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최강희와 이동국. 한국 축구 역사상 ‘지도자와 선수간의 신뢰’를 언급할 때 표본과도 같은 두 사람에게도 같은 아픔은 있었다. 모두가 잊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잊지 않았다. 아니 잊을 수 없었다. 5년전 ACL 결승전 알사드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한 기억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였다. 그리고 이제 5년전의 아픔을 털고 최강희와 이동국은 전북이 일궜던 10년전의 좋은 기억을 향해 나아가게 됐다.

전북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서울과의 원정경기에서 1-2로 패했으나 1,2차전 합계 5-3으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서 전북은 무려 10년만에 우승에 도전하게 됐고 5년전 알사드에게 결승에서 패했던 아픔을 벗을 기회를 맞이했다.

2006년 클럽 역사상 첫 ACL우승을 일궈내며 명문구단으로 거듭난 전북은 2011년 또 다시 우승할 기회를 맞이했다. 당시에는 결승이 단판승부로 전북의 홈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상대는 ‘비매너의 끝판왕’을 보여줬던 알 사드(카타르).

한국팬들 입장에서는 4강에서 수원 삼성에게 알 사드가 했던 비매너를 응징해줄 ‘정의의 사도’로 전북에 기대했다. 전북 역시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경기는 2-2 무승부 후 승부차기 끝에 2-4 패배였다. 전북은 홈에서 ACL우승컵을 내줘야했다.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많은 사람들은 이 경기를 조금씩 뇌리 속에 지워갔다. 하지만 당시 감독과 선수이자 현재도 같은 신분인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에게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던 트라우마였다.

최강희 감독은 19일 서울전 후 기자회견을 통해 “2011년도의 준우승의 아픔을 기억한다. 후유증이 오래갔다. 안 좋은건 빨리 잊으려하지만 지도자 생활을 하며 그 경기는 뇌리에 남아 있었다. 당시 홈에서 못 이겼기에 더 타격이 컸다. 그 경기가 오래 머릿속에 남아있었다”고 언급했다.

최 감독은 언제나 유쾌하며 오랜 감독 생활을 통해 안 좋은 기억을 털어버리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최강희는 2011년 알사드전만큼은 잊지 못하고 있었다. 트라우마였기 때문이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동국 역시 2011년 얘기가 나오자마자 ‘흠칫’ 놀랐다.

“솔직히 그 경기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를 하지않겠다고 생각만 해왔어요.”

짧은 말이었지만 이동국에게서 결연함이 느껴졌다. 이동국은 당시 승부차기 실축까지 하며 생애 첫 ACL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바 있다. 솔직히 이동국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번 알 아인과의 결승전이 생애 마지막 ACL결승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판승부는 부담스럽지만 홈앤드 어웨이로 하니까. 밸런스를 잘 맞춰 경기를 해야한다”고 말한 이동국은 “상대도 참 능력있는 팀이다.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경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기회일 것”이라며 남다른 결승전 각오를 밝혔다.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은 감독과 선수로서는 베테랑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2011년 ACL결승은 함께 공유하는 가슴 아픈 트라우마다. 과연 이번 결승전은 그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을지 기대될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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