이후 정현철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34분 최진수가 결승골을 넣었다. 이날 승리로 안산은 가장 먼저 20승 고지(7무11패·승점67)에 오르며 리그 선두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이 승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묘할 수밖에 없다. 표면적으로는 1위 팀이 중위권 팀을 꺾은 ‘이상할 것 없는’ 경기지만, 그 이면에 지난 라운드에서 당했던 ‘믿을 수 없는 참패’가 자리 잡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15일이었다. 충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충주험멜과의 경기에서 안산은 무려 1-8로 졌다. 전반 29초 만에 내준 선제골을 포함해 전반에 5골, 후반에 3골을 허용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66%(후반전70%)의 점유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석연찮은 구석들이 적지 않았다. 먼저 안산은 리그 1위 팀이었다. 충주는 11팀 중 10위였다. 1위 팀이 10위 팀에게 1-8로 패배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어려웠다. 최근 일부 선수들이 전역했지만 여전히 선수단 구성은 만만치 않았다. K리그에서 뛰다 ‘경쟁’을 거쳐 입대한 20대 중반 이후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른바 태업논란, 급기야 승부조작 의혹까지 불거진 이유였다.

이러한 의혹들은 안산이 처한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안산은 올 시즌 1위를 하더라도 승격할 수 없다. 올 시즌이 끝난 뒤 경찰청축구단이 충남 아산시로 이동하고, 안산시에 새로운 시민구단이 창단되면서 ‘안산무궁화’의 기록을 승계할 팀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남은 시즌에 대한 목표의식이 사라진 셈이다. 이러한 배경이 태업으로 이어져 믿기지 않는 결과를 낳은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제기됐다.

자연히 19일 경남전 결과에 이목이 집중됐다. 앞선 논란 이후 치르는 첫 경기였던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안산은 경남을 꺾었다. 태업논란이 이어지는 것을 막았다. 다만 상황은 여전히 난처해졌다. 1-8 참패 직후 상대적으로 더 까다로운 팀을 꺾고 리그 선두 자리를 지켰으니, 충주전에 대한 여러 의혹들을 스스로 더욱 키운 셈이 된 까닭이다. 이기고도 찝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안산은 강원FC, FC안양과 2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이 경기 결과들 역시 지난 ‘상식 밖의 패배’와 연결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비단 올 시즌만은 아니다. 새 둥지를 틀더라도 팬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늘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스스로 태업논란을 일으킨 경찰청 축구단이 마주하게 될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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